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남규리: 시대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제가 연기했던 미키라는 캐릭터도 예전부터 갈망하던 직업군이었고요. 한 번쯤은 노래와 관련된 역할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 모든 걸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죠.
10.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라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남규리: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마음의 울림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미키라는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미키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쉬어가는 캐릭터거든요.
10.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나요?
남규리: 사전 제작 드라마여서 촬영은 지난 4월 중순 쯤 끝났어요. 한 달 뒤에 방송으로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때 좀 더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바로 모니터링을 못하니까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너무 행복했던 촬영이었거든요. 작품을 떠나보내기 싫을 정도로요.
10. 직접 노래도 불렀는데 오랜만에 노래한 기분이 어때요?
남규리: 그런 걸 생각할 여력도 없었어요.(웃음) ‘이몽’ 8~9회까지는 전작이었던 MBC ‘붉은달 푸른해’와 촬영이 겹쳤거든요. 그러다 보니 노래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죠. 며칠을 밤새 드라마 촬영하다 급하게 녹음실 가서 녹음하고, 촬영 중간에 틈틈이 가사를 외워야 했어요. 노래를 하고 있는데도 정신이 없더라고요.
10. 두 작품 모두 분위기가 무거운 작품이에요. 같이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았어요?
남규리: 작품의 분위기는 둘 다 무거웠지만 캐릭터 분위기는 정반대였어요. ‘붉은달 푸른해’의 수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로봇 같은 인물인데 ‘이몽’의 미키는 솔직하고 당당한 말괄량이에요. 그래서 더 좋은 에너지가 나온 것 같아요. 수영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성격과 많이 달라서 촬영할 때마다 부담이 컸거든요. 그러다 미키로 변신하면 답답했던 족쇄를 푸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호호.
10.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가 있나요?
남규리: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보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배우가 한 가지 옷만 입을 수 있겠어요.(웃음) 물론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저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기보다 기다리는 입장이니까요. 이런 캐릭터들을 만나기까지 그만큼의 기다림과 초조함, 기도, 잠 못 이룸이 있었죠.
10. 기다린다고 모두가 선택받지는 않죠.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남규리: 드라마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 분 말이 캐스팅을 위해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똑같은 대답만 한다는 거예요. 근데 저만 뭔가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진심이 느껴졌다나.(웃음) 저는 연기를 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진심이 없으면 힘들어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는데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진심을 알아봐주셔서 선택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10.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네요.
남규리: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촬영에 들어간 순간 그곳은 저를 위한 공간입니다. 남들에게는 그곳에 서는 것조차 어려운 기회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연기를 봤을 때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만큼 간절하니까요.
10. 미키는 가수에서 독립운동가의 밀정으로 성장해요. 연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했나요?
남규리: 처음에는 좀 더 철딱서니 없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송병수(이한위 분)가 죽고 나서부터 미키의 본심이 드러나거든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영진(이요원 분)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숨겨져 있던 애국심도 보이고요. 사실 저는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능동적으로 뭘 하고 싶은 욕심도 많았죠. 하지만 극의 전체 톤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주어진 수위는 넘지 말아야 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10. 이요원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남규리: 요원 언니는 SBS ‘49일’ 이후로 처음 만났어요. 그 때는 제가 신인이기도 했고, 요원 언니는 1인 2역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바빠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기 힘들었죠. 8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친한 언니 동생처럼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같이 작품을 한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촬영할 때 언니가 저 때문에 NG를 많이 냈어요. ‘너 그만 좀 웃겨. 나 집중해야 돼’라고 할 정도로요. 호호.
10.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성격은 굉장히 유쾌한 것 같아요.
남규리: 저는 굉장히 능동적인 성격인데,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깨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그게 별로 중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배우는 연기와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와 닮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의 미키를 만났을 때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10. 드라마를 통해 5년 만에 음원 발매도 했어요. 앞으로 가수 남규리의 모습도 볼 수 있을까요?
남규리: 기회가 된다면? (웃음) 음원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버스킹은 꼭 해보고 싶었어요. 씨야로 데뷔하기 전에 홍대 인디밴드를 준비했거든요. 사람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이야기하는 공연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10. 어느덧 연기 11년 차에요. 그동안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남규리: 벌써 제 나이가 30대 중반이네요. 호호. 아직 배우로서 강렬했다고 느낀 순간은 없어요. 다만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생각하기보다 하루하루 후회 없이 잘 살고 싶어요.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건 없으니까요. 작품도 운명적으로 만난 것들이 더 많고요.
10.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아질 것 같아요.
남규리: 사랑도 결혼도 운명 같아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어요. 어릴 때는 뭐 하나만 좋아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 생활도 상대방의 생활도 존중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요. 요즘에는 일만 열심히 하느라 예전보다 더 기회가 없어요. 그래도 항상 열려있긴 합니다.
10. 앞으로 만나고 싶은 운명적인 작품이 있을까요?
남규리: 영화를 하고 싶어요. 드라마도 너무 재밌긴 한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보고 싶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 쪽이 더 열려 있으니까요. 새로운 캐릭터에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다큐성이 짙은 작품도 찍어보고 싶고, 결핍된 인간의 모습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꿈꾸는 건 자유니까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MBC 드라마 ‘이몽’에서 배우 남규리는 화려한 외모와 매혹적인 분위기, 뛰어난 노래 실력까지 겸비한 경성구락부 가수 미키 역을 맡아 놀라운 캐릭터 일치율을 선보였다. 남규리도 미키를 “실제 내 모습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고 했다. 그는 비장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극의 감칠맛을 더했다. 극 중반부터는 밀정으로 성장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13일 ‘이몽’ 마지막 회 방송을 앞두고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남규리를 만났다.10. ‘이몽’으로 시대극에 처음 도전했어요.
