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0. 원래 간호학과에 다녔다는 소문이 있다.
킬라그램: 와전됐다.(웃음) 간호학과는 아니고 초진을 하는 의사인 ‘Physician Assistant(이하 PA)’ 전공이었다. 원래는 토목공학 전공이었지만 흥미를 못 느끼고 원래 좋아하던 랩을 하러 한국에 왔다. 그러다 다시 미국에 가서 PA로 편입했다. 말하자면 길어서 그간 얘기를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웃음)
10. 의학에 공학, 랩까지 다재다능하다. 래퍼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킬라그램: 어렸을 때부터 박자가 있는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다. 서너 살 때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발라드가 나오니까 빠른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웃음) 자장가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였다. 비트박스도 좋아해서 동네에서는 나름 비트박서로 유명했다. 고등학생 때는 비트박스 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석할 정도였다. 랩으로도 공연을 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래퍼의 길을 걷게 됐다.
10. 지금까지 래퍼로 성장해오면서 영향을 끼친 힙합 뮤지션이 있다면?
킬라그램: 소울컴퍼니의 수장이었던 키비를 정말 좋아했다. 앨범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키비가 가사를 동화책처럼 긍정적이거나 재밌게 쓰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10. Mnet ‘쇼 미 더 머니6’ 출연 당시 프로듀서들에게 독보적인 스타일로 호평을 받았다. 자신의 음악은 언제부터 독특했나?
킬라그램: 독특하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였다. 2013~15년이었을 거다. 어떤 음악을 해도 사람들이 과연 좋아해줄지 걱정이 되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신기하게 그때부터 일이 잘 풀렸다. 지금은 자신감도 나에 대한 사랑도 넘친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랩을 보여준 방식도 남달랐다. 경쟁자들의 화려한 랩과 달리 느리고 텅 빈 느낌의 랩을 한 이유는?
킬라그램: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모두가 다 화려하고 센 랩을 보여주는 가운데 나는 다른 분위기의 랩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신감. ‘쇼 미 더 머니5’ 때 화려한 랩은 충분히 보여줬다고도 생각했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해시스완을 제치고 마이크 선택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그때 심정은?
킬라그램: 마이크를 선택받는 순간 목이 턱하고 막혔다. 오히려 공연을 하고 나서는 괜찮았다. 해쉬스완하고 계속 준비를 하다가 해쉬스완이 바로 옆에서 탈락하니까 심리적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해쉬스완과는 인연이 깊은 사이다.
10. 해쉬스완은 언제부터 알았나?
킬라그램: 5~6년 전 한 힙합 커뮤니티에 아마추어 래퍼들이 곡을 올리는 ‘자작 녹음’ 게시판이 있었다. 그때 해쉬스완과 내가 1,2위를 다투곤 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필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서로 모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알게 돼서 한 공연장에서 해쉬스완과 만났을 때 먼저 필명으로 불러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10. ‘쇼 미 더 머니6’에 출연해 탈락의 순간에도 함께 하고 음원 ‘요즘 것들’까지 같이 내게 됐으니 정말 인연이 깊다.
킬라그램: ‘요즘 것들’의 구성도 지난해부터 해쉬스완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콘셉트였다. 해쉬스완이 침착하게 랩을 먼저 하고 내 부분에서 폭발시키는 거다. ‘요즘 것들’에서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게 돼 신기할 따름이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친라그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했는데 사이가 돈독해진 다른 래퍼들이 있다면?
킬라그램: 지코&딘 프로듀서 팀 멤버들과 아무래도 친해지게 됐다. 주노플로는 박재범&도끼 프로듀서 팀이긴 했지만 동창인 데다 이태원에서 같이 공연했던 동지였기 때문에 끈끈하다.
10. ‘쇼 미 더 머니6’에 출연했을 때는 몇 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나?
킬라그램: 나는 목표는 최고, 그리고 그 이상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솔직히 경연에 출전하는데 ‘나는 5등까지만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겠나.(웃음)
10. 킬라그램과 로스 등 싸이커델릭 레코즈 소속 래퍼들이 이번 ‘쇼 미 더 머니’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싸이커델릭 레코즈만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킬라그램: 확실한 개성이다. 랩을 잘하거나 멋있어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하는 래퍼들이 많다.
10. 지난 6월 10일 낸 미니 앨범 ‘좋아 죽어’도 독특하고 신선했다. 타이틀곡 ‘좋아 죽어(기절해)’는 어떻게 나온 곡인가?
