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산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자리다. 사실 ‘별밤’을 하기 전까지는 말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팬미팅, 콘서트, 예능 등 어느 자리에서나 ‘진짜 어떡하지?’라고 말할 정도로 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데 별밤지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얻은 게 많다. 감수성도 풍부해진 기분이다.
10. 전에는 ‘별밤’의 문화적 영향력은 상당했다. ‘별밤’을 들은 경험이 있는 지 궁금하다.
산들: 사실 내가 라디오 세대가 아니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는 라디오를 잘 안 들었다. TV를 주로 보는 환경이었으니까. 오히려 스무 살부터 라디오를 듣게 됐다. 그때 데뷔하고 첫 라디오가 박경림이 진행하는 ‘별밤’ 7분 초대석이었다. B1A4가 나와서 7분 동안 얘기하고 노래 한 곡 부르고 퇴장한 짧은 시간이었는데, 재미 있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스무 살 부터 ‘별밤’과 라디오를 듣게 됐다. 그냥 ‘재미있네’로 시작했는데 항상 그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어느 순간부터 확 빨려 들어갔다.
10. ‘별밤’이라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의 DJ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산들: ‘별밤’ 하면 떠오르는 분은 이문세 선배님이다. 처음 별밤지기가 되었을 때 사실 선배님보다 잘해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웃음)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그렇게 하면 안되겠더라. 라디오 DJ는 그냥 매일매일 사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PD님이 “라디오는 그냥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PD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아니에요~!” 이랬다. 그런데 계속 자꾸 그 말이 생각났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힘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니 다시 내가 라디오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청취자일 때는 알고 있었던 걸 DJ가 되니 까맣게 잊고 있던 거다.
10. 신성훈 PD는 언제쯤, 왜 이런 조언을 해줬나?
산들: (신 PD를 향해) 기억 안 나시죠?
신 PD : 음, 처음부터 조언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지켜보는 편이다. 산들은 이미 여러 곳에서 인정받은 가수다. 그래서 자기 능력껏 잘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라디오는 기본적으로 부담스러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숨소리, 제스처 하나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듣는 사람도 편하다. ‘어떻게 들릴까’를 고민하면 두 시간이 피곤하고, 일주일이 피곤하고, 라디오 하는 내내 피곤할 거다. 처음엔 그렇게 고민의 시간을 보내는 게 맞지만 언젠가는 내가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잘 하고 있고, 여기서 뭘 더 하려고 하면 듣는 사람이 더 힘들 수 있다. 편하게 다가서자’. 사실 그게 ‘별밤’의 목표다. 지금 산들은 참 잘 따라주고 있다.
10. DJ인 산들도 스무 살 이전에는 라디오를 듣지 않았을 정도로 라디오와 젊은 층의 거리가 생겼다. ‘별밤’의 청취자층도 10대에서 20~30대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청소년에 대해선 손을 놓은 건가?
신 PD: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별밤’은 원래 청소년 교양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와 청소년이 거리가 멀어졌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청소년 대상에서 과감히 탈피해 20~30대나 더 올드한 계층을 타깃으로 전면적으로 바뀌곤 한다. 현재 ‘별밤’과 동시간대 프로그램도 그렇게 배치돼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떠난 매체를 다시 청소년층을 위해 맞춰야 하는지의 고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내가 20대인 산들을 만났을 때 그렇다면 그의 동년배들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변화가 생겼다.
10. 어떤 변화인가.
신 PD: 지난 가을 MBC 라디오국의 한 선배가 ‘언제라도 청소년층을 놓을 수 있는데, 노력도 안 해보고 놓아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그 말에 내가 설득됐다. ‘우리가 너무 쉽게 청소년들에게 다가설 용기를 못 냈나?’ 했던 거다. ‘선배. 내가 정환(산들 본명)이 데리고 한번 다가가 볼까요?’라고 했다. 정 안 되면 그때 놓아주려고.
10. 그에 대한 반응은 있었나.
신 PD: 지금 특별히 기획하고 있는 것도 청소년 맞춤형이다. 교실 콘서트를 여는 거다. 중고교의 한 교실을 찾아가서 작은 콘서트를 연다. 첫 타자가 배화여고 학생들이었는데 그 때 우리에게 합창을 불러줘 다들 감동받았다. 그리고 50주년을 맞아 전국을 도는 ‘별밤로드’를 할 때 이 친구들이 다시 모여서 합창을 불러주기로 했다.
산들: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신 PD: 그런 식으로 청소년들이 ‘별밤’이라는 매체에 조금이라도 애착을 갖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편해도, 돌아섰던 친구들을 다시 잡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 청소년을 끌어오는 데 요즘의 미디어 환경이 난감할 것 같기도 하다.
