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타입은 2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광기에 찬 캐릭터이다. 그래서 나는 B급 공포영화 <이블 데드>를 사랑한다. 청소년기에 그 영화를 처음 접했는데 비디오 대여점에서 테이프로 빌려 봤다. 정말 무지막지한 영화였고 당시에 난 꽤 놀랐던 것 같다. 영화는 삭제투성이였지만, 정말 독특하고 무서웠고 잔인했다. 피가 난무하는 와중에, 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1,2,3편을 다 찾아보고 중고로 구입도 했다. 그 후에 대학교 때 무삭제 판을 접하게 되었는데,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잔인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뭔가… 뭔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 그렇다. 그 영화는 잔인하고 피가 난무하는 가운데 너무 난무한 나머지, 웃겼다. 그래서 나는 그 영화가 너무 좋았던 거다. 광기에 찬 주인공인 애쉬(브루스 캠벨)도, 그런 영화를 만들어낸 샘 레이미도, 너무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이렇게 잔인하면서도 웃긴 영화를 만들 사람이 과연 또 존재할까 싶었는데, 뒤져보니까 또 한 명이 있긴 있더라. 바로 피터 잭슨이었다.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와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 그 둘은 그 세계의 양대 산맥이었다. 사람들은 지금은 그들을 바라보며 <스파이더맨>과 <반지의 제왕>부터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나는 <스파이더맨2>에서 <이블 데드>의 흔적을 찾아내며 기뻐하기 바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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