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당당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리얼리티 쇼가 시작된다. 미국 브라보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구입하여 제작된 <프로젝트 런웨이 KOREA>의 기자 시사회가 2월 3일,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우철 PD와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하는 모델 이소라가 참석했으며, 1회 분의 방송이 미리 공개되었다.

그동안 방송계는 고질적인 표절 의혹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그러나 <프로젝트 런웨이 KOREA>는 ‘정식 한국 버전’이라는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 따라서 방송의 진행 방식과 세트 디자인, 로고는 물론 자막의 위치나 카메라워크마저도 오리지널 <프로젝트 런웨이>와 거의 동일하게 구현된다.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제작 가이드북에 정리된 노하우를 기초로 미국 현지 제작진과의 만남을 통해 최대한 원작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는 이우철 PD는 “따라하는 것조차도 힘들다”는 말로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포맷 구입 계약에 명시된 준수 사항을 따르는 것은 물론, 이미 원작을 수년 간 봐 온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오리지널과 유사한 퀄리티의 방송을 만들어야 했지만 미국의 1/10 수준인 제작비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부족한 비용은 인력으로 메우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특히 오디오 시스템의 경우 “미국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마이크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고민한 부분이지만 결국은 시스템 인프라의 격차를 실감하고 한계를 받아들였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스타 진행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개성 강한 참가자들

‘바이블’은 진행자와 심사위원의 선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방송인 것 같아 출연 제의에 매우 기뻤다고”고 소감을 밝힌 이소라는 오리지널의 하이디 클룸과 마찬가지로 인지도 높은 모델이라는 점에서 발탁 되었고,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패션 매거진 엘르의 편집장인 신유진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또 한명의 심사위원인 ANDY&DEBB의 김석원 수석디자이너는 오랜 뉴욕 생활에서 얻은 감각과 미니멀한 취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의 심사 기준과 유사한 평가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장인 간호섭 교수가 참가자들의 멘토가 되어 주는 팀 건의 역할을 하며, 첫 방송의 특별 심사위원으로 오리지널 <프로젝트 런웨이>에 참가했던 빅토리아 홍이 출연 하는 등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모양의 그릇을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그 안에 담기는 내용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인종들이 ‘미국인’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오리지널과 달리 오히려 전 세계에 흩어져 각자 다른 환경에서 패션을 공부한 ‘한국인’들이 참가하는 <프로젝트 런웨이 KOREA>는 원작과 다른 캐릭터들로 색다른 재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참가자 예심에 있어서 실력과 캐릭터를 같은 비중으로 평가했다. 오디션에 지원한 500여 명 가운데, 본선에 진출한 14명은 뉴욕의 파슨스,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등 해외 명문 디자인 스쿨 출신의 유학파부터 공대 재학 중에 디자인 복수 전공을 결심한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리얼리티 쇼 제작에 회의적인 마음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을 만나보고 나서 가능성에 확신이 들었다. 참가자 모두 재능 있을 뿐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심이 대단한 사람들이다”는 이우철 PD의 말처럼,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의상 뿐 아니라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 간의 관계 또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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