신 PD: 우리도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뉴미디어나 SNS에 가까운 만큼 지쳐 있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수준이 높고 감성적이다. 우리 때는 매체가 많지 않아서 TV에 빠졌지만, 요즘 학생들은 할 게 많아서 이미 수준 높은 10대를 보내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라디오를 선택해준다는 건 우리가 정말 ‘선택을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10대 친구들이 라디오를 선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연을 보낸 절반이 청소년들이다. 특히 SNS 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요즘 많다. 유튜브도 봐야 하고, SNS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라디오는 그냥 틀어놓기만 하면 된다. 라디오의 편한 감성이 다시 청소년들에게 어필하고 있지 않나 한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내면 아이들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10. 라디오와 비교되는 것으로 유튜브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팟캐스트로 빠져나가는 청소년 외의 젊은 세대를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신 PD: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팟캐스트는 종류가 너무 많다. 팟캐스트는 엄청나게 많은 주의를 기울여서 선별해야 하는 매체이고, 2시간 정도 음악도 없이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팟캐스트는 얼마나 재미있어야 하고, 개인의 성향에 얼마나 잘 맞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걸 찾아서 자신에게 잘 맞는 게 있는 사람들은 팟캐스트를 들을 거다. 그런데 라디오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다. 편하다. 틀어놓고 자기도 하고, 듣다가 자 버려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한다. 무엇보다 음악이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즈음이면 갑자기 라디오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음악이 흘러나온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라디오는 그런 만족감과 일상의 안식을 찾아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별밤’은 그렇게 50년을 함께하고 있다.
10. 라디오를 많이 듣지않는 시대에 50주년이란 게 정말 특별할 것 같다.
신 PD: 그렇다. 얼마 전에 이런 사연이 왔다. 옛날에 자신이 살던 동네에 갔는데, 그가 놀던 자리에 있던 전봇대가 아직도 서 있었다고. 그걸 보고 너무 행복했다는 거다. 그리고 나서 택시를 탔는데 ‘별밤’ 시그널 음악이 나왔다고하더라. 자신이 10년 동안 ‘별밤’을 안 듣고 있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안 들었는데 왜 안없어지고 나를 또 향수에 젖게 하느냐. 지금은 또 누가 하고 있냐. 아직도 하고 있으니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 뛰놀던 유년의 어떤 공간이고 세계 같은 게 ‘별밤’이 아닐까 했다. 50년의 힘이란 그렇다. 그런 사연은 다른 라디오에서는 못 받을 거다.
10. 팟캐스트 진행자이기도 한 김하나 카피라이터가 ‘별밤’에 고정 출연 중이다.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20~30대를 잡는 노력처럼 보였는데 의도한 건 아닌가.
신 PD: 그렇다. 라디오와의 매력이 다른 것이지, 사실 나도 팟캐스트를 정말 많이 듣는다. 내가 김하나 씨의 팬이다.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게스트를 구하는 데 참 편한 점이 있다. 이전에는 풍문으로 ‘누가 괜찮다더라’ ‘누가 어느 방송에서 어떤 게스트를 하고 있다더라’ 아니면 ‘누가 추천했다’ 정도였는데 요즘은 팟캐스트를 좀 들어보면 그 사람의 수준이 나온다. 김하나 씨는 정말 대단하다. 두 시간 동안 팟캐스트 방송을 이끌어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라디오에 나와서 실시간으로 고민상담을 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라디오와 접목시켰을 때 이 사람은 어떻게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를 생각해 섭외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김하나 씨는 정말 잘한다. 그도 팟캐스트와는 다르게 광고가 나갈 때 쉴 수도 있고, 생방송이라 시간이 다 되면 딱 퇴근하니까 새로운 경험이라고 하더라.
10. 방송이 끝난 뒤 제작진이 유튜브 라이브를 추가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다. ‘별밤’은 어떤가?
신 PD: 음….. 내 생각에 TV는 TV, 유튜브는 유튜브, SNS는 SNS, 라디오는 라디오다. 라디오만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확장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라디오 PD이고, 산들은 라디오의 DJ다.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로 인연을 맺었고, 지금 라디오를 하고 있다. 라디오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매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건 오늘 프로그램을 잘 해내는 거다. 오늘 오프닝을 무리 없이하고, 오늘의 시간에 잘 맞춰 노래를 틀고, 오늘 클로징 인사를 잘 건네는 게 우리의 몫이다.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니라 항상 청취자의 주변에 서는 게 목표다. 이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편하게 머물고 싶다. 그래서 다른 매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이종환, 이문세, 이수만, 이적, 박경림…. 수많은 스타 DJ들과 함께하고 스타 작가들을 배출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별밤’)가 지난 17일 50주년을 맞았다. 라디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시대에 하나의 프로그램이 50년을 이어온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문 일이다. 수많은 매체들이 각축하는 환경에서 별밤의 제작자와 진행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여름부터 ‘별밤’과 함께해 온 신성훈 PD와 26대 별밤지기 B1A4 산들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10. 이문세, 이적, 강타 등 쟁쟁한 ‘별밤지기’들이 있었다. 별밤지기란 어떤 의미인가.
