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원작 웹툰의 3부 신화 편에서 덕춘과 해원맥 이야기가 특히 뭉클했어요. ‘저승차사는 괴로워’ 버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신과함께’를 제안했죠.”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을 통해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운 김용화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2편 ‘신과함께-인과 연’ 역시 개봉 첫날부터 1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 6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세운 개봉일 최다관객(118만2374명) 기록을 경신했다. 개봉 사흘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기세라면 이번 주말 5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1, 2편을 합쳐 3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울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개봉 첫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쌍천만을 달성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는 물음에 “아직까지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1편은 수홍(차태현 분)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로 지나치게 눈물을 짜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1편에서 뿌린 씨를 2편에서 수확하는 구조”라며 “이야기가 완성되는 2편까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1편에서 정서적으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편에서 관객들이 서사와 캐릭터들의 감정, 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포석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영화의 진짜 본게임은 2편이라고 했다. 이번 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용서와 구원”이다. 그는 “구원은 위로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고민하다 용서라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에서는 성주신을 비롯해 철융신, 측간신, 조왕신 등 다양한 신(神)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성주신만 등장한다. 김 감독은 “사실 다른 신들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트리트먼트 작업을 한다”며 “삼차사가 메인 줄거리를 장악해야 하고 뿌려놓았던 수홍과 염라대왕의 이야기 등 나머지 것들도 적재적소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다른 신들을 없앨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원작에서 진중한 이미지의 해원맥(주지훈 분)을 영화에서 유머러스하고 친근하게 표현했다. 해원맥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웃어넘긴다.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에 관객들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이 1000년 전으로 이동했을 때 해원맥은 고려의 무사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훈이가 1000년 전과 현재 모습을 양단으로 더 벌이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며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어요. 1, 2편 순으로 공개되니 편차가 있는 것이 스토리를 알아가는 맛도 있지 않겠느냐고요. 시니컬한 말투 같은 해원맥의 표현 방식은 허무주의자의 것이에요. 원작 팬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영화만 본 관객도 있을 겁니다. 웹툰에서 느꼈던 뉘앙스를 전하되 너무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죠.”
수홍(김동욱 분)이 배신지옥을 지나는 장면에서는 공룡이 등장한다. 공룡을 동원한 건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그 장면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그런 의도가 없진 않았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며 “어려운 CG도 아니다. 이미 상용 소프트웨어도 많이 나와 있고 그 장면을 만드는 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던 배신지옥 장면이 1편에서는 삭제됐어요. 배신지옥에서는 망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나오는데, 자홍(차태현 분) 앞에는 자기 자신이 튀어나오죠. 2편에는 어떤 게 나오는 것이 재밌겠느냐고 연출부의 의견을 물었는데,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꺼내놓더라고요. 그것보다 관객들이 더 직관적으로 재미를 느낄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죠. 결과적으로 재미를 위해 공룡 장면을 넣었어요. 작품이 거기서부터 무거워지면서 이야기도 깊어지는데, 동일한 감정을 지속해나갈 자신도 없었고요. 그래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했죠.”
김 감독은 ‘신과함께’의 성공 요인으로 감정의 폭발력과 동양적 사후 세계를 영화로 재해석한 신선함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 바이어들이 ‘티어 저킹(Tear-jerking)’이라고 평가하며 눈물의 폭발력이 있다고 했다. 아주 보편적인 감정의 폭발이 컸다는 거다. 또한 이승과 저승이라는 세계관과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영화로 재해석해 보여준 신선함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과함께’의 흥행은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로 흥행 참패를 겪기도 했다. 그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 주저앉아 있을 때 하정우 같은 주위 배우들이 나를 일으켜 줬다”고 말했다.
“남에게 도움을 안 주고 나도 도움을 안 받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감독으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는 치기 어린 욕망을 가지기도 했었죠. 어느 순간 그런 감정들이 해소되고 나니 인생이 허무했어요. 그러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죠. 관계를 더 확장하지 않더라도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들과 더 진솔한 관계를 맺자는 소신을 갖게 됐어요. 회사를 만들고 키우면서 책임 의식도 생겼죠.”
