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 무명의 신인에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에서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 권상우의 연인을 연기 했다. 그들과 함께 한류스타가 됐다. 트렌디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인생을 산 톱스타.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의 다른 점. 톱스타가 된 뒤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TV속에서도 한류스타를 연기하는 서른세 살 톱스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최지우
최지우
이자벨 아자니 : 프랑스의 여배우. 최지우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디아볼릭> 개봉 당시 수입사가 개최한 ‘이자벨 아자니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며 5백만 원의 상금을 받았고,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이미 MBC 공채 탤런트였던 최지우가 이런 선발대회에 출연한 것은 당시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 선발대회 참가 전, 드라마의 단역으로 출연하던 최지우는 영화 <귀천도>에서 김민종이 사랑하는 역할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매일 영화 제작사에 작품에 대한 소감을 적어내고, 영화의 장소 헌팅까지 따라다녔을 정도. 하지만 잦은 시나리오 변경으로 캐릭터가 달라져 도저히 출연이 불가능할 정도가 돼 최지우는 <귀천도>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때의 상심으로 인해 “더 크게 망신당할 것도 슬플 일도 없”다고 생각했던 최지우는 1등을 하면 영화에 출연시켜 준다는 말에 ‘이자벨 아자니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연기자 이력 자체가 트렌디 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시작된 셈.

배용준 : 그냥 배우나 톱스타라는 말로는 부족한 한류 스타. 최지우와 배용준은 KBS <첫사랑>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당시 최지우는 여주인공인 효경 역에 캐스팅됐지만, 미리 캐스팅된 연극 출연을 하기 위해 이를 고사했다. 이후 제작진이 다시 그에게 제안한 배역이 배용준의 연인이었던 석희 역이었다. 당시 최지우는 선배였던 배용준을 어려워 해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고. 그러나 두 사람은 몇 년 뒤 KBS <겨울연가>에 함께 출연하면서 교제설이 돌 만큼 친해졌고, <겨울연가>는 그들을 한류스타로 만들었다. <겨울연가>는 최지우가 출연한 SBS <아름다운 날들>, SBS <천국의 계단>과 함께 남자 주인공과의 비극적인 사랑, 초반에는 당차지만 후반에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여주인공, 불치병 등 ‘한류 드라마’의 공식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

최지우가 유독 이런 드라마에 많이 출연한 것은 배우로서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백치미라고 불릴 정도로 순한 얼굴을 가졌지만, 최지우는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 <올가미> 등에서 코미디나 스릴러 연기도 했을 만큼 동적인 연기도 가능했다. 이 때문에 최지우는 <천국의 계단>에서 당시 악녀 캐릭터로 출연한 김태희의 뺨을 때리고, 그 뒤에는 연인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청순가련의 여주인공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었다. 여주인공의 활발한 캐릭터가 전반을 이끌고, 후반에는 온갖 난관에도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의 멋진 멜로가 부각되는 트렌디 드라마에는 최적화된 배우였던 셈. 그와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들이 연이어 한류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겨울연가>의 윤석호 PD는 “최지우는 이미지는 좋았지만 연기에 관해서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촬영을 해보니 그런 불안이 모두 날아갔다. 드라마 전반은 최지우가 감정을 리드해야 하는 신이 많았는데 훌륭하게 소화했다. 배용준의 연기가 빛난 것은 최지우가 잘 리드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경규 : MC.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에서 최지우를 속였다. 당시 최지우는 김국진과 코믹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찍다 구경꾼에게 봉변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에피소드 외에도 최지우는 몰래카메라에 많이 당하기로 유명하다. 전쟁을 소재로 말도 안되는 내용의 단막극을 찍으면서도 열연을 하다 얼굴이 엉망이 되기도 했고, 여자 출연자들 앞에 귀신을 등장시켜 놀라게 하는 KBS <슈퍼선데이>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심지어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는 그가 출연하던 연극 <투 비 오어 나 투 비>의 무대가 끝난 뒤 관객들에게 “원래 그렇게 연기를 못하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게 했을 정도. 당시 최지우는 관객 앞에서 울 수도 없어서 멍하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런 몰래카메라는 최지우의 스타성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몰래 카메라를 할 때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속고, 때론 연예인이라는 신분과 관계없이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최지우의 모습은 대중에게 최지우 특유의 백치미를 부각시켰고, 이는 최지우가 트렌디 드라마에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순수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정린 : 방송인. 데뷔 초 여러 톱스타들의 성대모사로 화제가 됐다. 그 중에서도 최지우 성대모사는 조정린의 단골 레퍼토리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실땅님’(실장님), ‘덩서야’(정서야) 등 최지우의 부정확한 발음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최지우에게 ‘혀짧은 발음’은 큰 스트레스였다. 최지우는 조정린에 대해 “직접 만나면 양 볼을 꼬집어주고 싶을 만큼 속상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창 발음이 화제가 됐을 때는 “매니저에게 ‘실장님’이라고 불렀더니 ‘와, 발음을 제대로 하네’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더라”는 말을 했을 정도. 또한 최지우는 한 40대 주부가 1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악성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고, 일본에서 드라마 <윤무곡>에 출연할 당시에는 일본 언론에서 확인 절차 없이 “촬영을 하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기사를 써 연출자가 구체적인 해명을 하기도 했다. 최지우는 이에 대해 “난 공공장소에 조차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 사람들이 나에 대한 잘못된 루머들을 퍼뜨릴 때 자기 회의에 빠져 괴롭다”며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SBS <스타의 연인>에서 온갖 루머에 시달리고, 작은 일 하나도 엄청난 일로 부풀려지는 상황을 겪는 이마리의 인생은 최지우의 실제 인생이기도 한 셈이다.

