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알쓸신잡’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알쓸신잡’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쓸데없지만 유익했다.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자세히 생각해 보지 않았던 사안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고, 지적능력을 충족시켜주는 기분을 안겼다. 채사장 작가의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의 방송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겼다.

2일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연출 나영석 양정우)은 정치·경제·미식·문학·뇌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과 진행을 맡은 유희열이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 대방출 향연을 펼치는 프로그램.

작가 유시민을 필두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했다. 이날 이들은 경상남도 통영으로 향했다. 프로그램은 이들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펼쳐 딱히 쓸 데는 없지만 알아두면 흥이 나는 신비한 ‘수다 여행’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지적 유희를 만족시키는 의도를 지녔다.

통영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수다가 시작됐다. 경제개발의 요충지였던 마산을 시작으로 매판자본, 장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희열은 “장어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놀라워했다.

통영에서 점심을 먹고, 여행을 하고 난 뒤 저녁에 어느 다찌집에 모여 이야기판을 벌였다. 주제는 밑도 끝도 없이 다양했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장어가 정말 정력에 좋은지부터 시작해 시인 백석의 사랑, 첫눈에 반하는 뇌의 원리, 거북선에 달려있는 용머리, 일본과 한국의 전쟁 개념, 임진왜란 당시 의병, 네루의 ‘세계사 편력’, 호주제와 미토콘드리아, ‘난중일기’, 박경리 작가의 ‘토지’ 등 역사적 사실과 인문학, 과학적 지식 등이 혼합된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수다를 떨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특히나 정재승은 이순신의 숨결을 우리가 느꼈을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로 설명해 유희열과 잡학박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나영석 PD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출연진 면면만 봤을 때 재미없는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나 PD는 “잡다한 지식에 관한 스펙트럼 넓히고 싶은 분들이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쉴 새 없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타 예능과는 다른 차원의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로그램은 우리가 몰랐던 지식의 향연이었지만 인문학 강의가 아닌 인문학 수다로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출신의 유희열이 잡학박사들의 대화에 제대로 끼지 못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차원의 재미를 안길 거라던 나영석 PD의 자신감은 이유가 있었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삼시세끼’, ‘윤식당’ 등 주로 힐링과 음식에 방점을 뒀던 나영석 PD의 새로운 도전이 호기로운 출발을 알렸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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