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지매> MBC 수 저녁 09:55
운동선수에게 포텐셜이란 말을 자주 쓴다. 완성형 선수도, 한계가 뚜렷한 선수도 아닌 유망주란 말인데, 그 포텐셜이 폭발해서 최고 반열에 오를 수도 있고, 만년 유망주로 남을 수도 있다. <돌아온 일지매>의 초반 몇 회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유려한 액션 신은 기본이고 뾰루퉁하면서 낭랑한 월희(윤진서)와 가끔 무심한듯 따사한 미소를 던지는 일지매(정일우)의 멜로는 이 사극에 기대를 하게 했다. 주변 인물들의 코믹함이나 정일우의 여장도 기대에 일조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2~3달을 끌고 가기에 에피소드의 한계가 드러난다. 매회 다른 이야기 같지만 골격은 권세가 응징이다. 긴장과 위기는 월희가 잡혀 들어가고 구출하는데서 만든다. 어제도 그랬다. 김자점(박근형)의 집에 갇힌 월희 구출작전. 다른 점은 일지매의 원맨쇼에 기대지 않고, 차돌이(이현우), 배선달(강남길), 걸치(이계인)라는 착하고 우스꽝스러운 주변 인물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반복되는 이야기에다가 해결의 무게 추가 ‘명랑’으로 넘어오다 보니 악인인 김자점(박근형)의 날이 안 선다. 어차피 영웅담인거, 악인을 키워서 양대 거봉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건 할리우드와 망가를 망라한 공식이다. 악인은 혹세무민의 끝에서 백성들의 눈물을 쏙 빼야 일지매가 영웅이 되는 거다. 김자점이 아주머니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못되지 않고 무른 구석이 있다 보니 나랏님을 향한 일지매의 영웅담도, 그를 둘러싼 오해가 안타까움을 더하는 백매(정혜영), 구자명(김민종)의 역할도 색이 바랜다. 과연 이러다 일지매가 제 때에 돌아올 수는 있을까.
글 김교석

<수요기획-실업 400만 시대, 자조족이 간다>
KBS1 수 저녁 11:30

한때는 백수였다는 사내가 전화 수화기 너머로 노래 하나를 개사해 부른다. ‘내 나이 서른하고 네 살. 왜 아직도 용돈을 타 쓰나. 그건 내가 실업자이기 때문. 먹고 살기 정말로 힘들다.’ 노래를 마치고 한마디 덧붙인다. 능력이 없어서 백수가 된 게 아니니까 움츠려 들지 말라고. 맞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더 억울한 일 아닌가. 왜 하필 이 시대인가. 스스로를 상품 취급하며 면접 가서 잘 보이려고 인사 각도까지 연습했는데, 그래도 일 주겠다는 사람이 없단다. 그 답답한 심정 백수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알겠는가! 근데 그 심정을 아는 사람이 전국에 무려 400만 명이나 된다니, 이것 참. 이 다큐멘터리는 억울한 시대를 견뎌내는 방법론으로 ‘자조족(自助族)’을 보여준다. 스스로 살길을 개척한 젊은이들을 그렇게 부른단다. 등장인물 중 어떤 이는 창업을, 어떤 이는 미래를 도모하며 아르바이트를, 어떤 이는 백수 자체를 직업으로 삼았다. 세상이 꼬였으니 살아남으려면 남 탓 말고 개인이 알아서 타개책을 찾을 수밖에 없단 거다. 억울하다. 근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나도 자조족이다.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 면접에 떨어진 뒤 먹고 살기 위해 이일 저일 했던 게 어느새 밥줄이 되었다. 오랜 백수기간 동안 깨달은 건 하나다. 회사 면접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밥 굶고 살만큼 내가 능력 없는 사람은 아니란 거다. 이 다큐멘터리는 분명 비겁하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능력 없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움츠려 드는 것보단,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는 게 나은 것도 사실이지 않나.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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