이병헌 : 배우. <아름다운 날들>과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 함께 출연했다. 최지우는 <아름다운 날들>을 통해 “MBC <진실>과 MBC <신귀공자>를 하면서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던” 자신을 추스르면서 처음으로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날들>부터 ‘연기자’ 최지우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작품부터 발음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났고, <아름다운 날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한 것 역시 최지우의 이미지를 고정시켰다. 물론 최지우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베드신과 욕설 연기를 소화하고, MBC <에어시티>는 <겨울연가>같은 작품과 달리 일에 몰두하는 전문직 여성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나름대로 변신을 시도했다. 또한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함께 출연한 추상미가 “배우의 근성이 있다. 악바리 기질과 악착같음이 있다”고 말할 만큼 촬영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최지우의 근성은 유명하다. 그러나 어떤 작품을 연기해도 최지우 특유의 톤과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아 대중에게 정말 변신했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고, 최지우 역시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변신”을 선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미지를 깰 만큼 파격적인 변신은 하지 않았다. 한류스타가 된 뒤 연기자로서 최지우의 성장은 더뎌졌던 셈. 최지우는 “난 100% 후천적인 배우다.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는 쑥스럽다. 그래도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힘들어도 계속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연기자 경력에 비해 늘 논란의 대상이 되는 최지우의 연기력은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최지우도 이제 서른셋이다.

고이즈미 : 일본 전 총리. 최지우는 ‘2005년 한일공동 방문의 해’ 홍보대사 자격으로 당시 총리였던 고이즈미와 만났고, 고이즈미는 <겨울연가>의 촬영 현장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최지우에 대한 호감을 비쳤다. 이미 잘 알려졌듯 최지우는 배용준과 함께 최고의 한류스타다. 최지우가 출연한 일본 드라마인 TBS <윤무곡>은 기대보다는 저조한 성적이라는 평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11회 평균 시청률 15.9%로 동시간대 2위 정도는 유지했다. 이제 최지우가 출연한 작품에는 언제나 일본 측의 투자나 수입제의가 따라붙는다. <스타의 연인> 역시 제작자 중 한 명이 일본인이다. 오히려 문제는 한국 시장이다. 최지우는 <윤무곡>, 한중일 합작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 자신이 불치병 환자로 출연하며 한류스타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영화 <연리지> 등에 출연하며 한류스타로서의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흐름에서 멀어진 사이 한국에서는 <천국의 계단>같은 드라마가 더 이상 히트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최지우는 최근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지우는 과연 한국에서 예전 같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이마리 : <스타의 연인>에서 최지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스타의 연인>에는 최지우의 여러 모습이 동시에 들어있다. 이마리는 최지우처럼 한류스타고, <스타의 연인>은 최지우의 힘으로 일본에서 투자를 받았다. 또한 톱스타와 평범한 남자의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라는 설정은 기존 한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반면, 전작들과 달리 남성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자신이 톱스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남자를 대하는 최지우의 모습은 기존 캐릭터와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기도 하다. <스타의 연인>은 최지우의 현실과 드라마 속 모습,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셈. 최지우는 과연 이 작품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예전 그대로의 한류스타일까, 아니면 새로운 최지우일까. 최지우는 스스로 “지금껏 일하며 굴곡이 없었다”라고 말할 만큼 순탄한 톱스타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런 톱스타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온다. 트렌디 드라마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은.

Who is next
최지우와 <스타의 연인>에 함께 출연한 유지태가 출연한 영화 <야수>의 영상으로 자신의 노래, ‘하늘을 걸어서’ 뮤직비디오를 만든 휘성

10 LINE list
탑(T.O.P)김정은윤종신김종국 – 최지우

강명석 two@10asia.co.kr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