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누구를 만나든지 고정적으로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관련 일을 한다고 말하면 “그럼 연예인 루머 잘 아세요?”라는 질문을, 고향이 전주라고 말하면 “비빔밥은 어디가 제일 맛있나요?”라는 토시 하나도 틀리지 않고 받는 질문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을 해주기엔 내가 가진 정보가 습자지만큼이나 얄팍하기에 매번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 비록 비빔밥이 가장 맛있는 곳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려줄 수는 없어도, 식도락 리스트를 묻는 질문에 메밀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는 ‘메밀치킨’은 꼭 얘기해주고 싶다. 근영여고 근처에 위치해 있는 이 음식점은 사시사철 메밀을 이용해 시원한 냉면을 만들어내는 곳이지만, 고소하고 바삭한 겉만큼이나 야들야들한 속살로 이루어진 치킨이야 말로 이 가게 궁극의 음식이다. 느끼하게 튀겨진 닭껍질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라 할지라도, 이 마법 같은 메밀치킨의 바삭함에는 그 트라우마를 벗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미스터 초밥왕>에 등장하는 ‘최상급 모피로 목을 간질이는 부드러움’ 같은 류의 대사를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미친 환율로 인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 지독하게 뻔한 표현인 ‘맛과 전통의 고장’ 전주를 추천한다. 인공의 냄새가 어쩔 수 없이 슬며시 삐져나오긴 하지만, 한옥마을의 좁다란 골목을 걷다보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담벼락에 앉은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전주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평상에 앉아, 지붕에 타닥거리는 산뜻한 빗소리를 BGM 삼아 소주 한잔에 ‘오모가리 매운탕’을 한 술 뜨는 날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될 것이다. 단, 앞서 말한 메밀치킨을 식도락 리스트에 올려두었다면 그 어떤 유명인도 밤 10시 이후엔 먹을 수 없으니 일찍 가도록 하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