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이제훈: 분장을 한 후에 거울을 보고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도 날 몰라봤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내가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거지같았다.(웃음)
10.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평가다.
이제훈: 나 역시 새롭더라. 앞으로 배우 활동을 하면서 이런 강렬한 연기를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배우로서 내 필모그래피에 ‘박열’이라는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다.
10. 연기력보단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마음이 동했다고 했다.
이제훈: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그저 감격이었다. 이준익 감독님과의 작업을 꿈꿨는데 실현이 되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엔 조금 깊게 생각하게 됐다. 실존인물인 데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하다. 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 촬영을 하는 내내 우려와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왜곡 없이 인물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나를 억압하며 연기했다.
10. 걱정의 연속…완성된 작품에 잘 녹아있던가?
이제훈: 전작들은 완성본을 보며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었다. ‘저렇게 연기해볼걸’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왔다.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 그릇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은 작품이라 내 연기를 평가할 수가 없더라. 그저, 훗날 내 아이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 될 것 같다.
10.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이제훈: 박열은 3.1운동이 일어났던 때 고작 고2였다. 그가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을 했던 역사를 보며 놀랐다. 결국 22년 2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던 분이다. 그에게 점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혹시 과하거나 부족하진 않을까 고민하고 조율하며 연기했다. 과하게 감정 소비를 하는 대신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지 정신과 신념을 생각했다. 나를 많이 재단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10. 이준익 감독과의 첫 호흡은 어땠나.
이제훈: 첫 촬영을 하기 전에 주변에 물어봤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라고 하더라. 나도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고되고 힘든 촬영인데 감독님과 함께 하면 그게 극복이 된다.
10. 연출 스타일이 어떻기에?
이제훈: ‘네 자유다. 마음껏 해라’라며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움직임이나 인물의 감정에 대해 디렉션을 준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감을 심어준다. 컷과 오케이만 외치는 감독님도 많은데, 이준익 감독님은 항상 현장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스태프들의 얘기를 계속 듣고 대화하며 더 나은 현장을 만들려고 한다. 현장을 놀이터로 비유하자면, 나는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는 어린이고 감독님은 내가 놀이터 밖으로 나가는 것만 막아주는 사람이다. 감독님과 함께 있으면 내가 어린애가 되는 느낌이었다.
10.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일까?
이제훈: 무조건. 나를 다시 불러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웃음) 마이크나 반사판이라도 들라고 하면 난 현장에 나가고 싶다. 감독님은 나이가 더 들어도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 같다.
10. 박열이라는 인물은 당시 22세였다. 이제훈의 20대 초반을 회상해보자면.
이제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배웠다. 대학로 극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무대에도 서봤다.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이상향만 높았다. 빨리 아우라를 뽐내는 배우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됐고 그 때문에 많이 흔들렸다. 10년 정도 일을 하면서도 걱정이나 고민이 사라지진 않더라.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안주할 수가 없다. 계속 갈고닦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
10. 이미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욕심이 큰 것 아닐까?
이제훈: 계속 성장을 해야 하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점차 내가 맡는 배역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커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두려움과 압박이 생긴다. 언제쯤 연기가 편해질까?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되는 일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 존경심을 다 표현할 수조차 없다.
10. 래퍼 비와이가 ‘박열’의 M/V에 참여했다. 최근 V라이브에서 비와이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이제훈: 너무 들켜버렸다.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자 래퍼다. 근데 감독님이 비와이에게 컬레버를 제안했다는 거다. 뮤직비디오 작업 현장에 직접 가서 노래도 들어봤다. 와… 비와이는 천재다. 그는 힙합 장르에 대한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10. 반대로 비와이가 뮤직비디오 출연을 요청하면?
이제훈: 당연히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무리들 가운데서 스냅백을 쓰고 고개라도 흔들 수 있다.(웃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최근 드라마 ‘내일 그대와’ 등을 통해 순수하면서도 로맨틱한 이미지로 소비됐던 배우 이제훈. 그가 조롱의 눈빛을 장착하고 생각한 것은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열정적인 청년 박열로 완벽하게 변신했다.10.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화제였다. ‘이제훈 같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색하진 않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영화 ‘박열’ 속 이제훈은 박열 그 자체였다. 논리정연했고 능청스러웠고 강렬했다. 위기 앞에서 웃는 여유도 있었다. 이제훈은 실존인물을 왜곡 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눈물과 노력은 완벽함으로 되돌아왔다.
