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70년대는 패라 포셋의 깃털머리를 흉내낸 헤어스타일의 아줌마들과 넓은 셔츠 깃을 공작 깃털 자랑하듯이 가죽 재킷 위로 꺼내 놓은 아저씨들의 시대다. 70년대 경찰하면 배한성과 양지운 아저씨가 너무도 감칠맛나게 더빙한 <스타스키와 허치>와 주인공이 탄 하얀색의 굵은 줄무늬가 있는 빨간 포드 토리노가 떠오른다. 최근 겨울 휴식기간을 마치고 다시 방송을 시작한 ABC TV의 새 시리즈 <라이프 온 마스>는 <뉴욕 타임스>의 평처럼 AMC의 <매드 멘>이 60년대 초반 뉴욕 상류층의 문화를 조명한 것과 대조적으로 70년대 뉴욕 길거리 문화를 미학적으로 잘 표현했다. 또 이 시리즈는 70년대 경찰 드라마, 특히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이 시리즈가 동명 BBC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이지만, 뉴욕으로 옮겨 심기를 너무 잘했다.
1973년으로 떨어진 2000년대 형사
2008년, 뉴욕시경 형사 샘 타일러(제이슨 오마라)는 연쇄살인범이 경찰 파트너이자 연인인 마야 (리사 보넷)를 납치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차에 치인다. 그러나 샘은 아이팟 달린 지프 대신 커다란 테이프 플레이어가 달린 클래식 머슬카 옆에 깨어난다. 가죽 재킷에 폴리에스터 옷을 빼입은 자신의 모습에 당황해 하는 샘에게 다가온 한 경관. 그에게 “내 셀(cell)폰 어디있지?”하고 혼잣말을 하지만 경관은 “뭘 판다(sell)고?”라며 되묻는다.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든 샘 앞에는 9.11 테러공격으로 무너졌던 월드트레이드센터 트윈타워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웅장하게 서있다. 그가 깨어난 곳은 뉴욕시가 맞지만 때는 1973년. SF와 수사물을 적당히 접합시킨 이 시리즈는 “왜 샘이 1973년에 던져졌는가?”를 추적하기 보다는 샘과 다른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에 더 집중한다. 조연을 맡은 쟁쟁한 배우들의 리스트는 물론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독특함 때문에 SF적인 요소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
샘은 1973년에도 같은 관할구역에서 배치 된다. 구식 전화기에 타자기가 놓여있는 경찰서에서 PC와 DNA, 다이어트 콜라를 운운하는 샘을 모두 ‘미친 놈’취급한다. 자기를 놀리려는 것으로 착각한 샘이 소란을 피우자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다가와 설명을 자처한다. 그의 간단한 설명법은 바로 주먹. 그는 샘의 복부를 사정없이 가격한다. 이 아저씨가 바로 부서장 진 헌트다. 진 역할은 <악질 경찰>(Bad Lieutenant)과 <민 스트릿> 등으로 뉴요커를 잘 표현했던 베테랑 하비 카이텔이 맡았다. 숨도 잘 못쉬는 샘 옆에서 곱슬거리는 장발에 그룹 빌리지 피플과 포르노 배우의 중간쯤 되는 콧수염을 기른 느끼해 보이는 남자가 하나 서 있는데, 그는 바로 샘의 동료 형사가 될 레이 칼링이다. 레이 역에는 <소프라노스>로 유명한 마이클 임페리올리가 출연한다. 실제 1973년 부터 여성경찰을 고용하기 시작한 뉴욕시경의 정책으로 입사한 유일한 여성경찰은 앤 노리스 (그레첸 몰), 그리고 아직도 순진함이 뭍어 나오는 또 다른 형사 크리스 스켈튼 (조너선 머피) 등이 출연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오마라는 미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이리시 배우로 탄탄한 조연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감수성 있는 샘을 정감있게 연기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라이프 온 마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카이텔의 연기다. 시리즈 전체를 결속시키는 그는 특히 샘과의 호흡이 빛난다. 에피소드 8편에서 자신을 끝내 사랑해 주지 않았던 부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은 가슴을 저민다.
사실 가장 큰 주인공은 뉴욕, 그 자체
식 수사에 익숙한 샘은 70년대 뉴욕경찰의 수사방법에 혀를 내두른다. 부하직원들과 직접 현장에서 뛰기 좋아하는 진은 수색영장을 믿지 않는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 용의자를 일단 주먹으로 치고 본다. 물론 체포한 용의자에게 권리를 말해주지도 않고, 변호사도 불러주지 않는다. 부하직원은 한술 더뜬다. 자신을 꽤나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는 레이는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 차별주의자다. 그렇다고 이들이 부패하거나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처럼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확산되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할까. 물론 아직도 완벽하게 확산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샘은 이처럼 아직 진화가 덜 된 듯한 상사, 동료들과 함께 매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이 과연 왜 과거로 떨어지게 됐는지 차차 알아낸다.
