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배우 루이스 초이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뮤지컬배우 루이스 초이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뮤지컬 ‘파리넬리’ 속 ‘울게 하소서’는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넘버이다. 주위의 공기를 바꿀 만큼 강렬하고,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드는 애절함도 녹아있다. 지난 3월 tvN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이 곡을 부른 누군가에게 이목이 쏠린 이유다. 주인공은 바로 성악가이자 뮤지컬 배우 루이스 초이(Louis Choi). 카운터테너인 그는 소프라노 음역대를 넘나들며 ‘울게 하소서’를 아주 맛깔나게 소화했다.

무대 위 루이스 초이는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지만, 내려오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오직 음악 하나만을 바라보며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꽃길’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한 걸음 더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루이스 초이의 눈빛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10. 최근 신곡을 발표했다. 사계 프로젝트라고 하던데, 계절마다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는 건가.
루이스 초이 : 그렇다. 5월, 봄의 노래인 ‘행복’을 발표했고 이제 여름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 ‘행복’은 일본어 버전의 녹음도 다 마친 상태다. 또 ‘울게 하소서’를 무대 위에서 많이 불렀는데, 한번도 음원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이번에 녹음을 해서 발표할 계획도 세웠다.

10. 사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계기가 있나.
루이스 초이 : 물론 다양한 곡들이 담겨있는 정규 음반도 좋지만 프로젝트로 하나의 테마를 갖고 내는 것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루이스 초이가 계절마다 기억났으면 해서 싱글곡을 계절에 맞게 발매하기로 결정했다.

10. 사실 정기적으로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루이스 초이 : 그래서 부담스러웠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월간 윤종신’의 이야기를 하더라.(웃음) 물론 매달 내는 것보다 어렵진 않겠지만…하하. 계절을 테마로, 루이스 초이의 색깔을 내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끌렸다. ‘행복’은 뮤직비디오도 찍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좋다.

10. 유치환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게다가 전공인 성악도 오페라도, 뮤지컬도 아니다.
루이스 초이 : 지금까지 음반을 냈던 음역대와는 많이 다르게 불렀다. 시에 나오는 구절이란 게 어려운 단어도 있어서 입에 잘 붙도록 순화시켰다. 대중들이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도록 교정을 하면서 가다듬었다.

10.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루이스 초이 : 빨리 더워져서 깜짝 놀랐다.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 여름 프로젝트에서 ‘재즈’에 대한 언급이 살짝 나왔는데, 나 역시도 궁금하고 기대된다.(웃음)

10. 지난해 인터뷰를 보니 2017년은 바쁘게 보낼 것이라고 했더라. 계획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루이스 초이 : 지난해 연말부터 개인 콘서트를 시작으로 신도 발표했고, 또 남은 계절의 프로젝트 줄줄이다. 이후 일본에도 ‘행복’을 발표하고, 뮤지컬 ‘별의 전설’을 가지고 베트남에도 진출한다. 각종 지방 공연도 할 예정인데, 계속해서 바쁘게 보낼 생각이다.

10. 하반기는 더 정신이 없겠다.
루이스 초이 : 일본 콘서트 준비도 해야 한다. ‘행복’이 나온 만큼 팬들을 위한 선물을 하고 싶다.

10. 다른 나라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이겠지.
루이스 초이 : 지난해부터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일상생활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랑 노래 녹음을 하는 건 정말 다르더라.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데, 노래는 더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야 한다. 외국어라 높낮이가 다른 것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회화할 때는 ‘잘한다’고 했던 선생님이 녹음 중에 계속 끊고 ‘이상하게 들린다’고 해서 당황했다.(웃음) 외국인 싱어가 다른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데, 완벽할 수가 없지 않나. 나중엔 울컥하더라. 한국어로 녹음할 때보다 시간이 배로 걸렸다. 덕분에 모든 에너지가 음악으로 표현됐고, 후반부 감수성이 폭발했다. 하하.

10. 언어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지 않나. 무작정 독일 유학길에 오른 경험이 있으니까.
루이스 초이 : 맞다. 독일어도 정말 아렵다.(웃음) 그때 생각이 나더라.

10. 아무래도 독일 유학 이력이 눈에 띈다.
루이스 초이 : 초등학교 음악교사를 하다가, 유학을 선택했다. 아주 기본적인 독일어만 알고 갔다. 그 나라에서 처음부터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루이스 초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루이스 초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외로웠을 것 같은데.
루이스 초이 : 외로웠다.(웃음) 100% 언어가 필요한 직업이니까, 나머지는 음악이라는 중요한 것이 있으니까 무작정 던지고 봤다. 워낙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인데다, 단어만 이야기를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이 주워 담아 알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다.