10년차 배우 이제훈은 “지금도 성장 중”이라며 여느 신인 배우 같은 열정을 드러냈다. 한층 더 성숙해졌고, 더 성숙해질 이제훈의 이야기.
이제훈: 분장을 한 후에 거울을 보고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현장의 스태프들도 날 몰라봤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내가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거지같았다.(웃음)
10.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라는 평가다.
이제훈: 나 역시 새롭더라. 앞으로 배우 활동을 하면서 이런 강렬한 연기를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배우로서 내 필모그래피에 ‘박열’이라는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다.
10. 연기력보단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마음이 동했다고 했다.
이제훈: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그저 감격이었다. 이준익 감독님과의 작업을 꿈꿨는데 실현이 되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엔 조금 깊게 생각하게 됐다. 실존인물인 데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하다. 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 촬영을 하는 내내 우려와 걱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왜곡 없이 인물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나를 억압하며 연기했다.
10. 걱정의 연속…완성된 작품에 잘 녹아있던가?
이제훈: 전작들은 완성본을 보며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었다. ‘저렇게 연기해볼걸’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해왔다.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 그릇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은 작품이라 내 연기를 평가할 수가 없더라. 그저, 훗날 내 아이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이 될 것 같다.
10.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이제훈: 박열은 3.1운동이 일어났던 때 고작 고2였다. 그가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을 했던 역사를 보며 놀랐다. 결국 22년 2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던 분이다. 그에게 점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혹시 과하거나 부족하진 않을까 고민하고 조율하며 연기했다. 과하게 감정 소비를 하는 대신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지 정신과 신념을 생각했다. 나를 많이 재단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이제훈: 첫 촬영을 하기 전에 주변에 물어봤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이라고 하더라. 나도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고되고 힘든 촬영인데 감독님과 함께 하면 그게 극복이 된다.
10. 연출 스타일이 어떻기에?
이제훈: ‘네 자유다. 마음껏 해라’라며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움직임이나 인물의 감정에 대해 디렉션을 준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감을 심어준다. 컷과 오케이만 외치는 감독님도 많은데, 이준익 감독님은 항상 현장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스태프들의 얘기를 계속 듣고 대화하며 더 나은 현장을 만들려고 한다. 현장을 놀이터로 비유하자면, 나는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는 어린이고 감독님은 내가 놀이터 밖으로 나가는 것만 막아주는 사람이다. 감독님과 함께 있으면 내가 어린애가 되는 느낌이었다.
10. 다시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일까?
이제훈: 무조건. 나를 다시 불러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웃음) 마이크나 반사판이라도 들라고 하면 난 현장에 나가고 싶다. 감독님은 나이가 더 들어도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 같다.
10. 박열이라는 인물은 당시 22세였다. 이제훈의 20대 초반을 회상해보자면.
이제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배웠다. 대학로 극단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무대에도 서봤다.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엔 이상향만 높았다. 빨리 아우라를 뽐내는 배우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됐고 그 때문에 많이 흔들렸다. 10년 정도 일을 하면서도 걱정이나 고민이 사라지진 않더라.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안주할 수가 없다. 계속 갈고닦고 더 단단해져야 한다.
10. 이미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욕심이 큰 것 아닐까?
이제훈: 계속 성장을 해야 하고, 지금도 성장 중이다. 점차 내가 맡는 배역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그건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커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두려움과 압박이 생긴다. 언제쯤 연기가 편해질까?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되는 일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 존경심을 다 표현할 수조차 없다.
10. 래퍼 비와이가 ‘박열’의 M/V에 참여했다. 최근 V라이브에서 비와이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이제훈: 너무 들켜버렸다.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자 래퍼다. 근데 감독님이 비와이에게 컬레버를 제안했다는 거다. 뮤직비디오 작업 현장에 직접 가서 노래도 들어봤다. 와… 비와이는 천재다. 그는 힙합 장르에 대한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10. 반대로 비와이가 뮤직비디오 출연을 요청하면?
이제훈: 당연히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없겠지만, 무리들 가운데서 스냅백을 쓰고 고개라도 흔들 수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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