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지마 신지의 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끝까지 다 본 작품도 2003년의 <고교교사2>와 2004년의 <프라이드>가 전부다.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인간실격>도 <립스틱>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노지마 신지의 드라마 자체가 자극적인 설정이나 스토리 때문에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편인데다 나 역시 어딘가 신경을 긁는 듯한 그의 이야기들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노지마 신지가 ‘연인 교환’이라는 도발적인 소재이자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지만 <러브 셔플>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4회까지 방송된 <러브 셔플>을 보고 난 뒤의 감상을 말하자면, 보는 사람을 끌어 당기는 노지마 신지 특유의 흡입력이 매력적으로 표현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와핑이 아닙니다, ‘연인 교환’ 입니다

<러브 셔플>은 제목 그대로 ‘연인 교환’이 소재다. 한 고급 맨션의 같은 층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로를 전혀 몰랐던 네 사람이 어느 날 정전으로 멈춘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갇히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고쳐질 때까지 기다리던 그들은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운명의 사람은 과연 한 사람뿐일까?’라는 화제로 이어지고 결국 서로의 연인을 교환해 보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설정만 보면 비슷한 소재인 스와핑을 다룬 끈적끈적한 영화들이 생각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브 셔플>은 오히려 상당히 쿨한 정서가 지배하는 러브 코미디 쪽에 가깝다. 그리고 이 ‘연인 교환’에 참가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을 보는 재미는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과 안고 있는 문제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러브 셔플>에는 모두 4쌍의 남녀가 등장한다. 먼저, 이 ‘연인 교환’의 계기를 만든 인물인 우사미 케이(타마키 히로시)가 있다. 그는 일류 IT기업의 과장이지만 사실은 부잣집 아가씨인 약혼자 카가와 메이(칸지야 시호리) 덕에 예비 장인의 회사에 입사하고 승진했을 뿐 실제로는 엑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그런데 결혼식을 겨우 3개월 앞둔 어느 날 메이가 갑자기 파혼을 선언한다. 졸지에 애인은 물론 직장도, 집도 잃게 된 케이는 찌질해 보일 정도로 매달리지만 메이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이들 중 유일한 여자였던 아이자와 아이루(카리나)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통한 통역가다. 미인인데다 성격도 밝고 시원시원한 그녀지만 왜인지 연애는 그다지 잘 되지 않는다. 아이루의 애인인 오오이시 유키치(다이고)는 상당한 재력을 가진 청년 실업가다. 그는 겉보기엔 순진하고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사랑하는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돈으로 마음을 살 수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도 갖고 있다.

사람으로 쌓인 문제는 사람으로 푼다

또 한 커플은 여성 그라비아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포토그래퍼 세라 오지로(마츠다 쇼타)와 대담하고 섹시한 유부녀 카미죠 레이코(코지마 히지리)다. 오지로는 직설적인 성격과 당당한 태도로 타인의 마음을 읽는데 능하다. 레이코는 바람을 피우는 남편이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자신도 여러 남자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중이다. 육감적인 몸매를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욕망을 드러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연인 교환’을 제안한 장본인인 키쿠타 마사토(타니하라 쇼스케)가 있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케이, 아이루, 오지로가 모두 교제 중인 상대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듣고는 ‘사랑보다 중요한 건 서로 얼마나 잘 맞느냐가 아닐까?’라며 ‘러브 셔플’을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로는 연인이 아니지만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자신의 환자 하야카와 카이리(요시타카 유리코)를 참여시킨다. 미사토는 재능 있는 미대생이지만 환각을 보고 강한 자살 욕구에 시달리고 있다.

일주일씩 돌아가며 서로의 연인을 교환한다는 설정이지만 <러브 셔플>은 그저 자유롭고 자극적인 성관계를 원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처음 제안한 이가 정신과 의사인 마사토라는 점에서 미루어 보듯이 <러브 셔플>의 ‘연인 교환’은 일종의 치유 행위이기도 하다.
각자 자신 내면의 문제는 물론 이로 인해 인간관계에까지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각자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아직 방영 분량이 많이 남은데다 작가가 노지마 신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러브 셔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벌어질 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노지마 신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줄 것은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더불어 이 네 쌍의 연인들이 교차하는 사랑의 작대기를 거쳐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도 말이다.

*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요즘 화제인 <꽃보다 남자>와 연관 있는 사소한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자면 키쿠타 마사토 역의 타니하라 쇼스케는 1995년 영화판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도묘지 츠카사(구준표) 역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세라 오지로 역의 마츠다 쇼타와 카가와 메이 역의 칸지야 시호리 역시 각각 드라마판 <꽃보다 남자>에서 소지로(소이정)와 사라(소이정의 첫사랑) 역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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