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재정비 해주세요’ 청원글./ 사진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재정비 해주세요’ 청원글./ 사진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가수 겸 배우 구하라의 사망에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25일 20만을 돌파했다.(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20,7831명)

구하라는 지난 24일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8세. 이에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인 최종범이 받은 1심 판결에도 관심이 쏠렸다. 구하라는 생전 최종범과 법적 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를 받은 최종범의 불법 촬영에 대해 무죄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종범의 공소 사실 중 협박, 강요, 상해, 재물손괴 등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구하라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1심의 양형 부당을 호소했다. 구하라 측 법률대리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적정한 양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 피고인 최종범이 행한 것과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려면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의 동의 수가 20만을 넘었다. 이 청원은 10만도 넘지 않았으나 25일 하루아침에 20만을 넘어선 것이다.

이 청원을 올린 이는 “가해자는 제게 강간미수에 가까운 성추행을 했다. 술을 강권해 저를 만취하게 했고 집에 가겠다는 저를 붙잡았다. 강제로 제 다리를 벌렸다.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성적인 말들을 지속하며 성관계를 강요했다”며 “가해자의 자백을 바탕으로 고소를 진행했고 경찰의 기소의견이 있었으나 결과는 기소유예였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은 아직도 가해자 중심적이다. 성범죄의 성립 조건이 ‘비동의’가 아닌 ‘항거 불능할 정도로 폭행과 협박’으로 이를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수사기관들의 인식이 많이 남아있다”며 “가해자의 미래만을 걱정했던 모든 인식들이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감이라서 감형”폭행과 협박이 없어서 무죄”그 후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아서 감형’…이 모든 가해자 중심적 성범죄 양형 기준의 재정비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최종범은 1심이 끝나기 전 자신 명의의 미용실을 개업하고 SNS에도 홍보하는 등 활동을 재개했다. SNS는 구하라의 비보가 전해진 당일 비공개로 전환했다.

구하라는 5월 26일에도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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