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_ 빅뱅의 ‘우엉남’ 역할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태어난 욕망의 전사. 특히 좁은 어깨와 마른 골반이 섹시하다.

심심하면 도쿄타워를 범하고 프리패스로 지옥을 들락날락 거리며 마음만 먹으면 지구정복 따위는 문제도 아니라는 데스메탈계의 제왕 ‘클라우저 2세’. 그의 무시무시한 악명은 울던 아이도 메탈 샤우팅을 내뿜게 한다고 하고 평범한 중년 아저씨마저 자신의 성적 노리개로 만들 만큼 대단하다고 하여 도쿄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열광적인 무대에서 내려와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가발을 벗고 나면 그 안에서 드러나는 정체는 평범하다 못해 촌스러운 시골청년 네기시다. 이 찌질한 ‘우엉남’의 원래 꿈은 세련되고 달콤한 팝 뮤지션이었으나 어쩌다가 원하지도 않는 데스메탈 뮤지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점점 그 파괴적인 명성을 높여가고, 메탈계의 제왕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라가게 되는 과정이 바로 지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만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요즘은 좀 이상한 것이 이 더티한 만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떤 가수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주인공인 심약한 우엉남 네기시가 떠오른다. 그는 바로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빅뱅의 승리 군이다.

어리게만 보였던 승리 군, 어느 날 갑자기!

솔직히 처음에 승리 군이 ‘STRONG BABY’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깬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통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좁은 어깨, 스키니 정장이 헐렁거릴 정도로 비쩍 말라 슬퍼 보이는 하체, 아무리 섹시하게 치켜 뜨려 해도 타고난 다크서클 때문에 며칠 밤샌 수험생마냥 피곤해 보이기만 하는 눈매 등의 비주얼을 지닌 그가 갑자기 총 맞은 사람마냥 카메라에 윙크를 날리고 골반을 흔들어 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다 민망해졌다. 너무 치기 어려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그런 그가 치기 어려 보이기는커녕 정반대로 무척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는 탑처럼 타고난 섹시함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권지용이나 동영배군처럼 오랜 시간을 갈고 닦은 간지와 실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빅뱅의 ‘우엉남’ 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용감하게 그 굴레를 깨버리고 자신의 숨겨두었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한풀이 같은 솔로 무대는 보면 볼수록 평소의 숨겨두었던 욕망과 울분을 데스메탈로 분출하는 네기시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렇다, 우엉남이라고 욕망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좀 그런 편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빅뱅의 멤버인 승리 군과 동격이라거나 비슷하다거나 하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니 팬 여러분들은 분노하지 말아주시길.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나도 평소에 승리 군처럼 늘 착해 보이는 모습, 예의 바른 모습을 본의 아니게 은근히 강요당하면서 살아왔고 또 그런 척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더 잘생긴 사람, 훨씬 더 간지나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승리 군, 우엉남을 대표해주세요

하지만 여기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우리 우엉남들에게도 멋있어 보이고픈 욕망이 존재한다. 남 눈치 안보고 강하게 섹시함을 어필해 보고 싶기도 하고 어디 가서 싸움 잘하는 척도 좀 해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나처럼 비실거리면서 살지 않고 용감하게 일어선 승리 군이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승리 군이 우리 우엉남들을 대표하여 계속 강하게 나갔으면 한다. 섹시한 백댄서 언니들과 당당하게 부비부비도 좀 하고 정장에 꽃 달고 인상 쓰면서 멋있는 척도 맘껏 하고. 음, 그러고 보니 승리 군은 원래부터 좀 잘생기고 뽀샤시한 인간이기는 하다. 그게 다른 빅뱅 멤버들 사이에 묻혀있으니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것 일뿐인 것 같기도 하고. 다 쓰고 나니까 승리 얘는 우리 같은 우엉남이 아닌 것 같은데?

김종민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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