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박서준: 한 영화 안에 오컬트, 히어로, 액션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서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정선을 계속 따라가면서 연기할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용후는 감독님이 나에게서 끄집어내고 싶은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어 준 역할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10. 갈증은 장르에 대한 것이었나, 캐릭터에 대한 것이었나?
박서준: 대중들이 보는 나는 유쾌하고 밝은 이미지가 강하다. 나도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쳐진다는 걸 알고 있다. 매번 그런 역할들만 맡은 건 아니지만, 밝고 부드러운 모습들이 유독 부각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웃음기를 뺀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진중한 분위기에서 내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도 해보고 싶었다.
10. 캐릭터 분석에도 더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다.
박서준: 용후라는 인물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20년 동안의 기간 동안 용후는 무슨 생각을 하며 자랐을지, 부모님이 안 계신 환경은 어땠을지, 사람을 대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과 눈빛이었을지 등을 고민했다. 표현은 서툴고 표정도 많지 않을 거고, 어렸을 때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현재는 조금 무뎌졌을 거고, 안 신부(안성기 분)를 만나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 같은 사랑을 느꼈을 거고, 그렇다면 안 신부를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따뜻해졌을 것 같고.(웃음)
10. 영화가 너무 서사적이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박서준: 개인적으로는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더 좋아한다. 캐릭터를 더 깊게 팔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오컬트 장르만을 기대하고 오신 관객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서사 중심으로 보시는 관객들은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거에 만족한다.
10. 새로운 도전이었다면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박서준: 악역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몸이 2개였다면 도전해 볼만 했겠지만, 우도환 씨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도 싹 사라졌다. 내 얼굴에서는 저런 느낌이 안 나오겠더라. 도환 씨는 너무 샤프하고 섹시한 매력이 있다. 내 얼굴은 소화할 수 없는. 하하. 임자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10. 김주환 감독에게 용후 캐릭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하던데?
박서준: 아이디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것 같다. 그저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단계에서 ‘이런 상황들은 용후의 감정으로 생각했을 때 이럴 것 같다’ 정도의 의견만 제시한 거다. 안성기 선배님과 맥주 마시는 장면은 촬영 중간에 만들어졌다. 촬영 전까지는 선배님과의 호흡이 어떨지 몰랐는데, 연기를 해보니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이 구현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감독님과 상의해 추가하게 됐다.
10. 그래선지 안성기와의 대화에서 웃기는 장면들도 가끔 나온다.
박서준: 더 받아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다. 하하. 하지만 용후는 철저히 리액션 담당이다. 나까지 웃기려고 하면 캐릭터도 무너지고 내용이 산으로 가버리지 않나. 그 정도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웃기는데 욕심이 있는 건 아니라서.(웃음)
10. ‘사자’가 오컬트적인 요소보다 판타지 히어로물에 치중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서준: 호불호야 어떤 영화든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컬트와 판타지의 수위 조절을 잘한 것 같아 만족한다. 난 어렸을 때부터 판타지 영화를 좋아했다. 모두들 한 번쯤 만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꿈을 꾸지 않나. 그런 주인공을 내가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10. 격투기 챔피언 역인데, 연습은 어느 정도 했나?
박서준: 이번 영화에서는 격투기 연습보다 몸을 만드는 데 더 집중했다.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이전 드라마에서 격투기 선수 역할을 맡아 운동한 적이 있었던 터라 몸이 금방 기억했다. 영화 속 경기장도 실제 해외 스타디움을 빌려서 만들었다. 사회자와 선수도 다 현역에 계신 분들이라 현실감이 확 느껴지더라. 다행히 옥타곤에 올라간 본 경험이 있어 그 공간을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게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
10. 경기 장면이 생각보다 짧았다. 아쉽지 않았나?
박서준: 그 정도가 딱 좋았다. 경기 장면은 용후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일 뿐이다. 만약 경기 장면이 길어졌다면 인물에 대한 설명보다 경기를 관람하는 오락적인 요소로 비쳐졌을 것 같다.
10. 용후는 손바닥에 성흔이 생긴 이후로 잘 때마다 악령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에 고통 받는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박서준: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었다. 몸이 힘들건 없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계속 힘을 줘야 되고 호흡도 가빠져야 하고,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액션 장면 못지않게 힘들었다. 내가 고3 때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는데, 그 때의 느낌들을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10.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상상이 안됐던 장면은?
박서준: 편안하게 대화하는 장면 말고는 다 상상이 안 갔다. 하하. 절대적으로 감독님을 믿었다.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분이라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자면서 악령에게 공격받는 장면의 그림자들도 CG가 아닌 실제 그림자였다. 액션 감독님이 검은색 타이즈를 입고 손으로 나를 찌르는 듯한 동작을 했고, 그 그림자를 따서 만든 거다. 그런 것 하나하나 감독님이 구상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구현되기 어려웠을 장면들이다. 공간도 클럽하고 재단만 세트고 전부 실제 장소다. 판타지 영화지만, 너무 허황되지 않고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10. 손에서 불이 나오는 걸 연기할 때 어색하진 않았나?
