날아라 펭귄의 출연배우들
날아라 펭귄의 출연배우들
“답답하다.” 어쩌면 가장 짧고도 정직한 말인지 모르겠다. <날아라 펭귄>의 배우 손병호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이런 탄식의 말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5월 2일 저녁 7시 20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 <날아라 펭귄>의 상영 후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진행된 이날 대화에는 임순례 감독과 배우 문소리, 박원상, 손병호가 참석해 시종일관 풍부한 유머와 함께 인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들을 이어나갔다.

열성 엄마, 채식주의자, 황혼 이혼을 통해 본 이 땅의 인권

유난스러운 엄마를 연기한 문소리
유난스러운 엄마를 연기한 문소리
사교육을 둘러싼 광기에 가까운 부모들의 집착과 황혼이혼을 결심하는 어느 노부부의 쓸쓸한 뒷모습, 채식주의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유연하게 엮어낸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 지원 한 첫 장편 인권영화다. 극 중 사교육 열기에 선봉에 선 유난스러운 엄마로 등장한 문소리는 “올해는 2세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라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평촌에서 시골아이처럼 키워 보고 싶다. 그리고 아이가 크면 <날아라 펭귄>을 보여주며 엄마가 사실 저런 ‘크레이지 맘’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너를 키우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고 말할 생각이다”라며 출연료 없이 기꺼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가 그저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 한 줄 이상의 가치를 가짐을 내비쳤다.

“조금이라도 인권에 대한 인식전환에 기여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날아라 펭귄의 감독 임순례
날아라 펭귄의 감독 임순례
날아라 펭귄의 문소리
날아라 펭귄의 문소리


이미 2003년 만들어진 인권영화 프로젝트 <여섯 개의 시선>에서 ‘그녀의 무게’를 연출했던 임순례 감독은 “미국의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의 무게>를 교재로 삼고 있더라”며 “영화 한편이 인권문제에 명백한 결론을 낼 수는 없겠지만 이런 영화들의 제작이 조금이라도 인식전환에 기여 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인권영화에 대한 남다른 의지와 애정을 표했다. 특히 <날아라 펭귄> 중 채식주의에 대한 편견을 다룬 에피소드에 대해 “혹시 감독님도 채식을 하시나”는 관객에 질문이 이어지자 임감독은 “채식한지 몇 년이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채식한다는 말을 잘 하지는 않는다. 어디를 봐도 채식을 하는 외모로는 안보이니까”라는 농담으로 채식주의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명백한 오해를 꼬집었다.

“오늘이 첫 상영이다. 알다시피 마케팅 비를 많이 쓸 수 없는 상황이니, 세계 최초로 이 영화를 본 관객의 의무를 가지고 입 소문을 많이 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 <날아라 펭귄>은 오는 6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인권영화 <시선 1318>의 뒤를 이어 9월쯤 관객들을 향해 날아오를 예정이다.

글. 전주=백은하 (one@10asia.co.kr)
사진. 전주=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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