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혹은 노희경이 집필하거나, 아니면 김명민이 출연하거나. <10매거진> 기자들과 TV평론가들이 선정한 2008년 최고의 드라마, 감독, 작가, 배우의 명단을 통해 올해 나온 좋은 드라마의 기준을 정하면 그렇다. 소수 작품과 소수 작가, 그리고 한 명의 배우에게 몰린 이 투표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감독과 작가, 배우의 균형 잡힌 트라이앵글이 없었다
이번 선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특정한 작품이나 사람의 이름이 아닌, 공란이다. 작품 부문에서 1개, 연출 부문에서는 3개나 있는 이 공란은 올해 드라마들의 질적 흉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어떤 감독에게서도 웰메이드한 촬영이나 신선함을 찾을 수 없었던”(김교석) 연출력의 부재만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신윤복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아름답고 꼼꼼하게 형상화해”(김은영) “한 폭의 흥미로운 풍속화를 완성해 낸”(백은하) <바람의 화원> 장태유 감독이 연출 부문에서 3명의 지지를 얻었지만 <바람의 화원>은 누구에게도 최고 작품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복수극이라는 통속적 틀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전된 역할극을 통해 여성의 욕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김선영)주며 “결국 드라마는 이야기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최지은)을 증명한 김인영 작가의 <태양의 여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감독과 작가, 배우의 균형 잡힌 트라이앵글을 보기 힘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바람의 화원>의 경우 영상은 탁월했지만 주인공인 신윤복(문근영)과 김홍도(박신양) 간의 관계와 감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모호해졌고, <태양의 여자>는 이야기의 밀도가 높은 대신 연출의 클리셰가 눈에 띄었다. 이런 불균형이 올해 드라마들의 전체적 질적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에 “배우, 작가, 감독 모두 공평하게 파이를 나눠 갖는다면 2008년 드라마 중 가장 평균점이 높았던 작품”(백은하)인 <그들이 사는 세상>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인간과 인생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진지하게 풀어가는”(윤이나) 노희경 작가의 필력을 통해 20여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의 일과 사랑을 디테일하게 그린 이 드라마는 “서사에 대한 강박 없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고민과 아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엄청난 진정성”(정진아)으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 위로를 받는 느낌”(장경진)을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김명민, 무엇을 하든 기대되는 거의 유일한 배우”
어딘가 비대칭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 사이에서 꿈꿀 권리라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석란시향과 마우스필의 눈물겨운 모습을 통해 “시청률은 물론 사회적 반향도 면에서도 플러스 알파”(조지영)를 보여준 <베토벤 바이러스>는 한 부문의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도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제작진이나 시청자 모두에게 모험이었던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 공연 실황 등을 세련되면서도 흥미롭게 연출”(최지은)해 “협소한 드라마 지평에 새로운 장르를 성공적으로 안착”(김선영)시킨 이재규 감독의 역량이나 홍진아·홍자람 작가의 “어느 순간 진심을 건드리는 대사들”(위근우)도 좋았지만 이 드라마는 결국 ‘강마에’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기억될 것이다.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지 않나?”(장경진), “말이 필요한가?”(윤이나), “무엇을 하든 기대되는 거의 유일한 배우”(이지혜)라는 김명민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는 “‘강마에’를 창조하기 위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김은영)내며 “그가 등장하는 화면과 그렇지 않은 화면 사이의 ‘장력’차이가 느껴질 정도”(조지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타급 배우의 기용이 편성을 따기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된 요즘, “드라마 속에서 배우가 비단 손과 발 얼굴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없으면 도저히 몸을 지탱 할 수 없는 척추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백은하)한 김명민은 원톱 주연의 능력 하나로도 드라마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어떤 작품도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
2007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드라마 흉년 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건 역시 김수현 작가 정도일 것이다. “삶을 통찰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서 따라올 자가 없는”(장경진) “이 꼿꼿한 보수주의자는 더 이상 파고들 것이 없을 것 같은 ‘가정사’에서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어”(조지영)내며 자칫 가족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주말 가족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이제는 멸종되었다고 생각한 드라마의 사회적 기능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 작품”(김선영)으로 완성시켰다. 이처럼 거장의 내공을 통해 만들어진 웰메이드 드라마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에 반해 2007년의 <메리대구 공방전>이나 <막돼먹은 영애씨>, <얼렁뚱땅 흥신소>, <마왕>처럼 발랄한 재기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록 완성도 면에서 최고라 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원전의 복제나 퓨전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진지하게 ‘현재와 대화’”(김은영)한 <쾌도 홍길동>은 홍자매 특유의 발랄한 감수성을 사극에 제법 성공적으로 녹여냈다는 면에서 2008년이 거둔 하나의 수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몇몇 작가와 배우에게 의존한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 수확이 2009년의 결실로 이어질 씨앗이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 “어떤 작품도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강명석)는, 2008년 드라마의 가능성 부재에 대한 지적이 더욱 뼈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감독과 작가, 배우의 균형 잡힌 트라이앵글이 없었다