박서준: CG로 어떻게 구현될지 몰라 처음에는 어색했다. 어느 정도의 강도로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또, 반사되는 불빛은 CG로 만들 수가 없어서 손에 작은 LED 조명들을 붙인 채 촬영했다. 촬영을 한 뒤에는 현장에서 같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불을 입혀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느 하나 쉽게 촬영한 장면이 없다. 하하.
10. 무교라고 들었는데, 종교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박서준: 종교는 없지만 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께서 모든 종교는 다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모든 종교가 장단점이 있고 추구하는 게 있기에 하나에 고정관념으로 바라보기보다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 말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었고, 영화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0.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모니터링 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박서준: 주연 배우는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기도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가치관에서는 촬영 현장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주연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도 배우는 입장이고 아직은 서툴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싶었다.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분위기와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보고 배웠다. 내가 선배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하하.
10. 특별출연한 ‘기생충’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절친 최우식과 호흡을 맞췄다.
박서준: 사람들이 서로 연기 품앗이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나도 우식이가 ‘사자’에 출연할 줄 몰랐고, 우식이도 내가 ‘기생충’에 출연할지 몰랐다. 각자 감독님과 만나서 출연을 결정한 거다. 같이 작품 하는 걸 피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
10. 최 신부(최우식 분)와 함께 ‘사제’로 돌아오겠다는 엔딩크레딧으로 영화가 끝난다. 감독님도 세계관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상의가 된 건가?
박서준: 나도 감독님이 말씀하신 정도만 알고 있어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 감독님이라면 이미 세계관에 대한 구상은 다 해놨을 거다. 그걸 얼마나 더 확장시키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사제’에도 용후를 출연시켜 준다면 기꺼이 참여할 거다.
10.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편한가?
박서준: 이제는 둘 다 익숙해 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는 너무 다른 매력이라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10. 본인이 ‘대세 배우’라는 의견에 동의하나?
박서준: 전혀 아니다. 자만하는 순간 도태된다. 항상 보완해야 할 점들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려고 한다. 하지만 성실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열심히는 하는 것 같다.(웃음)
10. 다음 작품 계획은?
박서준: 올 하반기에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찾아뵐 것 같다. 영화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내가 해보고 싶고, 자신 있는 걸 선택하려 한다. 나도 내가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배우 박서준이 오컬트 히어로물 ‘사자’로 돌아왔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가 구마 사제 안신부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용후를 연기한 박서준에게선 그동안 로맨스물에서 보여줬던 부드러운 미소는 찾아볼 수 없다. 시종일관 웃음기 없는 무뚝뚝한 모습이다. 하지만 박서준은 강한 외면 속 깊은 상처를 지닌 캐릭터라는 새로운 얼굴을 담아냈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고난도 액션은 쫄깃한 긴장감과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 작품은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박서준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김주환 감독과 ‘청년경찰’(2017)이후 두 번째로 함께한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박서준: 한 영화 안에 오컬트, 히어로, 액션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서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정선을 계속 따라가면서 연기할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용후는 감독님이 나에게서 끄집어내고 싶은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어 준 역할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10. 갈증은 장르에 대한 것이었나, 캐릭터에 대한 것이었나?
박서준: 대중들이 보는 나는 유쾌하고 밝은 이미지가 강하다. 나도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쳐진다는 걸 알고 있다. 매번 그런 역할들만 맡은 건 아니지만, 밝고 부드러운 모습들이 유독 부각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웃음기를 뺀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진중한 분위기에서 내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도 해보고 싶었다.
10. 캐릭터 분석에도 더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다.
박서준: 용후라는 인물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20년 동안의 기간 동안 용후는 무슨 생각을 하며 자랐을지, 부모님이 안 계신 환경은 어땠을지, 사람을 대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과 눈빛이었을지 등을 고민했다. 표현은 서툴고 표정도 많지 않을 거고, 어렸을 때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현재는 조금 무뎌졌을 거고, 안 신부(안성기 분)를 만나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 같은 사랑을 느꼈을 거고, 그렇다면 안 신부를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따뜻해졌을 것 같고.(웃음)
10. 영화가 너무 서사적이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박서준: 개인적으로는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더 좋아한다. 캐릭터를 더 깊게 팔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오컬트 장르만을 기대하고 오신 관객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서사 중심으로 보시는 관객들은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거에 만족한다.
10. 새로운 도전이었다면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박서준: 악역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다. 몸이 2개였다면 도전해 볼만 했겠지만, 우도환 씨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도 싹 사라졌다. 내 얼굴에서는 저런 느낌이 안 나오겠더라. 도환 씨는 너무 샤프하고 섹시한 매력이 있다. 내 얼굴은 소화할 수 없는. 하하. 임자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박서준: 아이디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것 같다. 그저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단계에서 ‘이런 상황들은 용후의 감정으로 생각했을 때 이럴 것 같다’ 정도의 의견만 제시한 거다. 안성기 선배님과 맥주 마시는 장면은 촬영 중간에 만들어졌다. 촬영 전까지는 선배님과의 호흡이 어떨지 몰랐는데, 연기를 해보니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이 구현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감독님과 상의해 추가하게 됐다.
