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보아가 ‘No.1’을 부르는 것을 보며 전혀 다른 세상을 본 초등학교 4학년 소녀는 피아니스트였던 꿈을 가수로 바꿨다. 여기까진 누구나 한 번 쯤 겪을 수 있는 이야기. 소녀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교에서 댄스 동아리 활동을 했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아 같은 가수가 되기 위해 SM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여기까진 추진력 있는 당찬 소녀의 이야기. SM 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 소녀는 경험삼아 출전을 했고, 5000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서 우승을 했다. 연예인을 꿈꾸는 소녀가 혹여 엇나가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부모님은 그 대회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소녀는 그토록 꿈꾸던 SM 연습생이 될 기회를 얻었다. 그야말로 꿈을 이룬 소녀의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 하지만 여기서 대반전. 소녀는 계약 하루 전날 친구들과 압구정동에 놀러갔다가 연기기획사로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고 새롭게 연기자의 꿈을 선택한다.
“두 가지 모두를 얻기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정말 한 달 동안 그것만 붙잡고 고민했어요. 부모님께도 어떤 길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두 기획사에도 솔직히 제가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았고요.” 고작 1년 전의 기억이지만 김민지의 눈은 오래 전 그날을 회상하는 듯 깊어진다. 데뷔한 해에 전지현과 함께 음료 CF를 찍고, 월화수목금엔 MBC <그 분이 오신다> 민지 역으로, 토일엔 사극 KBS <천추태후> 부용 역으로 시청자를 만나 이름과 얼굴을 빠르게 알린 이 신인 배우에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해야 할 고민은 이미 그 때 다 끝낸 듯 그녀는 어렵지 않게 대답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 선배님이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잖아요. 두 길 모두에 애정이 있어서 흔들리는 거라면 두 가지 모두를 얻기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스치면 생채기라도 날 것 같은 앳된 얼굴로 경종의 마음을 흔들던 부용의 입에서 커피 프린세스 CEO 민지의 당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모든 대답이 자로 댄 듯 명료한 건 아니다. “보아와 비처럼 치열한 노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고 역시 포부 크게 말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간만에 갸우뚱거리며 우물쭈물 거린다. 아니 최고라는 것 너머의 목적이라는 것 자체에 의아해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돈이나 스포트라이트보단 최고라는 단어에 대한 욕심. 사실 그녀를 지금까지 이끈 건 성공에 대한 조숙한 욕망이라기 보단, 이것저것 다양하게 갖고 해보고 싶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욕심에 가깝다. 때문에 가수의 꿈을 좇아 제법 많은 일을 경험하느라 또래 친구들보단 조숙한 대답을 하지만 아직 “아…동방신기 오빠들…너무 좋아요”라며 ‘헤헤’ 웃거나 댄스 동아리 활동을 허락받기 위해 반 내 성적 5등을 유지해야 했던 어려움에 대해 “꼭 부모님들은 그런 옵션을 건단 말이죠, 그죠?”라고 투덜대는 영락없는 십대 소녀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가장 빛나는 순간인지도 모른 채 소녀는 그렇게 자란다
비록 피아니스트와 가수에의 꿈은 포기했지만 아직도 집에서 스트레스를 풀 땐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언젠가 이 모든 걸 연기 안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녀는 확실히 욕심쟁이가 맞다. 하지만 이 욕심쟁이는 정작 CF 속에서 그토록 완벽한 몸매의 전지현이 왜 열일곱 맑은 피부에 부러운 시선을 던졌는지에 대해선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래서 그녀는 역시 영락없는 십대다. 남들이 욕심을 부려도 가질 수 없는 나이라는 걸 스스로는 잘 모르는, 그래서 욕심조차 맞춤옷처럼 예뻐 보이는 시기를 그녀는 지금 지내고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두 가지 모두를 얻기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정말 한 달 동안 그것만 붙잡고 고민했어요. 부모님께도 어떤 길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두 기획사에도 솔직히 제가 느끼는 고민을 털어놓았고요.” 고작 1년 전의 기억이지만 김민지의 눈은 오래 전 그날을 회상하는 듯 깊어진다. 데뷔한 해에 전지현과 함께 음료 CF를 찍고, 월화수목금엔 MBC <그 분이 오신다> 민지 역으로, 토일엔 사극 KBS <천추태후> 부용 역으로 시청자를 만나 이름과 얼굴을 빠르게 알린 이 신인 배우에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해야 할 고민은 이미 그 때 다 끝낸 듯 그녀는 어렵지 않게 대답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 선배님이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잖아요. 두 길 모두에 애정이 있어서 흔들리는 거라면 두 가지 모두를 얻기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스치면 생채기라도 날 것 같은 앳된 얼굴로 경종의 마음을 흔들던 부용의 입에서 커피 프린세스 CEO 민지의 당찬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모든 대답이 자로 댄 듯 명료한 건 아니다. “보아와 비처럼 치열한 노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고 역시 포부 크게 말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간만에 갸우뚱거리며 우물쭈물 거린다. 아니 최고라는 것 너머의 목적이라는 것 자체에 의아해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돈이나 스포트라이트보단 최고라는 단어에 대한 욕심. 사실 그녀를 지금까지 이끈 건 성공에 대한 조숙한 욕망이라기 보단, 이것저것 다양하게 갖고 해보고 싶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욕심에 가깝다. 때문에 가수의 꿈을 좇아 제법 많은 일을 경험하느라 또래 친구들보단 조숙한 대답을 하지만 아직 “아…동방신기 오빠들…너무 좋아요”라며 ‘헤헤’ 웃거나 댄스 동아리 활동을 허락받기 위해 반 내 성적 5등을 유지해야 했던 어려움에 대해 “꼭 부모님들은 그런 옵션을 건단 말이죠, 그죠?”라고 투덜대는 영락없는 십대 소녀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가장 빛나는 순간인지도 모른 채 소녀는 그렇게 자란다
비록 피아니스트와 가수에의 꿈은 포기했지만 아직도 집에서 스트레스를 풀 땐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언젠가 이 모든 걸 연기 안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녀는 확실히 욕심쟁이가 맞다. 하지만 이 욕심쟁이는 정작 CF 속에서 그토록 완벽한 몸매의 전지현이 왜 열일곱 맑은 피부에 부러운 시선을 던졌는지에 대해선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래서 그녀는 역시 영락없는 십대다. 남들이 욕심을 부려도 가질 수 없는 나이라는 걸 스스로는 잘 모르는, 그래서 욕심조차 맞춤옷처럼 예뻐 보이는 시기를 그녀는 지금 지내고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