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세 번째 살인’ 포스터
/사진=영화 ‘세 번째 살인’ 포스터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영화는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든다. 하지만 그 진실의 해답은 오직 당사자만이 알고 있다.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은 관객에게 속시원한 결말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다.

단순히 제목만 본다면 세 번째 살인이 발생해 범인을 추적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여느 스릴러 영화와 전개를 달리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살인을 저지르는 미스미(야쿠쇼 코지)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후 자백을 한 그는 사형만 면하게 해달라고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말한다. 이 과정에서 미스미는 범행 과정을 마치 자신이 아니라 남이 한 듯 말한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그의 진범 여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피해자의 딸인 사키에(히로세 스즈)가 사건의 주요 인물로 떠오른다.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사키에는 중학생인데도 제법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피의자가 누구인지 알지만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말한다. “진실에 대해 말하게 해주세요.” 사키에의 등장은 관객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

/사진=영화 ‘세 번째 살인’ 스틸컷
/사진=영화 ‘세 번째 살인’ 스틸컷
시게모리는 오로지 미스미의 사형을 면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진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되는 미스미의 진술 번복, 사키에가 주장하는 ‘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시게모리는 정황상 알 수 있는 증거와 진술에 근거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영화는 그것이 진짜 진실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세 번째 살인’은 법정 안에서 내려진 판결과 진실이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봐왔던 진실들이 ‘과연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이 혹여나 거짓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감독의 기획의도와 잘 맞아떨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번째 살인’은 보고 나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작품이다. 좋은 의미로 관객에게 멋진 배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려 사랑 받았다. 이와 달리 ‘세 번째 살인’은 그에게 있어서 도전작이자 파격적인 작품이다. 그의 오랜 팬들 역시 이번 신작에 꽤 놀라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이처럼 한 가지 사건으로 엮인 세 사람이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진실이 다른 ‘세 번째 살인’은 우리가 믿고자 하는 게 진실인지, 모두가 진실이라고 하는 게 진실인지 ‘진실’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14일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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