10. 그래선지 안성기와의 대화에서 웃기는 장면들도 가끔 나온다.
박서준: 더 받아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했다. 하하. 하지만 용후는 철저히 리액션 담당이다. 나까지 웃기려고 하면 캐릭터도 무너지고 내용이 산으로 가버리지 않나. 그 정도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웃기는데 욕심이 있는 건 아니라서.(웃음)
10. ‘사자’가 오컬트적인 요소보다 판타지 히어로물에 치중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서준: 호불호야 어떤 영화든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컬트와 판타지의 수위 조절을 잘한 것 같아 만족한다. 난 어렸을 때부터 판타지 영화를 좋아했다. 모두들 한 번쯤 만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꿈을 꾸지 않나. 그런 주인공을 내가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10. 격투기 챔피언 역인데, 연습은 어느 정도 했나?
박서준: 이번 영화에서는 격투기 연습보다 몸을 만드는 데 더 집중했다.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이전 드라마에서 격투기 선수 역할을 맡아 운동한 적이 있었던 터라 몸이 금방 기억했다. 영화 속 경기장도 실제 해외 스타디움을 빌려서 만들었다. 사회자와 선수도 다 현역에 계신 분들이라 현실감이 확 느껴지더라. 다행히 옥타곤에 올라간 본 경험이 있어 그 공간을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게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
10. 경기 장면이 생각보다 짧았다. 아쉽지 않았나?
박서준: 그 정도가 딱 좋았다. 경기 장면은 용후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일 뿐이다. 만약 경기 장면이 길어졌다면 인물에 대한 설명보다 경기를 관람하는 오락적인 요소로 비쳐졌을 것 같다.
박서준: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었다. 몸이 힘들건 없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계속 힘을 줘야 되고 호흡도 가빠져야 하고,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액션 장면 못지않게 힘들었다. 내가 고3 때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는데, 그 때의 느낌들을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10.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상상이 안됐던 장면은?
박서준: 편안하게 대화하는 장면 말고는 다 상상이 안 갔다. 하하. 절대적으로 감독님을 믿었다.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분이라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자면서 악령에게 공격받는 장면의 그림자들도 CG가 아닌 실제 그림자였다. 액션 감독님이 검은색 타이즈를 입고 손으로 나를 찌르는 듯한 동작을 했고, 그 그림자를 따서 만든 거다. 그런 것 하나하나 감독님이 구상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구현되기 어려웠을 장면들이다. 공간도 클럽하고 재단만 세트고 전부 실제 장소다. 판타지 영화지만, 너무 허황되지 않고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10. 손에서 불이 나오는 걸 연기할 때 어색하진 않았나?
박서준: CG로 어떻게 구현될지 몰라 처음에는 어색했다. 어느 정도의 강도로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또, 반사되는 불빛은 CG로 만들 수가 없어서 손에 작은 LED 조명들을 붙인 채 촬영했다. 촬영을 한 뒤에는 현장에서 같이 모니터링을 하면서 불을 입혀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느 하나 쉽게 촬영한 장면이 없다. 하하.
10. 무교라고 들었는데, 종교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박서준: 종교는 없지만 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께서 모든 종교는 다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모든 종교가 장단점이 있고 추구하는 게 있기에 하나에 고정관념으로 바라보기보다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그 말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었고, 영화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0.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모니터링 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박서준: 주연 배우는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기도하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가치관에서는 촬영 현장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주연 배우라고 생각한다. 나도 배우는 입장이고 아직은 서툴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신경 쓰고 싶었다.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분위기와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보고 배웠다. 내가 선배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하하.
박서준: 사람들이 서로 연기 품앗이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나도 우식이가 ‘사자’에 출연할 줄 몰랐고, 우식이도 내가 ‘기생충’에 출연할지 몰랐다. 각자 감독님과 만나서 출연을 결정한 거다. 같이 작품 하는 걸 피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다.
10. 최 신부(최우식 분)와 함께 ‘사제’로 돌아오겠다는 엔딩크레딧으로 영화가 끝난다. 감독님도 세계관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상의가 된 건가?
박서준: 나도 감독님이 말씀하신 정도만 알고 있어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 감독님이라면 이미 세계관에 대한 구상은 다 해놨을 거다. 그걸 얼마나 더 확장시키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사제’에도 용후를 출연시켜 준다면 기꺼이 참여할 거다.
10.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편한가?
박서준: 이제는 둘 다 익숙해 진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는 너무 다른 매력이라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10. 본인이 ‘대세 배우’라는 의견에 동의하나?
박서준: 전혀 아니다. 자만하는 순간 도태된다. 항상 보완해야 할 점들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려고 한다. 하지만 성실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열심히는 하는 것 같다.(웃음)
10. 다음 작품 계획은?
박서준: 올 하반기에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찾아뵐 것 같다. 영화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내가 해보고 싶고, 자신 있는 걸 선택하려 한다. 나도 내가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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