킬라그램: 사실 그날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비트를 듣게 됐는데 웬걸, 너무 좋았다. 당장 가사를 썼고 모든 작업이 두 시간 안에 끝났다. 기분이 좋아진 건 물론이다.(웃음)
10. ‘좋아 죽어(기절해)’ 가사 속 ‘202가 또 뒤집어’는 무슨 뜻인가?
킬라그램: 202는 한때 크루처럼 모여서 곡을 같이 작업하던 모임 ‘투오투’를 뜻하는 말이다. 투오투 작업실 호수가 202호였다. 주노플로도 속해있었다.
10. 영화 ‘범죄도시’ OST에도 참여해 세련되고 매력적인 ‘더티 독(dirty dog)’이라는 곡을 선보였다. ‘더티 독’은 자신이 잡은 주제인가?
킬라그램: 그렇다. 영화가 형사 액션물인데 OST에도 또 형사라는 단어나 주제가 사용되면 유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중 마동석의 캐릭터인 괴물 형사의 이미지를 ‘더티 독’으로 빗대봤다. 내 랩 커리어를 비유한 단어이기도 하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여러 번 재작업을 거쳤다. 가사 수정만 다섯 번 이상 했다.
10. 래퍼로서의 커리어 중 어떤 면이 ‘더티 독’과 닮아있나?
킬라그램: 거침없는 면을 ‘더티 독’에 빗대어 보여주고 싶었다. ‘한방에 인생을 전부 걸 수 있고’, 결국 잘 돼서 ‘ATM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모습이다.
10. 킬라그램에게 힙합이란 무엇인가?
킬라그램: 힙합은 내가 갖고있는 무기이자 기댈 수 있는 곳이다. 힘들어지면 가사로 풀어나가면 되니까 나는 절대 외로울 일이 없다. 재미없을 틈도 없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한국 힙합은 진화 중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기까지 한국 힙합은 호황과 불황, 주류와 비주류를 왔다갔다 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한국 힙합의 태동기부터 함께 해 온 뮤지션들을 비롯해 현재 힙합을 트렌디하게 이끌어가는 아티스트들까지 만나본다. 진화하는 국내 힙합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힙합 나우’의 세 번째 주인공은 킬라그램이다. 렛츠 기릿(Let’s Get It)! [편집자주]
킬라그램: 와전됐다.(웃음) 간호학과는 아니고 초진을 하는 의사인 ‘Physician Assistant(이하 PA)’ 전공이었다. 원래는 토목공학 전공이었지만 흥미를 못 느끼고 원래 좋아하던 랩을 하러 한국에 왔다. 그러다 다시 미국에 가서 PA로 편입했다. 말하자면 길어서 그간 얘기를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웃음)
10. 의학에 공학, 랩까지 다재다능하다. 래퍼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킬라그램: 어렸을 때부터 박자가 있는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다. 서너 살 때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발라드가 나오니까 빠른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웃음) 자장가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였다. 비트박스도 좋아해서 동네에서는 나름 비트박서로 유명했다. 고등학생 때는 비트박스 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석할 정도였다. 랩으로도 공연을 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래퍼의 길을 걷게 됐다.
10. 지금까지 래퍼로 성장해오면서 영향을 끼친 힙합 뮤지션이 있다면?
킬라그램: 소울컴퍼니의 수장이었던 키비를 정말 좋아했다. 앨범도 거의 다 가지고 있다. 키비가 가사를 동화책처럼 긍정적이거나 재밌게 쓰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10. Mnet ‘쇼 미 더 머니6’ 출연 당시 프로듀서들에게 독보적인 스타일로 호평을 받았다. 자신의 음악은 언제부터 독특했나?
킬라그램: 독특하게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였다. 2013~15년이었을 거다. 어떤 음악을 해도 사람들이 과연 좋아해줄지 걱정이 되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고 마음을 바꿨다. 신기하게 그때부터 일이 잘 풀렸다. 지금은 자신감도 나에 대한 사랑도 넘친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랩을 보여준 방식도 남달랐다. 경쟁자들의 화려한 랩과 달리 느리고 텅 빈 느낌의 랩을 한 이유는?
