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프로젝트’는 주거복지 정책의 의미도 포함된 단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의 기획명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홈리스 지원책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중의적인 영화명은 미국식의 환상과 현실 사이를 가리키고 있다.

영화는 디즈니랜드 건너편의 모텔들을 배경으로 한다. 이 모텔들은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쓰이고 있다. 마법의 성을 재현한 이 ‘매직캐슬’ 모텔들에도 관광객 대신 숨은 홈리스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주 단위로 투숙하는 집 없는 사람들의 불가피한 대안인 것이다. 이곳에는 부모가 돌보지 않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중에는 무니도 있다. 무니는 이곳의 골목대장으로 사고뭉치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 사랑스럽다 못해 금세 동화되어버린다.

“퓨처랜드에 새 차가 왔어!” 누군가 외치는 소식에 아이들은 퓨처랜드로 달음박질친다. 아이들은 2층의 난간에 붙어 차에 침을 뱉고 욕을 하며 새 얼굴을 환영한다. 꼬맹이들이 새로운 불행을 맞이하는 방식이다. 퓨처 랜드에 도착한 최신의 얼굴은 서로 다른 피부색의 조손 가족이었다. 환영하는 무니, 스쿠티와 환영받은 젠시는 금방 친구가 된다. 그리고 곧 무니와 스쿠티의 즐거움이 젠시에게 전수된다.

/사진=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사진=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첫 번째는 놀리기다. 아이들이 쏟아내는 말은 한편으로 아연(啞然)하고 한편으로는 유쾌하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저런 심한 욕을 하지?” 했다가도 “갱스터 랩 저리가라네” 하게 된다. 아이들의 어휘는 곧 아이들의 환경이기도 하다. 하긴, 여기 매직 캐슬은 디즈니랜드가 아니다. 이 위악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에 닥친, 아이이면서 동시에 길 위에 버려진, 불편한 갭을 소화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먹방이다. 사실 프루클린 프린스가 연기한 무니는 연기의 기술이 아닌 존재 그자체로서 기적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연기는 먹방에서 특히 빛난다. 무니는 먹성 좋게 주어진(주어지지 않은 것까지도) 것들을 먹어치운다. 이 먹성은 손상될 수 없는 삶에 대한 무니의 의지이기도 하다. 무니는 아이스크림에서부터 배달된 인스턴트 음식, 리조트의 뷔페까지 자신의 앞에 펼쳐진 모든 음식을 행복하게 먹는다.

어느 날 무니와 젠시는 피크닉을 나선다. 이 즉흥적인 피크닉의 점심은 무료배급의 줄을 해치고 골라온 식빵 한 줄과 잼이다. 둘은 쓰러진 나무위에 올라 달콤한 잼을 듬뿍 올린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한나절을 보낸다. 무니가 젠시에게 말한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

무니의 먹방에 이토록 성스러운 세례를 느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유년기의 모든 죄와 원수가 씻겨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아름다움 속에는 슬픔이 숨어있다. 천박함 속에는 자유가 숨어있다. 아이의 얼굴에는 어른들이 비춰져있다.

개발 성황의 악의 땅에서 자란 모든 ‘어른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우리는 쓰러진 채로도 자랐다고 유머의 위로를 전하고 싶다.

정지혜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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