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창기 기자]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정지영 감독, 이하늬가 2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블랙머니’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정지영 감독, 이하늬가 2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블랙머니’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꾸준히 조명해온 정지영 감독이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다. 영화 ‘명량’ ‘암살’ ‘끝까지 간다’ ‘독전’ ‘완벽한 타인’ 등 숱한 화제작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조진웅, 영화 ‘극한직업’과 SBS 드라마 ‘열혈사제’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이하늬가 합세해 특별한 공조를 펼친다. 영화 ‘블랙머니’에서다.

2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블랙머니’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조진웅, 이하늬, 정지영 감독이 참석했다.

‘블랙머니’는 수사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나아가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자신이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던 중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IMF 이후 외국 자본이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 론스타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경제를 잘 몰라서 영화를 제작할 때 공부를 많이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2년까지 상당히 시끄러웠던 사건”이라면서 “대중이 잘 모르는 사실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더 나은 사회로 가고자 작품을 기획했다. 묵직한 주제인 만큼 작품을 어떻게 해야 재밌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까 정보도 많이 찾아야 했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상업영화로서의 성공 가능성에 관해 정 감독은 “이 영화는 어려운 경제 이야기에다가 사회 비리를 고발한다. 보통 관객들은 오락영화를 좋아한다. ‘사는 것도 골치아픈데, 극장에서 고발영화를 봐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주제일 수 있으나 되도록 많은 관객이 사회 비리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감독은 “1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했다. 최근 검찰 개혁이라는 주제가 언론에 많이 올라오면서 얼떨결에 시기가 맞물렸다”면서 “어떻게 작용될 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 중 주연배우로 나오는 조진웅과 이하늬의 촬영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조진웅을 처음 만나서 촬영할 땐 몰랐다. 두번째로 촬영할 때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연기를 했다”면서 “보통 배우를 캐스팅할 때 어떻게 연기할 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조진웅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양민혁스러워서 당황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가 생각했던 양민혁보다 플러스알파가 됐다. 촬영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는 조진웅이 ‘양민혁이가 접니다’라고 말했다. 마치 양민혁처럼 빙의 된 모습에 안심하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많은 사람이 김나리 역에 이하늬를 추천했지만, 처음엔 내가 아는 이하늬는 김나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극한직업’과 ‘열혈사제’에 출연한 이하늬는 망가지면서 재밌는 역할을 했다. 극 중 김나리는 냉정하고 차가운 여자인데, 그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면서 “몇 번 만나도 감이 안 와서 다른 배우들을 찾아보다가 이하늬가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을 봤다. 그때 이하늬의 당당한 모습이 김나리와 비슷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조진웅은 서울지검의 문제적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았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조진웅은 서울지검의 문제적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았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조진웅은 서울지검의 문제적 검사 양민혁 역을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자연스럽게 묻힌 상황에 분개했다”면서 “관객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몰라도 되는 것마냥 살아가게끔 만든 무관심의 병이 있다면, 이 영화가 백신이 되어 나를 눈을 뜨게 해줬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명감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조진웅은 “이 영화는 기존에 찍었던 영화들과 결이 다르다. 무게감이 있는 영화이고, 현재 진행형인 실제적 사건이다. 이번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스타일리스트한테 어떻게 봤냐고 물었는데, 너무 화가 나고 감정이 격해진다고 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게됐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 거 같아 좋았다.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를 관객들이 보고 같이 공분한다면 또 다른 활로가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극 중 양민혁과의 싱크로율에 관해 조진웅은 “배우가 캐릭터를 만나면 이입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들게 된다. 양민혁을 비롯해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들이 다 그랬다”면서 “나도 양민혁처럼 ‘이것부터 하고 보자’ 식의 감정적인 성향이 있다. 그러나 양민혁을 보면서 배운 게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감정을 조절하고 차분하게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 김나리로 분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하늬는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 김나리로 분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하늬는 국제 통상 전문 변호사이자 대한은행의 법률 대리인 김나리로 분했다. 그는 “조진웅과 함께 작품을 찍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하게 되서 영광”이라면서 “시나리오를 보면서 치밀하고 자세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봤을 때 두세 번 정도는 읽어야 이해가 될 정도로 어려웠는데, 영화를 보면서 쉽게 잘 풀렸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하늬는 “장면마다 경제용어와 영어가 많았다. 어려운 단어들은 입에 붙이려고 노력했다. 툭 치면 영어단어가 묻어나오도록 되뇌이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과 ‘열혈사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독님이 이전 작품을 보고 김나리가 어울릴까 싶어서 섭외를 안 하려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웃기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렇기에 코미디 장르를 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고 싶었다. 때마침 무게감 있는 작품을 만나게 돼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쉽게 풀었다. 관객들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편하게 관람하면 많은 자극도 될 것 같다. ‘내가 왜 경제와 가깝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요인을 만날 수 있다”면서 “나같은 문외한도 영화에 출연했다. 쉽게 소통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을 이 영화를 통해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블랙머니’는 내달 13일 개봉한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