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겨울이 막 시작될 즈음, 김애란을 처음 보았다. 파리에서 도쿄를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였다. 출판도 하지 않은 첫 소설집으로 문학상을 수상한 천재 소설가 탄생이었던가. 뭐 그런 신문 기사였다. 그 비행기 안에서 나는 드디어 이방인의 기분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그 날 이후 오늘까지 내 삶이란 어디서고 이방인 같았다. 그 시간들 내내 나는 스물 셋 이전에 꿈꾸거나 그려보던 미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김애란의 소설을 읽었고, ‘문장에서 감동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다’던 소중한 이에게 김애란의 소설을 추천했고, 오래도록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이에게, 곁에 있어 고마운 이에게, 지구 반대편에서도 서로의 안녕을 비는 이에게 김애란의 소설집을 선물했다. 그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나이였고, 나처럼 가진 게 없었고, 그런데도 나처럼 명랑했다. 가끔 그 주인공들처럼 ‘정말 나는 괴물이 아닐까?’ 느끼는 시간도 있었지만, 나는 사실 꽤 명랑하게 자주 웃으며 그 시절을 지나왔다.
한참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시절을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그 시절에 나는, 이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어김없이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의 ‘네모난 자리들’에서‘그리고 반짝이는 것들이 그렇듯, 그것은 늘 금방 지나갔다’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그래. 언젠가는 그 시절의 내가 반짝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니 지금의 나는 반짝이고 있는 거겠지. 금방 지나갈 테니, 마음껏 반짝여봐야지. 그리고 나중에 그렇게 말해줘야지. 애란 씨, 그 시절의 내게 당신의 소설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한참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 시절을 지나가고 있다. 언제쯤 그 시절에 나는, 이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어김없이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의 ‘네모난 자리들’에서‘그리고 반짝이는 것들이 그렇듯, 그것은 늘 금방 지나갔다’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그래. 언젠가는 그 시절의 내가 반짝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니 지금의 나는 반짝이고 있는 거겠지. 금방 지나갈 테니, 마음껏 반짝여봐야지. 그리고 나중에 그렇게 말해줘야지. 애란 씨, 그 시절의 내게 당신의 소설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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