이번 선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특정한 작품이나 사람의 이름이 아닌, 공란이다. 작품 부문에서 1개, 연출 부문에서는 3개나 있는 이 공란은 올해 드라마들의 질적 흉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어떤 감독에게서도 웰메이드한 촬영이나 신선함을 찾을 수 없었던”(김교석) 연출력의 부재만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신윤복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아름답고 꼼꼼하게 형상화해”(김은영) “한 폭의 흥미로운 풍속화를 완성해 낸”(백은하) <바람의 화원> 장태유 감독이 연출 부문에서 3명의 지지를 얻었지만 <바람의 화원>은 누구에게도 최고 작품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복수극이라는 통속적 틀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전된 역할극을 통해 여성의 욕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김선영)주며 “결국 드라마는 이야기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최지은)을 증명한 김인영 작가의 <태양의 여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감독과 작가, 배우의 균형 잡힌 트라이앵글을 보기 힘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바람의 화원>의 경우 영상은 탁월했지만 주인공인 신윤복(문근영)과 김홍도(박신양) 간의 관계와 감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모호해졌고, <태양의 여자>는 이야기의 밀도가 높은 대신 연출의 클리셰가 눈에 띄었다. 이런 불균형이 올해 드라마들의 전체적 질적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에 “배우, 작가, 감독 모두 공평하게 파이를 나눠 갖는다면 2008년 드라마 중 가장 평균점이 높았던 작품”(백은하)인 <그들이 사는 세상>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인간과 인생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진지하게 풀어가는”(윤이나) 노희경 작가의 필력을 통해 20여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의 일과 사랑을 디테일하게 그린 이 드라마는 “서사에 대한 강박 없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고민과 아픔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엄청난 진정성”(정진아)으로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 위로를 받는 느낌”(장경진)을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김명민, 무엇을 하든 기대되는 거의 유일한 배우”
어딘가 비대칭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 사이에서 꿈꿀 권리라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석란시향과 마우스필의 눈물겨운 모습을 통해 “시청률은 물론 사회적 반향도 면에서도 플러스 알파”(조지영)를 보여준 <베토벤 바이러스>는 한 부문의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도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제작진이나 시청자 모두에게 모험이었던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 공연 실황 등을 세련되면서도 흥미롭게 연출”(최지은)해 “협소한 드라마 지평에 새로운 장르를 성공적으로 안착”(김선영)시킨 이재규 감독의 역량이나 홍진아·홍자람 작가의 “어느 순간 진심을 건드리는 대사들”(위근우)도 좋았지만 이 드라마는 결국 ‘강마에’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캐릭터로 기억될 것이다.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지 않나?”(장경진), “말이 필요한가?”(윤이나), “무엇을 하든 기대되는 거의 유일한 배우”(이지혜)라는 김명민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는 “‘강마에’를 창조하기 위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완전히 새로 만들어”(김은영)내며 “그가 등장하는 화면과 그렇지 않은 화면 사이의 ‘장력’차이가 느껴질 정도”(조지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타급 배우의 기용이 편성을 따기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된 요즘, “드라마 속에서 배우가 비단 손과 발 얼굴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없으면 도저히 몸을 지탱 할 수 없는 척추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백은하)한 김명민은 원톱 주연의 능력 하나로도 드라마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어떤 작품도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
2007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드라마 흉년 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건 역시 김수현 작가 정도일 것이다. “삶을 통찰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서 따라올 자가 없는”(장경진) “이 꼿꼿한 보수주의자는 더 이상 파고들 것이 없을 것 같은 ‘가정사’에서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어”(조지영)내며 자칫 가족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주말 가족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이제는 멸종되었다고 생각한 드라마의 사회적 기능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 작품”(김선영)으로 완성시켰다. 이처럼 거장의 내공을 통해 만들어진 웰메이드 드라마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에 반해 2007년의 <메리대구 공방전>이나 <막돼먹은 영애씨>, <얼렁뚱땅 흥신소>, <마왕>처럼 발랄한 재기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록 완성도 면에서 최고라 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원전의 복제나 퓨전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진지하게 ‘현재와 대화’”(김은영)한 <쾌도 홍길동>은 홍자매 특유의 발랄한 감수성을 사극에 제법 성공적으로 녹여냈다는 면에서 2008년이 거둔 하나의 수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몇몇 작가와 배우에게 의존한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 수확이 2009년의 결실로 이어질 씨앗이 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 “어떤 작품도 드라마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강명석)는, 2008년 드라마의 가능성 부재에 대한 지적이 더욱 뼈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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