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노니 머하나”였다. 진중하며 불안한 느낌이 가득한 이 경상도 남자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다섯 글자 때문이었다. KBS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있는데’와 ‘꽃보다 남자’ 송우빈으로 돌아온, 실제로 보면 좀 더 잘생긴 개그맨 허경환을 만났다. 두 경상도 사나이의 대화이므로 “있는데~”의 억양을 좌뇌에 넣어두고 읽었을 때 인터뷰가 더 ‘감칠맛’ 있어진다.

만나서 반갑다.
허경환:
KBS<개그콘서트>에서 ‘봉숭아학당’, ‘꽃보다 남자’ 코너에 출연 중인 KBS 22기 공채 개그맨 허경환입니다.

긴장하지 말라. 편한 인터뷰 하려 하고 있는데.
허경환:
추워서 그렇다. 여기 왜 이렇게 춥나?

미안하다. 난로 여기 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허경환:
부산에서 이벤트 진행 일을 했었는데 일주일에 이틀 일하고 닷새를 쉬는 패턴이었다. 너무 무료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니 머하나’며 오디션 같은 걸 찾다가 신동엽과 함께하는 무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평소 너무 좋아하는 개그맨이라 이름만 보고 그냥 신청했다. 그게 M.net <톡킹18금>이었다. 커다란 캐리어 가방 끌고 6개월 동안 KTX 카풀반장 정말 많이 했다. 그 덕에 차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숙박은 목동 방송회관 앞 찜질방에서 해결했고… 정말 쉽지 않았다. 하하하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길 좋아했었나.
허경환:
그냥 말하길 좋아하는 변두리 토크파이터였다. 미용학과를 갔다가 이내 그만두고 뭘 할까하다가 TV를 보고 있는데 학생들이 방송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순간 ‘저거다!’며 방송연예과에 진학했다.

처음 올라왔을 때 외롭지 않았나.
허경환:
외로웠다. 그래서 사람들 만나는 거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러 잠수를 타기도 한다. 하하하

몸이 너무 좋더라. 언제 운동을 그렇게 했나.
허경환:
어릴 때부터 종합격투기를 해서 몸이 꽤 균형 잡힌 편이었다. <개콘>에서 올림픽 특집을 하는데 박태환역을 맡게 되었다. 감독님이 “그냥 까~” 하셨는데 이왕 하는 거 멋지게 보여주자 하면서 17일 동안 정말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 코너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봉숭아학당’의 4분의 1 분량이 ‘있는데’ 위주로 가고 있다. 특이한 케이스로 자리 잡고 있는데.
허경환:
사실 ‘있는데’, ‘바로~ 이 맛 아닙니까’, ‘미숙이’로 꽤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했는지 편집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렇게 좌불안석이었는데 어느 날 영진이가 ‘그건 니 생각이고’를 날 엮어서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 당황했지만 좋은 코너 만들면 괜찮을거야 라며 위로 하고 있었는데 ‘꽃보다 남자’에서 또 비중 없는 송우빈 역을 맡아서 ‘봉숭아학당’의 연장선 캐릭터가 되어 버린 건 아닌가 씁쓸하다. 녹화가 끝나면 이주의 개그맨을 매주 뽑는데 저번 주에는 내가 뽑혔다. 종이 상장에 적힌 이유는 ‘주연급 외모로 안 웃긴 니주(남의 개그를 받쳐주는 역할)로 ‘봉숭아학당’에 활력을 불어 넣어 이 상을 줌’이라고 적혀있었다. 어쨌든 그런 캐릭터지만 또 덕분에 석 달 정도 잘 살아왔다. 하하하

사투리 개그에 프라이드가 강한 것 같다.
허경환:
감히 이런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개그사에 사투리 개그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보고 싶다. 분야는 다르지만 송강호 씨나 김윤석 씨 같이 어디에도 없는 사투리를 기본으로 한 매력적인 톤을 나도 만들고 싶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허경환:
어릴 때 쓸데없이 다이어트 한다고 키가 좀 안 컸지만 다음 생에 태어나도 딱 요만큼만 됐으면 한다. 하하하

내용이 있는 개그보단 유행어를 만든다거나 말장난을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허경환:
<개콘> 식구들이 늘 지적하는 거다. 심지어 박지선은 진지하게 나에게 유행어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했다.

신동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허경환:
처음 본 날 신동엽 씨가 “죽어라고 해야 된다. 죽어라 하다보면 거기서 빛이 보일 거다”라고 얘기해줬었다. 그때 나는 그냥 일반인 도전자였고,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나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날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연락은 가끔씩 하나.
허경환:
가끔씩 문자를 보내는데 답장이 없으시다. 하지만 내가 다시 답장을 보낸다. 하하하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허경환:
우선은 개그 생각밖에 없다. 정말 좋은 코너 만들어서 뻥 터트리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시트콤에 꼭 출연해 보고 싶다. 근데 요즘 왜 이렇게 시트콤이 없나?

마지막 질문이다. 허경환에게 KTX 카풀이란.
허경환:
내 인생의 승차권이다. 카풀이 없었다면 이 시작이 없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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