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팝가수 앤 마리(Anne-Marie). /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팝가수 앤 마리(Anne-Marie). /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내한한 영국 가수 앤 마리가 주최 측의 공연 취소에 실망했을 팬들을 위한 깜짝 무대를 펼쳤다. 자신을 기다려준 한국 팬을 위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원래 서기로 했던 무대보다 작은 공연장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품격 있는 공연이었다. 팬들은 큰 사랑과 감동을 받았고, 앤 마리는 평생의 팬을 얻었다.

앤 마리는 지난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 2019’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은 공연 당일 전광판을 통해 “다니엘 시저와 앤 마리의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공연 취소를 알렸다.

팬들은 앤 마리의 불참 소식에 분노했다. 그러나 이는 주최 측의 거짓말이었다. 강풍과 호우 등 기상 악화로 공연이 취소되는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문제다. 공연보다 아티스트와 관객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라는 주최 측의 발표는 아티스트와 팬까지 기만하는 문제였다.

분노한 앤 마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 주최 측이 무대에 오르려면 관객석에서 (우천과 강풍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후 11시 30분 호텔에서 무료 공연을 열겠다. 티켓은 필요 없다. 모두 환영한다”며 무료 공연을 발표했다.

앤 마리는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호텔 라운지를 빌려 무료로 공연을 개최했다. 갑작스러운 공지와 늦은 시간 때문에 공연장에 온 팬들의 수는 적었다. 하지만 앤 마리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연을 펼쳤다. 또한 오지 못한 팬들을 위해 SNS 라이브로 공연을 생중계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앤 마리는 공연 중 여러 번 눈물을 흘려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앤 마리는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팬들은 “괜찮다” “울지 마” 등의 응원으로 앤 마리를 위로했다. 또 종이비행기 이벤트로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앤 마리의 이같은 대처는 지난 26일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에 예고 없이 불참해 논란을 빚은 크리스티아니 호날두와 상반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에 45분 이상 출전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었으나 끝내 벤치만 지키다 돌아갔다. 무더위와 장맛비 속에서 현장을 찾은 6만 관중은 물론 국내 축구 팬들을 실망시켰다. 앞서 숙소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예고된 팬미팅과 사인회에도 불참해 한 차례 실망감을 안겨준 터라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반면 앤 마리는 페스티벌보다 여건이 열악한 호텔 라운지였는데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관객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연을 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 때문에 무대에 섰고, 그 진심을 팬들과 나눴다. 앤 마리는 “정말 감성적인 날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공연 현장의 팬들과 라이브로 지켜본 팬들은 “그냥 최고인 공연이었다” “실력도 갑(甲) 인성도 갑(甲)” “감동 그 자체”라며 앤 마리에 대한 애정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앤 마리는 뛰어난 음악 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퍼포먼스와 탄탄한 라이브로 호평을 받고 있는 팝가수다. 2013년 첫 솔로곡 ‘섬머 걸(Summer Girl)’로 데뷔한 앤 마리는 영국 밴드 루디멘탈의 보컬로 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싱글 ‘알람(Alarm)’으로 영국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플래티넘을 찍었고, 클린 밴딧(Clean Bandit)과 합작한 ‘락어바이(Rockabye)’로 9주 연속 영국 차트 1위를 달성하며 유럽, 북미 등 각지에서 또 한번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발매된 첫 정규앨범 ‘스피크 유어 마인드(Speak Your Mind)’의 수록곡 ‘2002’로 유명하다. ‘2002’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솔직하고 감각적인 가사로 풀어낸 곡으로 에드시런(Ed Sheeran)과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가 작사, 작곡했다. 올해 초 앤 마리의 ‘2002’ 라이브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음원 차트에서도 역주행을 시작했고, 지난 4월 내한공연에서는 매진을 기록했다. 팝 음악 최초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가온차트 월간 디지털차트, 다운로드차트에서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는 꾸준히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시간 29일 오후 1시 기준 멜론, 지니, 벅스, 엠넷에서 10위, 플로에서는 6위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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