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과 대립하는 신이겸 역의 배우 최규진. /이승현 기자 lsh87@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과 대립하는 신이겸 역의 배우 최규진. /이승현 기자 lsh87@
“오랜만에 정통 사극의 틀을 갖고 나온 드라마에요.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연기력이 뛰어난 선배 배우들,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감독님 덕에 트렌디함도 잡은 것 같아요.”

배우 최규진은 tvN ‘왕이 된 남자’만의 특징을 이렇게 짚었다. 최규진은 극 중 머리는 영특하지만 비뚤어진 성정을 가진 신이겸을 연기하고 있다. ‘왕이 된 남자’는 임금 이헌(여진구 분)이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과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 분)를 궁에 들여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000만 영화 ‘광해’를 원작으로 하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독자적 스토리로 호평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극 중 신이겸의 악행은 광대 하선이 진짜 임금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악역인 만큼 욕을 많이 먹는 것이 목표예요. 극 중 이겸이 엇나가게 된 건 아버지에 대한 애정결핍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치기가 그를 비뚤어지게 만든 거죠. 아버지와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 돼서 속상하기도 해요.”

‘왕이 된 남자’ 촬영 모습. /사진제공=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왕이 된 남자’ 촬영 모습. /사진제공=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신이겸의 아버지인 좌의정 신치수 역은 권해효가 연기한다. 최규진은 “대선배와 함께하는 촬영이 많은 만큼 배울 점도 많고 선배의 연기에 늘 감탄한다”고 말했다.

“권해효 선배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저희 아버지와 비슷하세요.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도 마음이 한결 편하고요. 게다가 선배님이 마인드가 젊으시고 항상 열려있으세요. 조언을 해주실 때도 제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최규진은 오디션을 통해 이번 드라마에 참여하게 됐다. 합격 소식을 들은 오디션 날을 떠올리며 최규진은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점심 때쯤 오디션을 보고 오후엔 학교(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수업이 있어서 혜화동에 갔어요. 틈틈이 대본을 보고 저녁엔 다시 대본 리딩을 하러 갔죠. 2차 오디션을 보고 합격 소식과 함께 대본을 받았는데 그 날이 대본 리딩 날이었던 거에요. 기쁘기도 한데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최규진은 “황금돼지의 해인 만큼 삼겹살도 많이 드시고 배부른 날이 많은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최규진은 “황금돼지의 해인 만큼 삼겹살도 많이 드시고 배부른 날이 많은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최규진은 2017년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낙천적이고 속 깊은 아들 역으로 매끈한 연기를 보여줬다. 최규진은 “1~2학년 땐 동기들 다 같이 듣는 수업이 많았는데 고학년이 되니 각자 바빠져서 요즘에는 혼자 수업 듣는 일도 많아져 아쉽다”고 말했다.

“한 학기 동안 연극을 준비하는 수업이 가장 재미있어요. 의상, 소품도 직접 마련해서 기말고사 2~3일간 공연을 올리거든요. 지난 학기에는 탈세 의혹을 받는 그룹의 회장 역과 트렌스젠더로 1인 2역을 했어요. 새로운 상황에 놓이고, 또 거기에 대처하는 법을 경험하는 건 연기 생활에 큰 공부가 되요.”

영화 ‘편지’를 보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는 최규진. 그에게 자신이 목표한 대로 꿈을 향해 다가가는 것 같냐고 물으니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 같다”며 의외의 답을 했다.

“어릴 땐 막연했는데 가까워질수록 어렵다는 것을 체감했어요. 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막연했던 것을 더 세세하게 생각해봐야겠다고 느끼는 거죠. 마음가짐은 항상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던 그 때와 같아요. ‘편지’를 보면서 ‘북받치는 감정’을 처음 알게 됐듯 다른 사람들도 제 연기를 보고 같은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걸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규진은 “설날에 드라마 촬영을 할지도 모르겠다”며 “황금돼지의 해인 만큼 삼겹살도 많이 드시고 배부른 날이 많은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인사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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