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수 말이야, 야구 되게 잘하는 사람인 거 맞지?
그건 장동건이 잘 생긴 거 맞느냐, 아니면 김명민이 연기 진짜 잘하는 거냐고 묻는 거랑 똑같은 질문이야.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승수를 챙긴 투수가 16승을 거둔 SK 김광현이거든? 그런데 박찬호는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18승까지 거뒀던 선수야. 말이 필요 없지.
그럼 운동신경도 되게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번에 ‘1박 2일’ 나와서 게임하는 거 보니까 완전 허당이던데?
응, 나도 그거 봤어. 진짜 좀 의외긴 하더라. 그런데 내가 저번에 게임용 근육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박찬호의 투수용 근육이 이번 게임에는 좀 안 맞았다고 보는 게 정확할 거야. 만약에 단체 줄넘기 대신 공 멀리 던지기로 복불복을 했으면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는 대신 야외 출장 뷔페 대접을 받았겠지.
아니 그래도 운동한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금방 줄에 걸릴 것처럼 위태로운 거야? 기본적인 체력이 있을 거 아니야.
글쎄? 내가 봤을 때 체력 문제 같지는 않았어. 단지 줄이 도는 속도에 맞춰 빠르게 뛰지 못해서 자세도 어정쩡하고 결국 줄에 걸리게 됐던 거 같아. 제기차기를 할 때도 운동신경이 떨어지거나 금방 지쳤다기보다는 그냥 다리의 스피드가 떨어졌던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렇게 매일 운동하는 직업 운동선수가 왜 척 봐도 부실해 보이는 ‘1박 2일’ 멤버보다 몸이 느리냐는 거야.
사실 이건 박찬호 선수를 데리고 스피드 및 체력, 힘 측정을 하지 않는 이상 억측이 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냥 아는 만큼만 짐작해볼게. 우선 박찬호 같은 엘리트 운동선수라면 자기 직업에 특화된, 그러니까 야구에서 투수에게 필요한 근육과 근력을 일반인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시키느라 다른 부분의 능력을 희생했을 수 있어. 예전에 KBS <스펀지>에서 투수들이 일반인보다도 턱걸이를 잘 못하는 걸 보여준 적이 있거든?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필요한 근육이 미는 근육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단련시키다가 당기는 근육이 약해져서 턱걸이를 잘 못하게 된 거야. 그거랑 비슷하게 박찬호 선수도 다리의 힘을 강화하느라 스피드를 잃었을지도 모르겠어. 그 내복 10겹은 입은 것 같은 다리 봤지? 기본적으로 스피드도 근육이 발달해야 생기는 거지만 근육이 그 정도로 두꺼워지면 좀 둔해질 수도 있을 거야. 체중 문제도 있을 거고.
그럼 그렇게 둔해질 정도로 다리 근육이 두꺼워져서 얻는 게 뭔데?
말했잖아, 다리의 힘을 강화하는 거라고. 비록 줄넘기랑 제기차기에선 완전 허당이었지만 강호동을 업고 계단 뛰어올라가는 거 봤지? 그게 바로 힘이야.
투수의 능력을 키우느라 다른 걸 희생한 거라며. 그런데 공은 팔로 던지잖아.
물론 얼핏 투수들이 팔 혹은 어깨만으로 공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하체랑 허리야. 튼튼한 다리를 바탕으로 체중을 실어 온 힘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시속 150㎞짜리 공을 던질 수 있는 거야. 또 다리가 튼튼해야 몸이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질 수도 있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는 것처럼.
다리가 느려져서 손해 보는 건 없고?
아무래도 투수는 타자에 비해 달릴 일이 거의 없으니까. 타자는 방망이로 공을 때린 다음에 1루를 향해 뛰어야 하잖아. 만약 발이 느리면 안타를 때려도 1루에 닿기 전에 아웃을 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2루까지 뛸 수 있는 걸 1루까지만 뛸 때도 있고. 그에 반해 투수는 발이 느려서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지. 혹 자기가 열심히 던진 공을 상대편 타자가 쳐내서 자기가 잡아내야 할 일이 생겨도 수비 범위가 되게 넓진 않거든. 멀리 있는 외야수처럼 빠르게 뛰어가서 잡을 일은 별로 없어.
그럼 박찬호가 잘할 수 있는 게임은 뭐가 있을까?
뭐 일부러 져주긴 했지만 사람 업고 계단 올라가기 같은 건 되게 잘하겠지. 아니면 ‘패밀리가 떴다’에서 했던 볏짚묶음 던지기 같은 것도 잘할 것 같고. 기본적으로 하체랑 몸통 힘, 팔 힘이 전체적으로 좋으니까.
차가운 물 속에서 오래 버티는 것도 잘하던데?
그건…그 사람의 육체적 능력보다도 정신력이 더 중요한 문제지. 우리나라에선 가끔 종목 가리지 않고 겨울에 계곡에서 이런 류의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이나 육체적 단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신력 단련 때문에 하는 거거든. 이렇게 차가운 물에도 들어갔는데 어떤 육체적 어려움인들 못 이겨내겠느냐, 뭐 그런 각오를 다지는 거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정신력 좋은 박찬호도 겨자 들어간 호빵은 못 삼키더라?
정신력이란 건 결국 동기부여가 되어야 발휘되는 거니까. 만약에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20승할 수 있다고만 하면 그날 준비된 겨자 호빵, 불닭 소스 호빵 다 먹고, 입가심으로 까나리 액젓 원샷을 못하겠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20승 할 일은 없고… 댓글 20개 넘어가면 혹시 모르겠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그건 장동건이 잘 생긴 거 맞느냐, 아니면 김명민이 연기 진짜 잘하는 거냐고 묻는 거랑 똑같은 질문이야. 올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승수를 챙긴 투수가 16승을 거둔 SK 김광현이거든? 그런데 박찬호는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18승까지 거뒀던 선수야. 말이 필요 없지.
