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킬 힐(Kill Heel)이 유행이다. 킬 힐은 굽 높이가 10cm를 넘는 하이힐을 말한다. 1992년도 영화 <위험한 독신녀>에서 제니퍼 제이슨 리가 남자의 안구를 사정없이 내리쳐 살해할 때 사용했던 바로 그 힐 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킬 힐은 불황기의 아이템이다. 여성들은 불황이 오면 다른 아이템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키가 크고 당당해 보이는 킬 힐에 투자하는 성향이 있단다. 문제는 2009년의 경제난이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국제적인 재난이라는 거다. 힐의 높이 역시 역사상 최고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울퉁불퉁한 서울의 보도블록에 힐을 잡아먹히며 장렬하게 쓰러져갈 여인의 수도 그만큼 치솟을 테고. 이 모든 ‘킬 힐 재난’을 예견한건 작년 말 열린 프라다의 2009 S/S 시즌 패션쇼였다. 경륜의 모델들이 16cm가 넘는 힐을 신고 걷다가 취객처럼 런웨이 위에 넘어졌다. 일설에 따르면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지구와 키스할 만큼 낮은 플랫슈즈를 신고 이 모든 재난을 백스테이지에서 지켜봤단다. 그걸 두고 몇몇 해외 패션 블로거들이 프라다 여사를 씹어댄 모양인데, 그들의 편협한 시각에 분노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프라다 여사가 모델들을 16cm 하이힐 아래로 추락사 시키려한 진정한 이유를 알아채지 못하다니. 그건 치솟는 물가 아래 쓰러져가는 서민들의 고통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려는 대가의 의도였다. 진짜라니까. 미우치아 프라다는 잘 알려진 이탈리아 공산당 당원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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