산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자리다. 사실 ‘별밤’을 하기 전까지는 말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팬미팅, 콘서트, 예능 등 어느 자리에서나 ‘진짜 어떡하지?’라고 말할 정도로 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데 별밤지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얻은 게 많다. 감수성도 풍부해진 기분이다.
10. 전에는 ‘별밤’의 문화적 영향력은 상당했다. ‘별밤’을 들은 경험이 있는 지 궁금하다.
산들: 사실 내가 라디오 세대가 아니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는 라디오를 잘 안 들었다. TV를 주로 보는 환경이었으니까. 오히려 스무 살부터 라디오를 듣게 됐다. 그때 데뷔하고 첫 라디오가 박경림이 진행하는 ‘별밤’ 7분 초대석이었다. B1A4가 나와서 7분 동안 얘기하고 노래 한 곡 부르고 퇴장한 짧은 시간이었는데, 재미 있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스무 살 부터 ‘별밤’과 라디오를 듣게 됐다. 그냥 ‘재미있네’로 시작했는데 항상 그 시간에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어느 순간부터 확 빨려 들어갔다.
10. ‘별밤’이라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의 DJ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산들: ‘별밤’ 하면 떠오르는 분은 이문세 선배님이다. 처음 별밤지기가 되었을 때 사실 선배님보다 잘해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웃음)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그렇게 하면 안되겠더라. 라디오 DJ는 그냥 매일매일 사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PD님이 “라디오는 그냥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PD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아니에요~!” 이랬다. 그런데 계속 자꾸 그 말이 생각났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힘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니 다시 내가 라디오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청취자일 때는 알고 있었던 걸 DJ가 되니 까맣게 잊고 있던 거다.
산들: (신 PD를 향해) 기억 안 나시죠?
신 PD : 음, 처음부터 조언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지켜보는 편이다. 산들은 이미 여러 곳에서 인정받은 가수다. 그래서 자기 능력껏 잘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라디오는 기본적으로 부담스러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숨소리, 제스처 하나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듣는 사람도 편하다. ‘어떻게 들릴까’를 고민하면 두 시간이 피곤하고, 일주일이 피곤하고, 라디오 하는 내내 피곤할 거다. 처음엔 그렇게 고민의 시간을 보내는 게 맞지만 언젠가는 내가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잘 하고 있고, 여기서 뭘 더 하려고 하면 듣는 사람이 더 힘들 수 있다. 편하게 다가서자’. 사실 그게 ‘별밤’의 목표다. 지금 산들은 참 잘 따라주고 있다.
10. DJ인 산들도 스무 살 이전에는 라디오를 듣지 않았을 정도로 라디오와 젊은 층의 거리가 생겼다. ‘별밤’의 청취자층도 10대에서 20~30대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청소년에 대해선 손을 놓은 건가?
신 PD: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별밤’은 원래 청소년 교양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와 청소년이 거리가 멀어졌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청소년 대상에서 과감히 탈피해 20~30대나 더 올드한 계층을 타깃으로 전면적으로 바뀌곤 한다. 현재 ‘별밤’과 동시간대 프로그램도 그렇게 배치돼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떠난 매체를 다시 청소년층을 위해 맞춰야 하는지의 고민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내가 20대인 산들을 만났을 때 그렇다면 그의 동년배들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변화가 생겼다.
10. 어떤 변화인가.
신 PD: 지난 가을 MBC 라디오국의 한 선배가 ‘언제라도 청소년층을 놓을 수 있는데, 노력도 안 해보고 놓아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그 말에 내가 설득됐다. ‘우리가 너무 쉽게 청소년들에게 다가설 용기를 못 냈나?’ 했던 거다. ‘선배. 내가 정환(산들 본명)이 데리고 한번 다가가 볼까요?’라고 했다. 정 안 되면 그때 놓아주려고.
10. 그에 대한 반응은 있었나.
신 PD: 지금 특별히 기획하고 있는 것도 청소년 맞춤형이다. 교실 콘서트를 여는 거다. 중고교의 한 교실을 찾아가서 작은 콘서트를 연다. 첫 타자가 배화여고 학생들이었는데 그 때 우리에게 합창을 불러줘 다들 감동받았다. 그리고 50주년을 맞아 전국을 도는 ‘별밤로드’를 할 때 이 친구들이 다시 모여서 합창을 불러주기로 했다.
