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혜교지현이> MBC 저녁 7시 45분시어머니 선우용녀의 등장으로 며느리 정선경은 심기가 불편하다. 게다가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말 많은 김희정, 오지랖 넓은 박미선, 툭하면 영어를 남발하는 최은경, 화통한 홍지민이다. 영락없이 주부 타겟의 주말 드라마 세팅으로 보이겠지만, <태희혜교지현이>는 일일 시트콤이다. 그래서 DJ 윤종신은 엉덩이를 높이 든 자세로 입원을 하고, 김국진은 소심한 그의 캐릭터를 더욱 과장되게 보여준다. 24/7이라는 실제 그룹을 결성하기도 한 노민우, 현우, 이장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잘생긴 이 청년들도 어딘가 멀쩡해 보이지 않는 불안함을 풍긴다. 누구보다도 주목해야 할 인물은 얼굴 허옇고 입술 뻘건, 부담스러운 총각으로 출연하는 문희준. 아직 그 개성을 완연히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작품이지만, ‘보살님’의 열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울 팬들(과 안티팬이었던 사람들)이 충분히 많을 것으로 생각 된다.

<아버지의 깃발> OCN 밤 12시<그랜 토리노>의 개봉 소식을 듣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930년생인 클린트 이스크우드는 아직도 주연은 물론, 감독까지 가능한 건재한 현역이다. 게다가 욕심도 대단해서 소설 <우리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의 영웅들>을 읽고 같은 시기, 같은 장소의 사건을 두 가지 시선을 가진 두 개의 영화로 만들어 내는 거대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도 했다. 오늘과 내일, 밤 12시에 각각 방송되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바로 그 두 작품이다. 전자는 미군 병사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폐해를 다루고 있으며, 후자는 일본군의 입장에서 전쟁의 참상을 다루고 있는데, 3년 전만 해도 삼일절 다음 날 이토 히로부미를 ‘오늘의 세계인물’로 선정할 수 있는 쿨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없었는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국내 개봉이 무산 된 바 있다.

<스페이스 공감> EBS 밤 12시 5분저녁 시간 이후 특별히 재미있는 방송이 없다면 계속 EBS를 시청하는 편이 낫다. 오늘처럼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생생한 인터뷰로 구성한 <다큐 프라임 : 신과 다윈의 시대>와 북극의 곰처럼 환경의 급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남극 아델리 펭귄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10>이 방송되는 날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오늘 밤 방송되는 <스페이스 공감>은 제작진이 특별히 ‘수퍼 세션’이라고 이름 붙인 만큼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재즈 팬들이 직접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 이 공연은 당사자들조차 전무후무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할 정도. 베이스 연주자 서영도, 피아니스트 송영주, 드러머 오종대, 기타리스트 정재열, 그리고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보컬리스트 웅산의 만남은 장르의 팬이 아닌 시청자들에게도 봄밤의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울트라 고급 멤버들을 통해 듣는 ‘Love for sale’과 ‘Misty’는 얼마나 아름다울지, 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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