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염방, 양조위, 증지위 등 셀 수 없이 많은 홍콩스타들을 좋아하지만 내 인생의 영웅으로 삼은 이는 주성치가 유일하다. 영화 <희극지왕>에서 그는 촬영장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 목숨을 건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촬영장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싶어서이다. 꿈이었던 유명배우는커녕 배분된 도시락조차 하나 없는 엑스트라가 그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의 집착이 커질수록 도시락 소동은 재미있어지지만 그 신에 깔린 정서는 서글퍼진다. 주성치의 영화는 다들 그렇다. 후줄근한 체육복처럼 웃긴데 뭔가 짠하다. 이는 삶의 애환을 제대로 느껴본 자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하나의 경지다. 아니, 후줄근한 체육복처럼 살아본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지끈함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래서 난 주성치의 코미디를 보며 종종 돌+I처럼 혼자 울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해피엔딩에 과하게 황홀해한다.

사실 난 <소림축구> 이전의 그의 영화들을 훨씬 좋아한다. 아마 나의 영웅 주성치는 두 번 다시 예전과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을(못할) 것이다. <장강 7호>를 보고 확신하게 됐다. 원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인생의 큰 위안 하나를 잃은 것 같아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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