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제공=에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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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이 들려주는 현실 밀착형 에피소드가 씁쓸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무게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잔혹한 살인마나 거대 사건 대신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검사내전'(극본 이현·서자연, 연출 이태곤). 현실의 씁쓸함을 실감 나게 옮겨, 법정 드라마 장르의 틀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앞서 임금체납 피해자에서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된 정수실업의 노동자 김영춘(손경원 분)의 에피소드도 그중 하나였다.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장의 생존을 위해 검사 이선웅(이선균 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합의를 한 김영춘. 그러나 정수실업은 그에게 오히려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홧김에 사장 박대식을 찾아가 상해를 입힌 김영춘은 결국 박대식이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하면서 살인 사건 피의자가 됐다.

선웅에게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제가 고소를 한 것이 잘못인지, 가진 것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버틴 것이 잘못인지”라고 체념한 듯 읊조리던 김영춘의 목소리는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헛헛하게 만들었다.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닌 안타까운 비극으로 변모한 사건이 드라마 속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결말임을 모두가 가슴 깊이 느껴서다.

차명주(정려원 분)의 안타까운 과거와 맞닿아있어 더욱 충격적이었던 ‘무량동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가정폭력 참아오다 결국 남편에게 각목을 휘두르고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된 할머니를 향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요?”라고 외쳤던 명주. 이 질문은 단순히 오랜 시간 참기만 한 가정폭력 피해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쳤던 과거의 명주 자신, 실상을 알면서도 외면한 가족, 나아가 드라마 밖 우리 모두를 향했다.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주려 노력한 선웅에도 불구하고 “살의가 있었다”라는 걸 숨기지 않은 ‘무량동 사건’의 할머니는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10여 년 만에 눈물의 재회를 한 명주 모녀에겐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 또한 존재한다. 오랜 죄책감을 마주한 명주가 더는 엄마를 혼자 두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짐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검사내전’의 제작진은 “소소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의 다양한 사건들을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통쾌함 대신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낸 이야기가 보는 이들에게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는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7, 8회 방송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는 학교폭력과 워킹맘에 대한 화두가 던져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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