그럼 운동신경도 되게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번에 ‘1박 2일’ 나와서 게임하는 거 보니까 완전 허당이던데?
응, 나도 그거 봤어. 진짜 좀 의외긴 하더라. 그런데 내가 저번에 게임용 근육에 대해 얘기했던 것처럼 박찬호의 투수용 근육이 이번 게임에는 좀 안 맞았다고 보는 게 정확할 거야. 만약에 단체 줄넘기 대신 공 멀리 던지기로 복불복을 했으면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는 대신 야외 출장 뷔페 대접을 받았겠지.
아니 그래도 운동한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금방 줄에 걸릴 것처럼 위태로운 거야? 기본적인 체력이 있을 거 아니야.
글쎄? 내가 봤을 때 체력 문제 같지는 않았어. 단지 줄이 도는 속도에 맞춰 빠르게 뛰지 못해서 자세도 어정쩡하고 결국 줄에 걸리게 됐던 거 같아. 제기차기를 할 때도 운동신경이 떨어지거나 금방 지쳤다기보다는 그냥 다리의 스피드가 떨어졌던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그렇게 매일 운동하는 직업 운동선수가 왜 척 봐도 부실해 보이는 ‘1박 2일’ 멤버보다 몸이 느리냐는 거야.
사실 이건 박찬호 선수를 데리고 스피드 및 체력, 힘 측정을 하지 않는 이상 억측이 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냥 아는 만큼만 짐작해볼게. 우선 박찬호 같은 엘리트 운동선수라면 자기 직업에 특화된, 그러니까 야구에서 투수에게 필요한 근육과 근력을 일반인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달시키느라 다른 부분의 능력을 희생했을 수 있어. 예전에 KBS <스펀지>에서 투수들이 일반인보다도 턱걸이를 잘 못하는 걸 보여준 적이 있거든?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필요한 근육이 미는 근육이기 때문에 그 부분만 단련시키다가 당기는 근육이 약해져서 턱걸이를 잘 못하게 된 거야. 그거랑 비슷하게 박찬호 선수도 다리의 힘을 강화하느라 스피드를 잃었을지도 모르겠어. 그 내복 10겹은 입은 것 같은 다리 봤지? 기본적으로 스피드도 근육이 발달해야 생기는 거지만 근육이 그 정도로 두꺼워지면 좀 둔해질 수도 있을 거야. 체중 문제도 있을 거고.
그럼 그렇게 둔해질 정도로 다리 근육이 두꺼워져서 얻는 게 뭔데?
말했잖아, 다리의 힘을 강화하는 거라고. 비록 줄넘기랑 제기차기에선 완전 허당이었지만 강호동을 업고 계단 뛰어올라가는 거 봤지? 그게 바로 힘이야.
투수의 능력을 키우느라 다른 걸 희생한 거라며. 그런데 공은 팔로 던지잖아.
물론 얼핏 투수들이 팔 혹은 어깨만으로 공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건 하체랑 허리야. 튼튼한 다리를 바탕으로 체중을 실어 온 힘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시속 150㎞짜리 공을 던질 수 있는 거야. 또 다리가 튼튼해야 몸이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질 수도 있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는 것처럼.
다리가 느려져서 손해 보는 건 없고?
아무래도 투수는 타자에 비해 달릴 일이 거의 없으니까. 타자는 방망이로 공을 때린 다음에 1루를 향해 뛰어야 하잖아. 만약 발이 느리면 안타를 때려도 1루에 닿기 전에 아웃을 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2루까지 뛸 수 있는 걸 1루까지만 뛸 때도 있고. 그에 반해 투수는 발이 느려서 손해 볼 일은 거의 없지. 혹 자기가 열심히 던진 공을 상대편 타자가 쳐내서 자기가 잡아내야 할 일이 생겨도 수비 범위가 되게 넓진 않거든. 멀리 있는 외야수처럼 빠르게 뛰어가서 잡을 일은 별로 없어.
그럼 박찬호가 잘할 수 있는 게임은 뭐가 있을까?
뭐 일부러 져주긴 했지만 사람 업고 계단 올라가기 같은 건 되게 잘하겠지. 아니면 ‘패밀리가 떴다’에서 했던 볏짚묶음 던지기 같은 것도 잘할 것 같고. 기본적으로 하체랑 몸통 힘, 팔 힘이 전체적으로 좋으니까.
차가운 물 속에서 오래 버티는 것도 잘하던데?
그건…그 사람의 육체적 능력보다도 정신력이 더 중요한 문제지. 우리나라에선 가끔 종목 가리지 않고 겨울에 계곡에서 이런 류의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이나 육체적 단련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신력 단련 때문에 하는 거거든. 이렇게 차가운 물에도 들어갔는데 어떤 육체적 어려움인들 못 이겨내겠느냐, 뭐 그런 각오를 다지는 거지.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정신력 좋은 박찬호도 겨자 들어간 호빵은 못 삼키더라?
정신력이란 건 결국 동기부여가 되어야 발휘되는 거니까. 만약에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20승할 수 있다고만 하면 그날 준비된 겨자 호빵, 불닭 소스 호빵 다 먹고, 입가심으로 까나리 액젓 원샷을 못하겠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20승 할 일은 없고… 댓글 20개 넘어가면 혹시 모르겠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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