남규리: 시대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제가 연기했던 미키라는 캐릭터도 예전부터 갈망하던 직업군이었고요. 한 번쯤은 노래와 관련된 역할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 모든 걸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죠.
10.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라 임하는 각오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남규리: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서민들의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마음의 울림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미키라는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미키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쉬어가는 캐릭터거든요.
10.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나요?
남규리: 사전 제작 드라마여서 촬영은 지난 4월 중순 쯤 끝났어요. 한 달 뒤에 방송으로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때 좀 더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바로 모니터링을 못하니까 연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너무 행복했던 촬영이었거든요. 작품을 떠나보내기 싫을 정도로요.
10. 직접 노래도 불렀는데 오랜만에 노래한 기분이 어때요?
남규리: 그런 걸 생각할 여력도 없었어요.(웃음) ‘이몽’ 8~9회까지는 전작이었던 MBC ‘붉은달 푸른해’와 촬영이 겹쳤거든요. 그러다 보니 노래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죠. 며칠을 밤새 드라마 촬영하다 급하게 녹음실 가서 녹음하고, 촬영 중간에 틈틈이 가사를 외워야 했어요. 노래를 하고 있는데도 정신이 없더라고요.
10. 두 작품 모두 분위기가 무거운 작품이에요. 같이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았어요?
남규리: 작품의 분위기는 둘 다 무거웠지만 캐릭터 분위기는 정반대였어요. ‘붉은달 푸른해’의 수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로봇 같은 인물인데 ‘이몽’의 미키는 솔직하고 당당한 말괄량이에요. 그래서 더 좋은 에너지가 나온 것 같아요. 수영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성격과 많이 달라서 촬영할 때마다 부담이 컸거든요. 그러다 미키로 변신하면 답답했던 족쇄를 푸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호호.
남규리: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보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배우가 한 가지 옷만 입을 수 있겠어요.(웃음) 물론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저는 아직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기보다 기다리는 입장이니까요. 이런 캐릭터들을 만나기까지 그만큼의 기다림과 초조함, 기도, 잠 못 이룸이 있었죠.
10. 기다린다고 모두가 선택받지는 않죠.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남규리: 드라마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 분 말이 캐스팅을 위해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똑같은 대답만 한다는 거예요. 근데 저만 뭔가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진심이 느껴졌다나.(웃음) 저는 연기를 할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진심이 없으면 힘들어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는데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 진심을 알아봐주셔서 선택해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10.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네요.
남규리: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촬영에 들어간 순간 그곳은 저를 위한 공간입니다. 남들에게는 그곳에 서는 것조차 어려운 기회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연기를 봤을 때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만큼 간절하니까요.
10. 미키는 가수에서 독립운동가의 밀정으로 성장해요. 연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어떤 고민들을 했나요?
남규리: 처음에는 좀 더 철딱서니 없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송병수(이한위 분)가 죽고 나서부터 미키의 본심이 드러나거든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영진(이요원 분)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숨겨져 있던 애국심도 보이고요. 사실 저는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능동적으로 뭘 하고 싶은 욕심도 많았죠. 하지만 극의 전체 톤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주어진 수위는 넘지 말아야 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10. 이요원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남규리: 요원 언니는 SBS ‘49일’ 이후로 처음 만났어요. 그 때는 제가 신인이기도 했고, 요원 언니는 1인 2역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바빠 이야기도 제대로 나누기 힘들었죠. 8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친한 언니 동생처럼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같이 작품을 한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촬영할 때 언니가 저 때문에 NG를 많이 냈어요. ‘너 그만 좀 웃겨. 나 집중해야 돼’라고 할 정도로요. 호호.
10.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성격은 굉장히 유쾌한 것 같아요.
남규리: 저는 굉장히 능동적인 성격인데,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깨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그게 별로 중요치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배우는 연기와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와 닮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의 미키를 만났을 때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남규리: 기회가 된다면? (웃음) 음원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버스킹은 꼭 해보고 싶었어요. 씨야로 데뷔하기 전에 홍대 인디밴드를 준비했거든요. 사람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이야기하는 공연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10. 어느덧 연기 11년 차에요. 그동안 배우로서 얼마나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남규리: 벌써 제 나이가 30대 중반이네요. 호호. 아직 배우로서 강렬했다고 느낀 순간은 없어요. 다만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생각하기보다 하루하루 후회 없이 잘 살고 싶어요.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건 없으니까요. 작품도 운명적으로 만난 것들이 더 많고요.
10.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아질 것 같아요.
남규리: 사랑도 결혼도 운명 같아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어요. 어릴 때는 뭐 하나만 좋아도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 생활도 상대방의 생활도 존중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요. 요즘에는 일만 열심히 하느라 예전보다 더 기회가 없어요. 그래도 항상 열려있긴 합니다.
10. 앞으로 만나고 싶은 운명적인 작품이 있을까요?
남규리: 영화를 하고 싶어요. 드라마도 너무 재밌긴 한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보고 싶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 쪽이 더 열려 있으니까요. 새로운 캐릭터에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다큐성이 짙은 작품도 찍어보고 싶고, 결핍된 인간의 모습도 표현해보고 싶어요. 꿈꾸는 건 자유니까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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