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봐도 이제 웬만한 것은 와 닿지 않거나 재미가 없으니, 애꿎은 리모콘 배터리만 금세 닳아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7살 아래 후배가 “형 그거 봤어요?” 라며 ‘강추’한 게 바로 <정재윤의 작업남녀>다. 재밌다고 깔깔대던 녀석의 이야기를 다그치며 “내가 애냐?”며 면박을 줬지만 집으로 돌아와 곧 바로 찾아보곤 ‘이건 뭔가?’라며 깊게 빠져들고 말았다. 매회 두 명의 남자 도전자들이 아무런 무기(차나 돈 따위) 없이 길거리로 나가 처음 본 여자를 헌팅 해 작업본부에 돌아오면 상금을 획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실뜨기’, ‘프리 허그’, ‘한 입만 주세요’로 접근해서 전화번호를 따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 가는 코스를 지나 남자는 여자에게 작업을 건다. 이십대 초중반 때 휴가철 어느 바닷가 근처에서나 벌어질 듯한 이야기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하며, 나도 모르게 피 끓는 청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막 서른이 된 지금 그때가 구질구질하니 뭘 몰랐느니 해도, 그거 말고 고민할 게 없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앨리스TV에서 목, 금요일 밤, 채널J에서 토요일 밤 재방송을 하고 있으니 시간 나시는 내 또래 남자 분들은 꼭 한번 시청해보시고 큰 웃음 지어보길 바란다.

글.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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