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아파하는 이웃을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영화입니다.”
배우 설경구는 최근 개봉한 영화 ‘생일’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이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종언 감독이 ‘생일 모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친구들이 그들의 생일에 모여 함께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다. 설경구는 극 중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정일 역을 맡았다.
“위로 한 마디를 건넨다고 생각하면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마냥 울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위로하자고 만든 영화입니다.”
설경구는 이미 정해진 다른 촬영 일정들로 인해 ‘생일’의 출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거절할 생각이었다. 설경구는 “생각할 시간을 일주일 정도 주셔서 오히려 조금 편하게 거절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뤄서, 가족 이야기라서만은 아니었어요. 이종언 감독과는 잠깐씩 본 적은 있었지만 잘 몰랐거든요. 이창동 감독이 이종언 감독에 대해 많이 알려줬어요.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 사람이라면 쉽지 않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영화가 일방적인 얘기만 하진 않아요. 여러 목소리가 툭툭 튀어나오는데, 두루두루 담담하게 담는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극 중 외국에서 일하던 정일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2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사정이야 있었지만 아내 순남(전도연 분)의 마음은 닫힌 지 오래. 딸 예솔(김보민 분)도 데면데면하다.
“정일은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관찰자에요. 저도 감독님에게 왜 정일을 이때서야 돌아오게 만들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세월호 사건이 곧 5주기잖아요. 사건이 많이 잊혀가고 있고, 또 애써 잊으려 하는 이들도 있죠. 정일은 곧장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가진 않잖아요. 관객들이 정일을 통해서 차츰차츰 살피면서 이야기로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설정된 거죠.”
설경구는 극 중 아내인 순남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과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배우로서 내면의 깊이감이 더해진 전도연의 모습에 감탄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깊어지고 에너지가 강해졌다는 겁니다. 도연 씨는 도사 같은 느낌이에요. 하하. 대사를 툭툭 내뱉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늙지도 않는 것 같아요.”
‘생일’의 마지막 장면인 생일 모임은 촬영을 끊지 않고 30분간 그대로 이어갔다. 설경구는 “공기부터 달랐던 촬영”이라고 기억했다.
“50~60명이 하나처럼 연기했어요. 해본 적도 없고 쉽지도 않은 묘한 경험이었어요. 카메라가 누구를, 어디를 찍고 있고 있는지 모르니 다 연기를 해야 해요. 누구도 딴짓하지 않고 집중했어요. 극 중 제 조카로 나오는 친구는 대자로 뻗어서 통곡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를 진정시키느라 다들 웃기도 했네요. 저도 감정이 격해졌어요. 마음이 참 아팠죠.”
그는 언론시사회 이틀 전 연출진에게 연락해 생일모임 장면 중 일부를 수정한 뒷 얘기를 털어놓았다. 원래 정일이 코피를 흘리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정일이 코피를 흘리면 관객의 시선이 분산될 것 같았다는 것.
설경구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이 모임의 초대장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저희 생일 모임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다는 자체가 위로입니다.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배우 설경구는 최근 개봉한 영화 ‘생일’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이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종언 감독이 ‘생일 모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친구들이 그들의 생일에 모여 함께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 모임이다. 설경구는 극 중 세월호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정일 역을 맡았다.
“위로 한 마디를 건넨다고 생각하면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마냥 울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위로하자고 만든 영화입니다.”
설경구는 이미 정해진 다른 촬영 일정들로 인해 ‘생일’의 출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거절할 생각이었다. 설경구는 “생각할 시간을 일주일 정도 주셔서 오히려 조금 편하게 거절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뤄서, 가족 이야기라서만은 아니었어요. 이종언 감독과는 잠깐씩 본 적은 있었지만 잘 몰랐거든요. 이창동 감독이 이종언 감독에 대해 많이 알려줬어요.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 사람이라면 쉽지 않을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영화가 일방적인 얘기만 하진 않아요. 여러 목소리가 툭툭 튀어나오는데, 두루두루 담담하게 담는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정일은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관찰자에요. 저도 감독님에게 왜 정일을 이때서야 돌아오게 만들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세월호 사건이 곧 5주기잖아요. 사건이 많이 잊혀가고 있고, 또 애써 잊으려 하는 이들도 있죠. 정일은 곧장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가진 않잖아요. 관객들이 정일을 통해서 차츰차츰 살피면서 이야기로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설정된 거죠.”
설경구는 극 중 아내인 순남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과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배우로서 내면의 깊이감이 더해진 전도연의 모습에 감탄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깊어지고 에너지가 강해졌다는 겁니다. 도연 씨는 도사 같은 느낌이에요. 하하. 대사를 툭툭 내뱉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늙지도 않는 것 같아요.”
“50~60명이 하나처럼 연기했어요. 해본 적도 없고 쉽지도 않은 묘한 경험이었어요. 카메라가 누구를, 어디를 찍고 있고 있는지 모르니 다 연기를 해야 해요. 누구도 딴짓하지 않고 집중했어요. 극 중 제 조카로 나오는 친구는 대자로 뻗어서 통곡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를 진정시키느라 다들 웃기도 했네요. 저도 감정이 격해졌어요. 마음이 참 아팠죠.”
그는 언론시사회 이틀 전 연출진에게 연락해 생일모임 장면 중 일부를 수정한 뒷 얘기를 털어놓았다. 원래 정일이 코피를 흘리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정일이 코피를 흘리면 관객의 시선이 분산될 것 같았다는 것.
설경구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이 모임의 초대장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저희 생일 모임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다는 자체가 위로입니다. 초대에 기꺼이 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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