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오전 11시 30분
야구가 왜 7회에서 끝날 수도 있는지에 대해 몰라도, 가을야구의 중요성을 몰라도, 시즌 다 끝난 겨울에 왜 야구 기사가 나오는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야구 자체에 관심이 없어도 한일전 승부에 대해서만큼은 가슴을 졸이고 지켜보는 게 우리나라 정서다. 하물며 콜드게임과 완봉승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지금, WBC 4강 진출을 놓고 벌이는 한일전의 의미는 각별하다. 우승후보 쿠바까지 6 대 0으로 이긴 일본의 강력한 수비에 대응하기 위해선 역시 실점을 줄이는 게 최우선. 오늘 한일전의 선발 투수로는 ‘이치로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봉중근 의사’가 유력하니 다시 한 번 궁극의 마구 ‘대한독립만세 브레이킹볼’을 보길 기대해보자.

<돌아온 일지매> MBC 밤 9시 55분
호쾌한 슈퍼 히어로물의 재미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일지매>는 그리 보기 좋은 드라마는 아니다. 조선과 청나라, 왜국을 오가며 삼국 무예에 통달하지만 그 배움의 과정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방랑의 기록과 그대로 일치한다. 다시 한양으로 돌아와 의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일지매에게 마음 둘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첫사랑 달이와 닮은 월희는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김자점은 미래를 점치는 기선녀와 조총을 사용하는 박수동을 이용해 일지매를 압박한다. 결국 천하의 일지매조차 총상을 입게 되니 이처럼 우울한 영웅 이야기가 또 있을까? 하지만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하비가 말했듯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자신의 내면과 시대의 어두움을 뚫고 이 젊은 영웅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오션스 트웰브> 오후 5시 10분
최근 개봉을 앞둔 <번 애프터 리딩>에선 영화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두 남자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다시 한 번 뭉친다. 두 배우가 오지랖 넓은 헬스클럽 트레이너와 바람둥이 연방 경찰로 나와 여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에는 존 말코비치와 틸다 스윈튼 등이 출연하니 가히 초호화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물론 피트와 클루니 조합에 줄리아 로버츠, 케서린 제타 존스, 맷 데이먼, 뱅상 카셀 조합의 <오션스 트웰브> 만큼은 아니겠지만. 오션스 시리즈 중 두뇌 플레이는 가장 안일하고, 오션 일당과 밤 여우의 대결구도는 영 지루했던 영화지만 배우들의 조합부터 로마, 암스테르담, 런던에 이르는 유럽의 풍경까지 볼거리는 그것만으로 눈을 황홀하게 한다. ‘반짝반짝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운 건 소녀들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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