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아버지가 이상해’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아버지가 이상해’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배우 김영철과 김해숙이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영철과 김해숙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극을 이끌었다. 중년배우의 힘이다.

보통의 가족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로맨스·인물들의 갈등 등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 틀을 따르면서도 누명과 사고 등으로 인해 친구의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온 한 가장의 이야기를 메인 서사로 뒀다. 김영철은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걸 참고 살아온 아버지 변한수이자 이윤석 역으로 열연했고 김해숙은 그의 아내 나영실 역을 맡았다.

변한수는 자식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였고 아내에겐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꾼 남편이었다. 죽은 친구의 아들 안중희(이준)가 자신을 아버지로 알고 찾아온 후에도 무한한 사랑을 보여줬다. 안중희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엔 처절하게 무너졌다. 미안한 마음에 모든 죄를 인정하고 죗값을 받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정에서 고교시절 살인죄로 누명을 썼던 일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변한수는 이윤석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과거 사건에 재심을 청구하며 비로소 떳떳한 인생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의 아내 나영실은 이윤석이 흔들릴 때마다 그를 잡아주는 강인한 아내이면서, 그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에 홀로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다.

지난 27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이윤석은 새로운 신분증을 발급받으며 새 인생을 예고했다. 나영실과 결혼식도 올렸다. 부부는 “엄마, 아빠에서 잠시 은퇴하려고 한다. 당분간 서로의 남편이자 아내로 살겠다”며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줬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재판이 열릴 것이라는 소식에 왈칵 눈물을 쏟으며 보는 이들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윤석과 나영실을 연기한 김영철과 김해숙은 이견 없는 연기력으로 극을 하드캐리했다. 극 초반엔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이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밝혀짐에 따라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들의 심적 흔들림을 표현했다. 특히 안중희 역의 이준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죄하는 김해숙, 법정에서 판사에게 “죄를 지었으니 벌을 달라”며 오열하는 김영철의 모습은 온라인에서 회자될 정도다. 이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에 2017년 연기대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많은 드라마에서 중년의 배우들은 ‘누군가의 부모’라는 기능적이고 한정적인 캐릭터로 소비되곤 한다. ‘아버지가 이상해’ 속 김영철과 김해숙은 자식들의 부모, 서로의 반려자로 역할은 물론 메인 서사를 힘 있게 이끄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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