김 감독은 3, 4편 제작에 대한 주위의 시끌벅적한 기대에도 자만하지 않았다. 스핀오프 시리즈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마블의 세계관을 꿈꾸긴 하지만 지금보다 ‘신과함께’의 세계관이 더 공고해야 하고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호감도 커져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관객들의 부름에 응하는 일개 대중영화 감독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제가 생각하는 대중성의 본질은 은유입니다. 영화는 은유의 미학이고요. 슬픔도 기쁨도 영화 속에서 그 감정을 조정하며 얼마큼 은유하느냐가 영화의 미덕이죠. 대중은 저보다 경험이 많습니다.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저만의 화법으로 설득해 나갈 겁니다. 영화는 캐릭터를 심어놓고 관객들을 위로하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신과함께’가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을 통해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운 김용화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2편 ‘신과함께-인과 연’ 역시 개봉 첫날부터 1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 6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세운 개봉일 최다관객(118만2374명) 기록을 경신했다. 개봉 사흘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기세라면 이번 주말 5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1, 2편을 합쳐 3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울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개봉 첫날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쌍천만을 달성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냐”는 물음에 “아직까지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1편은 수홍(차태현 분)과 그의 어머니 이야기로 지나치게 눈물을 짜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1편에서 뿌린 씨를 2편에서 수확하는 구조”라며 “이야기가 완성되는 2편까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1편에서 정서적으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편에서 관객들이 서사와 캐릭터들의 감정, 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포석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영화의 진짜 본게임은 2편이라고 했다. 이번 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용서와 구원”이다. 그는 “구원은 위로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고민하다 용서라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원작에서 진중한 이미지의 해원맥(주지훈 분)을 영화에서 유머러스하고 친근하게 표현했다. 해원맥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웃어넘긴다.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에 관객들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이 1000년 전으로 이동했을 때 해원맥은 고려의 무사로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훈이가 1000년 전과 현재 모습을 양단으로 더 벌이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며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어요. 1, 2편 순으로 공개되니 편차가 있는 것이 스토리를 알아가는 맛도 있지 않겠느냐고요. 시니컬한 말투 같은 해원맥의 표현 방식은 허무주의자의 것이에요. 원작 팬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설정이었지만 영화만 본 관객도 있을 겁니다. 웹툰에서 느꼈던 뉘앙스를 전하되 너무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죠.”
수홍(김동욱 분)이 배신지옥을 지나는 장면에서는 공룡이 등장한다. 공룡을 동원한 건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그 장면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그런 의도가 없진 않았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며 “어려운 CG도 아니다. 이미 상용 소프트웨어도 많이 나와 있고 그 장면을 만드는 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던 배신지옥 장면이 1편에서는 삭제됐어요. 배신지옥에서는 망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나오는데, 자홍(차태현 분) 앞에는 자기 자신이 튀어나오죠. 2편에는 어떤 게 나오는 것이 재밌겠느냐고 연출부의 의견을 물었는데,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꺼내놓더라고요. 그것보다 관객들이 더 직관적으로 재미를 느낄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죠. 결과적으로 재미를 위해 공룡 장면을 넣었어요. 작품이 거기서부터 무거워지면서 이야기도 깊어지는데, 동일한 감정을 지속해나갈 자신도 없었고요. 그래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했죠.”
‘신과함께’의 흥행은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로 흥행 참패를 겪기도 했다. 그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 주저앉아 있을 때 하정우 같은 주위 배우들이 나를 일으켜 줬다”고 말했다.
“남에게 도움을 안 주고 나도 도움을 안 받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감독으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는 치기 어린 욕망을 가지기도 했었죠. 어느 순간 그런 감정들이 해소되고 나니 인생이 허무했어요. 그러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죠. 관계를 더 확장하지 않더라도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들과 더 진솔한 관계를 맺자는 소신을 갖게 됐어요. 회사를 만들고 키우면서 책임 의식도 생겼죠.”
“제가 생각하는 대중성의 본질은 은유입니다. 영화는 은유의 미학이고요. 슬픔도 기쁨도 영화 속에서 그 감정을 조정하며 얼마큼 은유하느냐가 영화의 미덕이죠. 대중은 저보다 경험이 많습니다.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저만의 화법으로 설득해 나갈 겁니다. 영화는 캐릭터를 심어놓고 관객들을 위로하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신과함께’가 조금은 위로가 된다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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