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손예진과 현빈, 연기로든 비주얼로든 바람직한 이 조합이 멜로가 아니라 범죄극에서 이뤄졌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기대했다면 아쉬울지도 모르겠으나, 협상가 손예진과 인질범 현빈의 만남이 신선하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하채윤 경위(손예진 분)는 경찰청장의 호출을 받고 경찰 상황실로 급하게 불려오게 된다. 태국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민태구(현빈 분)가 협상 상대자로 하채윤을 콕 집은 것. 하채윤은 민태구가 보이는 모니터 앞에 앉아 협상을 시작한다. 모니터 속 민태구는 인질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다가도 악랄하게 돌변한다. 민태구의 도발에 하채윤은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협상을 끌고 나간다.
영화 내내 두 사람의 협상은 모니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인질범을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모니터로만 상대해야 하는 채윤의 답답함이 관객석까지 전해진다. 그런 점에서 채윤의 상황실과 태구의 아지트, 각 캐릭터에게 공간이 제약됐다는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됐다. 또한 각각의 공간은 관객들에게 더욱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푸른 색과 붉은 색을 대비해 사용하며 캐릭터의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 공간 안에서도 채윤은 큰 움직임 없는 모습을, 태구는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며, 채윤의 긴장감과 태구의 능청스러움을 전한다. 채윤이 느낄 답답함에 관객들도 숨이 막혀올 때쯤 민태구가 인질극을 벌이는 진짜 이유를 하나씩 풀어내며 느슨해진 시선을 다시 한 번 조인다.
손예진과 현빈의 연기와 비주얼이 촘촘한 전개에 크게 힘을 보탠다. 태구에게는 동요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모습과 그런 내면을 관객들은 알아차리게 해야 하는 손예진의 떨리는 눈동자가 감탄을 자아낸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현빈은 적절한 완급 조절을 통해 악함 속에 숨어있던 인간적 면모를 조금씩 내비친다. 후반으로 갈수록 손예진 역시 냉정한 협상가에서 열혈 경찰로 변하며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선다.
태구가 인질범이 된 이유와 채윤이 협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사연이 설득력은 있으나 다소 진부한 설정이라 맥이 빠지기도 한다. 또한 극이 전개될수록 태구가 비도덕적 인질범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의 넘치는 연민은 경계했어야 하는 점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통쾌한 ‘한 방’이 없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한국 영화 최초로 협상을 소재로 삼고, 협상가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다뤘으며, 그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안시성’ ‘명당’ ‘물괴’ 등 사극 대작이 많은 추석 극장가에서 흔치 않은 현대극이라는 점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하채윤 경위(손예진 분)는 경찰청장의 호출을 받고 경찰 상황실로 급하게 불려오게 된다. 태국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민태구(현빈 분)가 협상 상대자로 하채윤을 콕 집은 것. 하채윤은 민태구가 보이는 모니터 앞에 앉아 협상을 시작한다. 모니터 속 민태구는 인질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천연덕스럽게 농담을 던지다가도 악랄하게 돌변한다. 민태구의 도발에 하채윤은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협상을 끌고 나간다.
손예진과 현빈의 연기와 비주얼이 촘촘한 전개에 크게 힘을 보탠다. 태구에게는 동요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모습과 그런 내면을 관객들은 알아차리게 해야 하는 손예진의 떨리는 눈동자가 감탄을 자아낸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현빈은 적절한 완급 조절을 통해 악함 속에 숨어있던 인간적 면모를 조금씩 내비친다. 후반으로 갈수록 손예진 역시 냉정한 협상가에서 열혈 경찰로 변하며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선다.
태구가 인질범이 된 이유와 채윤이 협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사연이 설득력은 있으나 다소 진부한 설정이라 맥이 빠지기도 한다. 또한 극이 전개될수록 태구가 비도덕적 인질범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의 넘치는 연민은 경계했어야 하는 점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통쾌한 ‘한 방’이 없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한국 영화 최초로 협상을 소재로 삼고, 협상가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다뤘으며, 그 캐릭터가 여성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안시성’ ‘명당’ ‘물괴’ 등 사극 대작이 많은 추석 극장가에서 흔치 않은 현대극이라는 점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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