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1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 기자시사회가 열렸다./사진제공=MBC
15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 기자시사회가 열렸다./사진제공=MBC
배우에서 무속인으로 전향한 정호근, 1형 당뇨병 투병 사실을 알린 알베르토 몬디…. 스타들의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고민과 굴곡진 삶의 이야기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온 MBC 시사교양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가 오늘(15일) 300회를 맞이한다. 이날부터 2주에 걸쳐 방송되는 300회 특집방송에서는 각각 MC 송해와 전 야구선수 박찬호를 조명한다.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획을 맡은 오상광 CP, 임남희 책임 PD, 하태호 PD가 참석했다.

‘사람이 좋다’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스타들의 숨겨진 일상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신성일, 오성근, 윤정수, 안혜경, 정호근, 정종철 등을 포함해 약 6년 동안 300명이 넘는 인물들이 출연했다.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사진제공=MBC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사진제공=MBC
일요일 아침 시간대 방송되던 ‘사람이 좋다’는 지난해 1월 알베르토 몬디 편을 시작으로 화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오 CP는 시간대를 옮기면서 시청률 걱정이 많았지만 이를 계기로 ‘사람이 좋다’ 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침에 방송될 때는 어르신들을 위해 친숙하고 구수한 스타들을 모셨다. 화요일 저녁으로 옮긴 뒤에는 20~30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어야 했다”며 “주인공 선정에도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미 나올 만한 분들은 다 나와서 고민이 많았다. 화요일 밤으로 편성을 옮긴 뒤 가장 먼저 섭외한 인물이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와 코미디언 강유미였다”고 했다. 이어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분들은 아니지만, 이들의 진솔한 모습을 비추면서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던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사람이 좋다’가 지금과 같은 길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는 배우 신성일을 꼽았다. 오 CP는 “영화배우 신성일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3월에 방송을 내보냈고, 돌아가신 뒤에는 추모 형식의 방송을 했다”며 “신성일 씨는 대중에게 비호감인 부분이 있지 않나. 나도 그랬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서 좋아하게 됐다. 그렇다고 비호감인 부분을 지우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의 오상광 CP(왼쪽), 하태호 PD/사진제공=MBC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의 오상광 CP(왼쪽), 하태호 PD/사진제공=MBC
하 PD는 섭외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연예인이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간에 못하겠다고 나가는 출연자들도 많았다”며 “촬영을 거의 마쳐갈 때 ‘이런 부분은 빼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잘 풀려서 방송에 나가긴 했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스타들을 섭외하는 비법으로 그는 “서툴더라도 솔직하게 대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가끔 연예인들에게 경계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점을 누르고 솔직하게 대하다 보면 그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풀어 나가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하 PD는 “신성일 선배님 편을 촬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날은 ‘우울하다’ ‘오늘은 찍지 말자’ ‘30분 얘기했으면 충분하지 않니’ 라고 하신다.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촬영할 수 있나’라고도 하셨다. 그런데 이게 그냥 짜증이 아니라 일관성이 있어서 이해하게 됐다. 또 한 번 잘해 주시면 엄청 감동을 하게 되더라”라며 “오 CP님이 신성일 배우 편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니 듣기가 좋다”고 말했다.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의 임남희 책임프로듀서./사진제공=MBC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의 임남희 책임프로듀서./사진제공=MBC
하지만 연예인의 과거와 일상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은, 그들의 문제점을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임남희 책임PD는 “그게 ‘휴먼 다큐’라는 장르의 운명인 것 같다”며 “그래도 어떤 사람을 부를까 고르는 과정에서 1차적인 필터링이 있다. 단지 시청자가 궁금해 할 유명인의 삶이 아니라 ‘그의 삶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떻게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힘을 줄까’를 고민하면서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CP는 “방송의 특성상 원하는 출연자가 있다고 바로 촬영을 할 수가 없다. 여러 명을 미리 생각해두고 스케줄에 맞춰 촬영한다”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 상태에 있다. 스케줄을 비롯해 여러 형편을 고려해야 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방송은 매주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때로는 ‘이런 사람들까지 우리가 조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주인공도 있었다. 그럴 때는 어디에 초점을 맞출 지를 더 고민하면서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15일) 방송될 ‘사람이 좋다’ 300회 특집에는 원로 방송인 송해가 출연한다. 한 주 뒤인 오는 22일에는 전 야구선수 박찬호 편이 공개된다. 오 CP는 “300회 특집이 마침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하게 되는 만큼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연세가 많지만 정정하신 송해 선생님, 꿈을 이룬 뒤에도 계속 꿈을 꾸는 박찬호 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임남희 책임프로듀서는 “300회 동안 많은 분들을 모시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원하는 분들을 모두 모신 건 아니다”라며 “가수 조용필, 배우 윤여정, 김연아 선수를 모실 수 있도록 열심히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좋다’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55분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