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이 취미에서 밥벌이의 일부가 되었을 때, 난 내가 글을 제법 쓰는 줄 알았다. 그러다 해가 갈수록 내 글, 정확히 말해 내 쪽글이 실린 책을 돈 주고 사서 보는 사람들에게 낯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 글이 독자는 고사하고 나 자신조차 읽기 민망해질 무렵 회사 앞 동사무소 마을문고에서 이외수 선생의 을 만났다.

이 책에는 낱말 고르는 법, 말마디 다듬는 법, 이야기 엮는 법에 대한 설명도 물론 자세히 나오지만, 저자가 그 모든 것에 앞서 말하는 글쓰기의 기본은 ‘먼저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어떻게 하면 글 잘 써서 ‘뜰’ 수 있나요?”라고 묻는 독자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나쁜’ 놈은 ‘나뿐인’ 놈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나쁜 놈, 나뿐인 놈은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 적어도 그대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세상 만물에 감각을 활짝 열고, 몇 번씩이라도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하라. 그것이 글을 쓰는 자로서의 올바른 정신상태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내가 기대한 것은 스타 작가의 글쓰기 ‘비법’이었으나, 스타 작가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글쓰기에 앞서 자신을 갈고닦는 삶의 ‘자세’였다.

* 을 20분 만에 독파하고 싶은 분들은 MBC 라디오 홈페이지에서 12월 9일 방송분을 찾아 들으시기 바란다. 굳이 작가나 파워블로거를 희망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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