킬라그램: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모두가 다 화려하고 센 랩을 보여주는 가운데 나는 다른 분위기의 랩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신감. ‘쇼 미 더 머니5’ 때 화려한 랩은 충분히 보여줬다고도 생각했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해시스완을 제치고 마이크 선택을 받아 무대에 올랐다. 그때 심정은?
킬라그램: 마이크를 선택받는 순간 목이 턱하고 막혔다. 오히려 공연을 하고 나서는 괜찮았다. 해쉬스완하고 계속 준비를 하다가 해쉬스완이 바로 옆에서 탈락하니까 심리적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해쉬스완과는 인연이 깊은 사이다.
10. 해쉬스완은 언제부터 알았나?
킬라그램: 5~6년 전 한 힙합 커뮤니티에 아마추어 래퍼들이 곡을 올리는 ‘자작 녹음’ 게시판이 있었다. 그때 해쉬스완과 내가 1,2위를 다투곤 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필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서로 모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알게 돼서 한 공연장에서 해쉬스완과 만났을 때 먼저 필명으로 불러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10. ‘쇼 미 더 머니6’에 출연해 탈락의 순간에도 함께 하고 음원 ‘요즘 것들’까지 같이 내게 됐으니 정말 인연이 깊다.
킬라그램: ‘요즘 것들’의 구성도 지난해부터 해쉬스완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콘셉트였다. 해쉬스완이 침착하게 랩을 먼저 하고 내 부분에서 폭발시키는 거다. ‘요즘 것들’에서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게 돼 신기할 따름이다.
10. ‘쇼 미 더 머니6’에서 ‘친라그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했는데 사이가 돈독해진 다른 래퍼들이 있다면?
킬라그램: 지코&딘 프로듀서 팀 멤버들과 아무래도 친해지게 됐다. 주노플로는 박재범&도끼 프로듀서 팀이긴 했지만 동창인 데다 이태원에서 같이 공연했던 동지였기 때문에 끈끈하다.
10. ‘쇼 미 더 머니6’에 출연했을 때는 몇 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나?
킬라그램: 나는 목표는 최고, 그리고 그 이상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솔직히 경연에 출전하는데 ‘나는 5등까지만 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겠나.(웃음)
10. 킬라그램과 로스 등 싸이커델릭 레코즈 소속 래퍼들이 이번 ‘쇼 미 더 머니’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싸이커델릭 레코즈만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킬라그램: 확실한 개성이다. 랩을 잘하거나 멋있어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하는 래퍼들이 많다.
10. 지난 6월 10일 낸 미니 앨범 ‘좋아 죽어’도 독특하고 신선했다. 타이틀곡 ‘좋아 죽어(기절해)’는 어떻게 나온 곡인가?
킬라그램: 사실 그날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비트를 듣게 됐는데 웬걸, 너무 좋았다. 당장 가사를 썼고 모든 작업이 두 시간 안에 끝났다. 기분이 좋아진 건 물론이다.(웃음)
10. ‘좋아 죽어(기절해)’ 가사 속 ‘202가 또 뒤집어’는 무슨 뜻인가?
킬라그램: 202는 한때 크루처럼 모여서 곡을 같이 작업하던 모임 ‘투오투’를 뜻하는 말이다. 투오투 작업실 호수가 202호였다. 주노플로도 속해있었다.
10. 영화 ‘범죄도시’ OST에도 참여해 세련되고 매력적인 ‘더티 독(dirty dog)’이라는 곡을 선보였다. ‘더티 독’은 자신이 잡은 주제인가?
킬라그램: 그렇다. 영화가 형사 액션물인데 OST에도 또 형사라는 단어나 주제가 사용되면 유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중 마동석의 캐릭터인 괴물 형사의 이미지를 ‘더티 독’으로 빗대봤다. 내 랩 커리어를 비유한 단어이기도 하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 여러 번 재작업을 거쳤다. 가사 수정만 다섯 번 이상 했다.
10. 래퍼로서의 커리어 중 어떤 면이 ‘더티 독’과 닮아있나?
킬라그램: 거침없는 면을 ‘더티 독’에 빗대어 보여주고 싶었다. ‘한방에 인생을 전부 걸 수 있고’, 결국 잘 돼서 ‘ATM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모습이다.
10. 킬라그램에게 힙합이란 무엇인가?
킬라그램: 힙합은 내가 갖고있는 무기이자 기댈 수 있는 곳이다. 힘들어지면 가사로 풀어나가면 되니까 나는 절대 외로울 일이 없다. 재미없을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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