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빅이슈’  방송사고 장면. /사진=SBS  화면 캡처
‘빅이슈’ 방송사고 장면. /사진=SBS 화면 캡처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가 CG작업이 끝나지도 않은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역대급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크고 작은 문제들은 수목극뿐만 아니다. 월화, 금토 드라마 역시 연기자 부상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지난 21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빅이슈’에서는 TV조정 화면이 갑자기 나타났다. ‘창 좀 어둡게’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다 지어주세요’ 등 스크립트가 보였다. 시청자들은 “어떻게 찍길래 확인도 안하고 방송을 내보내냐”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 “실수할 수도 있다” “어쨌든 재밌게 봤다” “방송 일부인 줄 알았다” “우리집 TV가 이상한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SBS는 “상황실 및 사고 장면 등에서 다수의 CG컷이 있었으나 CG작업이 완료되지 못한 분량이 수차례 방송됐다”고 곧바로 인정하고 시청자. 연기자, 스탭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향후 방송분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촬영 및 편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SBS ‘열혈사제’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열혈사제’ 방송 화면 캡처
SBS는 현재 월화수목금토에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모두 문제를 겪고 있다. 월화드라마인 ‘해치’에서 여지 역으로 주인공을 맡은 고아라는 촬영 중 발목을 접질렸다. 지난 7일 문경에서 촬영 중 다쳐 다음날 서울에서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오른쪽 전거비 인대 파열로 통깁스 및 입원 치료가 불가피했다. 지난 16일부터는 촬영장에 복귀했으나 전신 촬영은 어려워 결국 27-32회 등 6회 분량에 등장하는 않는 것으로 제작진과 조율했다.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의 김남길 역시 많은 액션 장면을 소화하다 손목과 늑골에 부상을 당했다. 손목 골절로 치료를 받은 후 뒤늦게 늑골 골절까지 알아차려 촬영을 잠시 쉬었다. 제작진은 배우 보호 차원에서 김남길 촬영 분량을 더 미루려 했으나, 드라마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남길은 결방을 막고자 빠르게 현장에 복귀했다.

지난달 종영한 ‘황후의 품격’에서는 무리한 연장 탓에 주연배우 최진혁이 마지막 회를 앞두고 불참을 선언했다. 이 드라마 제작진은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 건강상의 위협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SBS와 제작사 에스엠라이프디자인그룹을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황후의 품격’은 다채롭고 빠른 이야기 전개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일부 시청자들은 과한 폭력성, 선정성에 대해서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러한 문제를 짚으며 법정제재 ‘주의’를 줬다. ‘황후의 품격’을 연출한 주동민 PD는 지난해 초 이미 자신의 연출작 ‘리턴’에서 고현정 중도 하차 사태로 한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리턴’ 역시 심의위원회에서 비슷한 문제로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사진=SBS ‘해치’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해치’ 방송 화면 캡처
이러한 방송사고와 비정상적인 촬영 환경, 자극적 장면 등의 원인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는 상당수의 시청자 반응이 동시에 즉각적으로 온다.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 반응을 반영해 대본을 급히 수정해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고, 재미를 위해 수정한 이야기는 때론 뜬금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쪽대본도 다반사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드라마 현장은 언제나 쫓기듯 촬영해야 한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은다.

작품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배우들에게 명연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할 수 있는 일. 지난 21일 영화 ‘로망’ 관련 인터뷰로 만난 배우 이순재는 “예전에는 대본이 일주일에서 열흘 전에는 나왔다”며 “당시에는 작가가 촬영장에 나와 연출 옆에 앉아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또한 “대본이 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작가가) 더 잘 쓰기 위해서였다. 그런 대본의 경우에는 토씨 하나 못 고친다”고 했다. 배우 정영숙 역시 이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막장으로 가지 않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드라마들이 많았다”고 최근 드라마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드라마의 사건·사고는 비단 SBS 문제만도 아니다.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2’에서는 극 중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하다 스태프 5명이 실제로 부상을 당했다. 심지어 촬영장소였던 곳은 관할 구청인 인천 중구청에서 도로 점유 관련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이슈’ 방송사고는 2017년 12월 발생한 tvN 드라마 ‘화유기’의 방송사고를 연상시킨다. 판타지극 ‘화유기’는 CG작업 분량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당시 후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CG를 입히지 않은 초록색 화면과 액션용 와이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고를 인지한 방송사는 방송을 일시 중단하고 자사 예능 예고편을 급히 내보냈다. 시간을 벌었지만 해결이 어렵게 되자 아예 드라마를 종료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파업 중이었던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방송 지연이 11분가량 발생했다. SBS에서도 2011년 ‘시크릿 가든’과 ‘싸인’, 2015년 ‘펀치’가 빠듯한 촬영 일정으로 인해 미완성본을 내보낸 일이 있었다.

극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제쳐두고 시청률에 급급하면서 제작 일정은 촉박하니 이런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반복되는 사안을 개선하지 않고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 역시 문제점이다. 물론 스낵 콘텐츠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작품도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동시성, 파급성이 큰 드라마에서는 더 높은 질과 의미 있는 메시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뿐 아니라 화면 너머에 있는 ‘근로자’ 역시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 배우, 제작진, 그리고 제작사와 방송국은 수익뿐만 아니라 공익의 가치도 우선시 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완성도 있는 작품, 시대를 반영하고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환경에서부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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