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_ 샘 맨데스(<로드 투 퍼디션>, <아메리칸 뷰티>)
주연_ 케이트 윈슬렛,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개봉_ 2009.02.19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완벽한 부부, 프랭크와 에이프릴 사이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바스러질듯 아슬아슬하다. 파리행을 꿈꾸는 그들의 계획도 착착 진행될수록 위태로워 보인다. 그것은 그들에게 벌어질 사건을 예상치 못하더라도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불안감이다. 탈출을 종종 꿈꾸지만 좌절당한 평범한 사람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첫 만남부터 전형적이다. 파티에서 마주친 둘은 호감 가는 인상을 나누고 몇 번의 데이트를 거쳐 결혼을 하고 교외에 정착한다. 성실한 가장과 아름다운 아내의 역할에 열중하다 아이를 낳고, 가벼운 외도를 하는 패턴까지 너무도 전형적이다. 심지어 둘이 다툴 때 내뱉는 레퍼토리까지 뻔해서 그대로 다음 사람의 대사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다. 언젠가 내 주변의 이야기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이야기. 누구네는 이혼한다더라, 누구는 바람을 폈다더라 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그 이야기의 실체를 관객은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결혼 생활에만 천착하진 않는다. 오히려 결혼으로 대표되는 평범한 인생이 얼마나 잔인하고 영위하기 힘든 것인지 보여준다. 한 인간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매순간 얼마나 많은 나를 죽여야 하는지, 자신을 둘러싼 것들이 얼마나 숨 막히는지. 걱정하는 얼굴로 나의 불행을 대화 소재로 삼는 이웃들, 더 이상 나와 공유했던 인생의 가치에는 무관심한 남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내. 그들로부터의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에이프릴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어쩌면 배우를 꿈꾸던 여자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왔을 때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은 그런 에이프릴의 절망감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삶이 너무도 평범해서 견딜 수가 없는지? 내가 속한 곳을 떠나지도 머물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왔는지? 영화에 임한 모든 이가 최고치를 끌어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는 끔찍할 만큼 그런 나와 닮은 사람들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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