원래 LA를 배경으로 제작된 파일럿 에피소드가 퇴짜를 맞은 후 주인공 샘 역의 제이슨 오마라를 제외한 모든 배역이 다시 캐스팅 됐다. 그리고 배경도 뉴욕으로 바꿨다. 제작사에 따르면 70년대의 독특한 문화를 가졌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시리즈 진행상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여기에 몇년 전부터 뉴욕주와 뉴욕시정부가 시작한 세금 인센티브 정책 또한 크게 작용했다. 뉴욕주나 뉴욕시 내에서 촬영하는 영화나 TV 시리즈의 경우 세금 부문에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이 바로 그것. 그래서 비교적 고건물이 잘 유지된 뉴욕시 내 퀸즈 보로에서는 종종 <라이프 온 마스> 촬영팀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 눈에 띌만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어 다음 시즌까지 계속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1973년으로 떨어진 2000년대 형사
2008년, 뉴욕시경 형사 샘 타일러(제이슨 오마라)는 연쇄살인범이 경찰 파트너이자 연인인 마야 (리사 보넷)를 납치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차에 치인다. 그러나 샘은 아이팟 달린 지프 대신 커다란 테이프 플레이어가 달린 클래식 머슬카 옆에 깨어난다. 가죽 재킷에 폴리에스터 옷을 빼입은 자신의 모습에 당황해 하는 샘에게 다가온 한 경관. 그에게 “내 셀(cell)폰 어디있지?”하고 혼잣말을 하지만 경관은 “뭘 판다(sell)고?”라며 되묻는다.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든 샘 앞에는 9.11 테러공격으로 무너졌던 월드트레이드센터 트윈타워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웅장하게 서있다. 그가 깨어난 곳은 뉴욕시가 맞지만 때는 1973년. SF와 수사물을 적당히 접합시킨 이 시리즈는 “왜 샘이 1973년에 던져졌는가?”를 추적하기 보다는 샘과 다른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에 더 집중한다. 조연을 맡은 쟁쟁한 배우들의 리스트는 물론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독특함 때문에 SF적인 요소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
샘은 1973년에도 같은 관할구역에서 배치 된다. 구식 전화기에 타자기가 놓여있는 경찰서에서 PC와 DNA, 다이어트 콜라를 운운하는 샘을 모두 ‘미친 놈’취급한다. 자기를 놀리려는 것으로 착각한 샘이 소란을 피우자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다가와 설명을 자처한다. 그의 간단한 설명법은 바로 주먹. 그는 샘의 복부를 사정없이 가격한다. 이 아저씨가 바로 부서장 진 헌트다. 진 역할은 <악질 경찰>(Bad Lieutenant)과 <민 스트릿> 등으로 뉴요커를 잘 표현했던 베테랑 하비 카이텔이 맡았다. 숨도 잘 못쉬는 샘 옆에서 곱슬거리는 장발에 그룹 빌리지 피플과 포르노 배우의 중간쯤 되는 콧수염을 기른 느끼해 보이는 남자가 하나 서 있는데, 그는 바로 샘의 동료 형사가 될 레이 칼링이다. 레이 역에는 <소프라노스>로 유명한 마이클 임페리올리가 출연한다. 실제 1973년 부터 여성경찰을 고용하기 시작한 뉴욕시경의 정책으로 입사한 유일한 여성경찰은 앤 노리스 (그레첸 몰), 그리고 아직도 순진함이 뭍어 나오는 또 다른 형사 크리스 스켈튼 (조너선 머피) 등이 출연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오마라는 미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이리시 배우로 탄탄한 조연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감수성 있는 샘을 정감있게 연기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라이프 온 마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카이텔의 연기다. 시리즈 전체를 결속시키는 그는 특히 샘과의 호흡이 빛난다. 에피소드 8편에서 자신을 끝내 사랑해 주지 않았던 부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은 가슴을 저민다.
사실 가장 큰 주인공은 뉴욕, 그 자체
원래 LA를 배경으로 제작된 파일럿 에피소드가 퇴짜를 맞은 후 주인공 샘 역의 제이슨 오마라를 제외한 모든 배역이 다시 캐스팅 됐다. 그리고 배경도 뉴욕으로 바꿨다. 제작사에 따르면 70년대의 독특한 문화를 가졌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시리즈 진행상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여기에 몇년 전부터 뉴욕주와 뉴욕시정부가 시작한 세금 인센티브 정책 또한 크게 작용했다. 뉴욕주나 뉴욕시 내에서 촬영하는 영화나 TV 시리즈의 경우 세금 부문에서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이 바로 그것. 그래서 비교적 고건물이 잘 유지된 뉴욕시 내 퀸즈 보로에서는 종종 <라이프 온 마스> 촬영팀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 눈에 띌만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어 다음 시즌까지 계속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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