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정우성(왼쪽부터), 윤여정, 전도연, 신현빈, 정가람이 13일 오전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배우 정우성(왼쪽부터), 윤여정, 전도연, 신현빈, 정가람이 13일 오전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배성우, 정만식, 진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라도’)에서다. 호화로운 캐스팅의 베테랑 배우들이 각자 다른 욕망을 지닌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줄 전망이다.

‘지푸라기라도’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13일 오전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용훈 감독과 배우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신현빈, 정가람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신인 감독이 이런 분들과 할 수 있는 건 꿈같은 일이다. 야구로 치면 첫 경기부터 올스타전을 치르는 느낌이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 분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압박감도 있었다”며 “내 부족함과 빈틈을 배우들이 꽉 채워줬다. 같이 작업하는 순간순간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김 감독은 “원작 소설의 독특한 구조는 소설에서만 가능해서 이걸 영화적으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며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캐릭터는 좀 더 평범했으면 했다. 원작에서 태영(정우성 분)은 형사인데 좀 더 평범하고 서민적 느낌을 살리고자 세관 공무원으로 변경했다. 소설과 영화의 엔딩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전도연은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서예진 기자 yejin@
배우 전도연은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서예진 기자 yejin@
전도연은 어두웠던 과거를 지우고 새 삶을 살고 싶은 술집 사장 연희 역을 맡았다. 전도연은 “연희 캐릭터가 센 느낌이 있어서 최대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태영이 아는 연희와 모르는 연희가 매우 다르다. 태영이 아는 연희는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는데 좀 창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성과 예전부터 알았지만 작품은 처음 함께한 전도연은 “같이 연기하는데 창피하고 쑥스러웠다. 익숙하고 오래된 연인 캐릭터들인데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우성 씨와 한 번도 연기해본 적 없구나 싶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끝나고 나서는 더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태영 역의 배우 정우성. /서예진 기자 yejin@
사라진 애인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태영 역의 배우 정우성. /서예진 기자 yejin@
정우성은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태영을 연기한다. 정우성은 “물질 앞에 인간이 얼마나 궁핍할 수 있는지 처절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여서 흥미로웠다. 전도연과 함께하고 싶어서 했다. 많은 분들이 전도연 씨와 제가 함께 작품을 했을 법했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도 그랬는데 못했다. 그래서 함께 호흡하면 재밌겠단 생각이 컸다. 짧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정우성은 “때 묻는 강아지인데 자신을 밀림의 사자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진 인간”이라며 “나를 버리고 간 연희에게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허당”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정우성은 감독으로서 자신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이미 캐스팅도 마쳤다. 전도연은 “정우성에게 제가 할 역할은 없냐고 물어봤다. 요즘 아무 작품이나 막 한다”면서 자신을 어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정우성은 “나중에 차분히, 전체적으로 계속 나올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좋은 동료”라고 칭찬했다.

배우들은 정우성은 ‘애드리브 짐승’으로 꼽았다. 정우성은 난감해하면서도 “다른 영화에 비해 내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긴 했다”고 인정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애드리브를 잘 해낸 것 같다고 하자 “그냥 신이 내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
윤여정은 과거의 기억에 갇힌 노모 순자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전도연이 하자고 해서 했다”며 전도연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이어 “피 나오는 영화를 싫어하는데 이건 좀 달랐다. 전도연이 하자고 해서 ‘얘가 날 캐스팅까지 해주는 구나’ 싶어 고마웠다. 처음엔 아주 중요하고 큰 역할인 줄 알았는데 별로 안 나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현빈과 정가람은 멋진 선배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다고 했다. 주식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주부 미란으로 분한 신현빈은 “전부 캐스팅이 된 후 제가 캐스팅됐다. 제가 그 빈자리에 들어갈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누가 할지 모르겠지만 잘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하게 되니 기쁘기도 하고 부담도 됐다.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가람이 연기하는 진태는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다. 정가람은 “리딩할 때 손을 벌벌 떨 정도로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촬영할 때 구경을 갔다. 굉장히 놀랐다”며 “선배들은 현장에서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임하고 집중하는 모습에 대단하신 것 같아 충격 먹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배성우가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는 가장 중만 역으로, 진경이 여객터미널 청소부로 일하는 중만의 아내 영선 역으로, 정만식이 고리대금업자 두만 역으로 분해 촘촘하고 생동감 있는 스토리를 완성해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왼쪽부터), 전도연, 정우성, 신현빈, 정가람과 연출한 김용훈 감독. /서예진 기자 yejin@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왼쪽부터), 전도연, 정우성, 신현빈, 정가람과 연출한 김용훈 감독. /서예진 기자 yejin@
김 감독은 “이어달리기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각 인물들이 배턴터치하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400m 계주하듯이 보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정우성은 “다양한 인간군상이 어떻게 치열하게 달려가는지 나도 확인해보고 싶은 영화”라고 말해 궁금증을 높였다. 윤여정은 “제목이 너무 길지 않나. 바꿀 줄 알았는데 안 바꾸더라”면서 대안이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지푸라기라도’는 오는 2월 12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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