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매주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명으로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덩케르크’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 탈출 작전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구조를 기다리는 해변의 일주일, 군인을 구하러 가는 민간 선박의 하루, 이들을 독일군 폭격기로부터 보호하는 파일럿의 한 시간을 교차편집 하고 있다. 세 가지 다른 시간을 교차 편집 했다는 점에서 ‘인셉션’에 비교되기도 하고, 덩케르크 철수 작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어톤먼트’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런 비교를 통해 영화를 설명하는 것은 이 영화가 새롭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어느 한 순간을 재현하는 흔한 할리우드식 영화일 수 있었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이를 적과 영웅이 없는 전쟁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놀란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닌 현실의 시간을 재구성한 생존의 드라마’에 가깝다.
아이맥스 필름의 미학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사연이 거의 없다. 이야기로 보면 단순한데 영화는 흡인과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대사가 적고 설명을 최소화했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카메라와 편집, 소리를 통해서 영화는 관객을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시킨다. 모든 스토리텔링과 서스펜스, 스펙터클은 압도적인 화면의 이미지 퀄리티와 사운드를 통해 나온다. 모든 것이 지극히 영화적이다. 놀란 감독의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와 한스 짐머의 영화 음악이 재연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다.
“저기 보이는군”
“뭐가요?”
“조국(Home)”
조국은 무엇일까? 영화는 이것을 재연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그것은 하늘과 바다와 땅이다. 거대한 아이맥스 카메라를 고프로처럼 사용하는 영화는 스핏파이어 전투기에서, 12m의 요트에서, 덩케르크의 해안과 상공에서 조국의 형체를 구상한다. 하늘이라는 광대한 허공과 시시로 변하는 바다, 해안의 절벽, 해안선은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의 미학을 보여준다. 예쁜 그림을 위한 최선의 기술은 아니지만, 이 기술이 구현한 것은 아름답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추하다. 하지만 생존의 투쟁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에서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가 없는 이유는 카메라의 주관적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신인 배우의 어깨에 걸린 카메라의 앵글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영화의 서스펜스에 참여시킨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하나의 인물을 느낄 수 있는데 한 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았지만 덩케르크의 해안에 있었고 탈출 작전에 임했던 인물, 관객 자신이다.
불편한 점은 있다. 처칠의 연설과 자국의 방어를 핑계로 일으키는 전쟁을 옹호하는 듯한 내러티브에서 어떤 입장 차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덩케르크 철수작전은 영국인들에게는 패배의 문턱에서 승리를 움켜쥔 이야기이고 하나의 문화다. 우리가 경험한 어떤 사고의 기시감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덩케르크’를 먼저 본 해외의 평론가와 기자,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아이맥스 70mm 필름으로 영화를 보라고 하지만 국내에는 필름 아이맥스 상영관이 없다. 그래도 70mm 아이맥스 상영관은 있으니 실망하지 말자.
이 영화를 추천하니 즐기라고 이야기한다면 거짓말이다. 이 영화는 목격에 가깝다. 이 목격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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