산들: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신 PD: 그런 식으로 청소년들이 ‘별밤’이라는 매체에 조금이라도 애착을 갖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편해도, 돌아섰던 친구들을 다시 잡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신 PD: 우리도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뉴미디어나 SNS에 가까운 만큼 지쳐 있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수준이 높고 감성적이다. 우리 때는 매체가 많지 않아서 TV에 빠졌지만, 요즘 학생들은 할 게 많아서 이미 수준 높은 10대를 보내고 있다. 그런 친구들이 라디오를 선택해준다는 건 우리가 정말 ‘선택을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서 잘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10대 친구들이 라디오를 선택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사연을 보낸 절반이 청소년들이다. 특히 SNS 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요즘 많다. 유튜브도 봐야 하고, SNS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라디오는 그냥 틀어놓기만 하면 된다. 라디오의 편한 감성이 다시 청소년들에게 어필하고 있지 않나 한다. 우리가 조금만 힘을 내면 아이들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10. 라디오와 비교되는 것으로 유튜브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팟캐스트로 빠져나가는 청소년 외의 젊은 세대를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신 PD: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요즘 팟캐스트는 종류가 너무 많다. 팟캐스트는 엄청나게 많은 주의를 기울여서 선별해야 하는 매체이고, 2시간 정도 음악도 없이 말을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팟캐스트는 얼마나 재미있어야 하고, 개인의 성향에 얼마나 잘 맞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걸 찾아서 자신에게 잘 맞는 게 있는 사람들은 팟캐스트를 들을 거다. 그런데 라디오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다. 편하다. 틀어놓고 자기도 하고, 듣다가 자 버려도 내일 또 같은 시간에 한다. 무엇보다 음악이 있다. 힘들고 지칠 때 즈음이면 갑자기 라디오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음악이 흘러나온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라디오는 그런 만족감과 일상의 안식을 찾아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별밤’은 그렇게 50년을 함께하고 있다.
신 PD: 그렇다. 얼마 전에 이런 사연이 왔다. 옛날에 자신이 살던 동네에 갔는데, 그가 놀던 자리에 있던 전봇대가 아직도 서 있었다고. 그걸 보고 너무 행복했다는 거다. 그리고 나서 택시를 탔는데 ‘별밤’ 시그널 음악이 나왔다고하더라. 자신이 10년 동안 ‘별밤’을 안 듣고 있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안 들었는데 왜 안없어지고 나를 또 향수에 젖게 하느냐. 지금은 또 누가 하고 있냐. 아직도 하고 있으니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 뛰놀던 유년의 어떤 공간이고 세계 같은 게 ‘별밤’이 아닐까 했다. 50년의 힘이란 그렇다. 그런 사연은 다른 라디오에서는 못 받을 거다.
10. 팟캐스트 진행자이기도 한 김하나 카피라이터가 ‘별밤’에 고정 출연 중이다.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 20~30대를 잡는 노력처럼 보였는데 의도한 건 아닌가.
신 PD: 그렇다. 라디오와의 매력이 다른 것이지, 사실 나도 팟캐스트를 정말 많이 듣는다. 내가 김하나 씨의 팬이다. 요즘은 옛날과 다르게 게스트를 구하는 데 참 편한 점이 있다. 이전에는 풍문으로 ‘누가 괜찮다더라’ ‘누가 어느 방송에서 어떤 게스트를 하고 있다더라’ 아니면 ‘누가 추천했다’ 정도였는데 요즘은 팟캐스트를 좀 들어보면 그 사람의 수준이 나온다. 김하나 씨는 정말 대단하다. 두 시간 동안 팟캐스트 방송을 이끌어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라디오에 나와서 실시간으로 고민상담을 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라디오와 접목시켰을 때 이 사람은 어떻게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를 생각해 섭외하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김하나 씨는 정말 잘한다. 그도 팟캐스트와는 다르게 광고가 나갈 때 쉴 수도 있고, 생방송이라 시간이 다 되면 딱 퇴근하니까 새로운 경험이라고 하더라.
신 PD: 음….. 내 생각에 TV는 TV, 유튜브는 유튜브, SNS는 SNS, 라디오는 라디오다. 라디오만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확장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라디오 PD이고, 산들은 라디오의 DJ다.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로 인연을 맺었고, 지금 라디오를 하고 있다. 라디오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매체를 이용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건 오늘 프로그램을 잘 해내는 거다. 오늘 오프닝을 무리 없이하고, 오늘의 시간에 잘 맞춰 노래를 틀고, 오늘 클로징 인사를 잘 건네는 게 우리의 몫이다.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니라 항상 청취자의 주변에 서는 게 목표다. 이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편하게 머물고 싶다. 그래서 다른 매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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