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간지님 SBS <카인과 아벨>로 복귀하신 거 봤어? 웃는 거 완전 해맑으시더라. 게다가 술 깨기 위해 세수로 끝내지 않고 기어코 옷 벗고 물을 끼얹는 서비스 샷까지 완전 좋아 죽겠어.
죽으면 쓰나. 그건 그렇고 네 말대로 진짜 서비스 샷이긴 하더라. 수영 선수 출신이라 어깨는 기본으로 넓은 거 알았는데 몸 구석구석 근육이 실하던데? 이제 몸매에서도 권상우, 송승헌에게 밀리지 않겠어. 굳이 옷 벗은 건 뜬금없긴 하지만.

그런 게 좀 있지? 그리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응급의학과 의사가 운동까지 할 시간은 거의 없을 거 아냐. 나야 보면서 좋긴 한데 시비 걸자면 걸 수도 있겠더라.
짬 내서 좋아하는 사람 콘서트까지 보러 다닐 정도면 시간 내서 헬스클럽 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겠어? 그리고 사실 병원에 있는 시설 몇 가지만 이용해도 몸짱이 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병원에 따로 운동기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몸짱이 된단 거야?
사실 부지런하고, 운동에 대한 조예가 약간만 있다면 동네 약수터 운동기구만으로도 몸짱이 될 수 있는 법이지. 사실 몸을 만드는데 시간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장소는 별로 이유가 되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다 가능한 법이지. 내가 차근차근 가르쳐줄게.

아니 기본적으로 근육은 관두고 군살 안 붙는 것부터가 어렵잖아. 수술하는 게 정신적으로는 엄청 피곤하겠지만 메스 드는 게 무슨 운동이 되겠어.
기본적으로 체지방 관리는 운동만큼이나 중요한 게 식이요법이야. 소지섭 본인도 이번 드라마 찍으면서 식이요법으로 몸매 관리를 했다고 했는데 이초인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지. 물론 그래도 군살이 붙을 수 있지만 빠르게 달리기를 하면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감소하지 않아. 일반적인 오래 달리기를 하면 근육이 감소하는 거랑은 다르지. 초인이가 선우 만날 때 미친 듯 병원 옥상까지 뛰어가는 거 봤지? 그 정도 스피드로 심지어 계단을 뛰어 올라가면 몸의 컨디셔닝도 좋아지고, 온 몸의 근육을 전체적으로 자극할 수 있어. 그 정도만 매일 숨이 헐떡이게 해줘도 군살은 처리할 수 있지.

그럼 그 튼튼한 어깨랑 가슴은 어떻게 만드는데.
사실 나라면 옥상으로 미친 듯 뛰어 올라가서 숨을 고른 다음에 그 넓은 공간에서 팔굽혀펴기랑 크런치, 스쿼트까지 한 번에 끝내겠지만 기왕 말 나온 거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쳐줄게. 우선 어깨 근육. 드라마 초반에 초인이가 웬 꼬마를 어깨에 이고 오는 거 봤지? 그 때 밑에 있는 수련의가 이번 달만 몇 번째냐고 그러잖아. 그런 식으로 만날 사람 들쳐 업고 오는 거야. 꼬마 같은 경우면 오다가 가끔 위로 들었다 놨다 하고. 그렇게 상체를 세우고 바벨을 들었다 내리는 걸 밀리터리 프레스라고 하는데 어깨 근육 만드는 덴 그만이거든. 꼬마가 가볍긴 하지만 병원 안 가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지. 대신 흔히 말하는 ‘갑빠’는 밀리터리 프레스로 만들기 어려워. 대신 우리가 흔히 평행봉으로 하는 딥스를 하면 웬만한 무게의 바벨로 벤치프레스 하는 거 이상으로 가슴이 튀어나올 수 있어.

그런데 병원에는 평행봉이 없잖아. 그냥 차라리 옥상이나 샤워실에서 팔굽혀펴기 하는 게 낫겠다.
평행봉은 없지만 더 무지막지한 게 있지. 초인이가 수술하기 전에 링거 비스무레한 거 맞는 거 봤지? 그 때 끌고 오는 거치대 두 개 있잖아. 손잡이가 있으니까 이걸 어깨 넓이만큼 세워 놓고 평행봉처럼 딥스를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이게 정말 무지막지한 게 잘못하면 밑에 있는 바퀴 때문에 옆이나 앞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팔부터 어깨, 가슴, 심지어 복근까지 쥐어짜서 균형을 잡아야 하지. 그 상태로 딥스를 하면… 우와, 생각만 해도 가슴 근육이 쫄깃해지는 걸.

우리…소간지, 아니 이초인 선생께서 병원 일 보면서 몸매 유지하려면 그런 안쓰러운 모습으로까지 운동을 해야 하는 거야?
더 안쓰러운 모습도 연출할 수 있어. 그 탄탄한 복근 봤지? 물론 환자 침대 비는 곳에 누워서 윗몸일으키기나 크런치를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색다른 방법으로도 복근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지. 이사회가 응급의료센터 관련해서 회의했던 회의실 있지? 그 탁자의 한쪽 끝엔 양 팔을, 한 쪽 끝엔 양 발을 대고 엎드려뻗쳐 자세를 하는 거야. 그 자세에선 버티고만 있어도 몸이 후들후들 거리겠지? 원래 일반적인 엎드려뻗쳐를 해도 복근에 상당한 자극을 주는데 그 상태에선 정말 굉장한 자극을 줄 거야.

그 탁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참 신기한 노릇이다.
아무래도 나처럼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주위에 혹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지형지물이 없나 둘러보니까. 그 보성대학병원 옥상으로 통하는 문 위에 있는 콘크리트 문틀 봤지? 난 내 주위에 그런 거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더라. 거기에 매달려서 턱걸이만 하루에 열 개 이상 씩 서너 번만 해도 등 근육이랑 알통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라고.

그런데 말야… 그렇게 운동을 해서 몸짱이 되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그러다 다른 사람이 보면 이초인 선생을 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친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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