10. 노래는 누구보다 자신있지 않나.
루이스 초이 : 노래로 먼저 합격을 했다. 언어는 학교에서 배려를 해줘서 6개월의 시간을 얻었다. 만약 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입학도 취소가 되는 거다. 어떤 학교는 언어와 음악 실기를 같이 보는데, 내가 다녔던 학교는 음악으로 먼저 합격 여부를 판단하고 그 이후 언어로 이어졌다. 6개월 동안 정말 독하게 했다.

10. 웃으면서 당시를 떠올리지만, 피나는 노력 없이는 힘든 결과다.
루이스 초이 : 가장 어려운 오페라 학과에 들어갔다. 콘서트과와 오페라 학과로 나뉘어 있는데, 오페라는 뮤지컬과 똑같은 연기를 배워야 하고 다른 친구들과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화는 필수다.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도 직접 만져야 한다. 주로 1대1 레슨으로 이뤄지는 콘서트과와는 달랐다. 언어가 당연히 돼야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않나. 부딪히는 수밖에.(웃음) 더 과장된 액션을 취하며 언어를 뱉기 시작했다. 사실 그 학교에서 카운터 테너는 처음이라 교수도 초빙을 했다.

10. 최초의 학생이라니, 일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겠는데.(웃음)
루이스 초이 : 학교에서 이슈는 됐다. 나이도 어리지 않고, 실기 오디션 때 어떻게든 튀어야 했기 때문에 의상도 특이하게 입고 갔다. 노래는 물론 선생님들에게 각인을 시켜야 하니까, 실버와 핑크가 섞인 슈트에 핑 크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들어갔다.(웃음) 지정곡이 유독 어려워하는 노래인 거다. 웬걸, 정말 못했다. 노래를 부를 때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그땐 심사위원 표정을 보니까 ‘떨어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차례가 끝나 나가라는데 그러질 못하겠더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초급 독일어가 다 나왔다. 요지는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자유곡을 부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충분하다는데도,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결국 오디션장을 뒤로하고 긴 복도를 따라 가는데, 뒤에서 한 선생님이 ‘진짜 원하면 한 곡 더 불러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한 곡을 더 불렀고, 수 백명중 두 명을 뽑는데 붙었다.

10. 신이 내린 재능과 절박함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루이스 초이 : 그 절박함으로 6개월의 시간 동안 독일어를 무조건해야 했다.

10. 힘든 순간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 같다. 후회 아닌 후회도 하면서 말이다. 음악 교사로서도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는데, 뒤늦게 독일행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루이스 초이 : 성악을 전공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선생님을 했다. 주말에는 지인들의 요청으로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마다 “아깝다”는 말을 들었다. 교수님들이 “외국에 한 번 나갔다 오면 좋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카운터테너가 되고 싶은 친구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한계가 오더라. 학사 출신으로 줄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으니까. 실전적인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갈돼 더 이상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작한 거다.

루이스 초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루이스 초이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루이스 초이 : 유학 가서 1년 정도는 학생들이 보내주는 메일을 읽고, 무척 그리웠다. 외국 생활도 힘들고, 제자들이 보고 싶더라. 하지만 최초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오페라과 3년 과정을 2년 반 만에 조기 졸업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최고 연수자 과정도 한 학기를 앞당겼다.

10. 독일에서 한국으로 온 것, 그리고 오페라에서 뮤지컬을 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나.
루이스 초이 : 국제 대회를 나가면서 나이라는 벽과 마주했다. 어떤 대회는 나이 제한에 걸리고, 그렇지 않으면 파이널까지 올라 나이로 떨어지고. 그때 ‘이제 안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한 대회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는데, 어떤 심사위원이 심사위원들이 준 1등보다 더 값지다고 하더라. 그땐 몰랐는데,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 상을 받으면서 관객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그 생각과 마음이 뮤지컬계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0. 사실 한국은 해외와 비교하면 오페라, 뮤지컬에 대한 대중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렸다.
루이스 초이 : 정말 철저하게 숨기더라. 정체가 드러나면 안되니까 목도 못 풀게 했다. 이후 조그만 방에 데리고 가서 풀라고 했는데, 조금 듣더니 소리가 워낙 크니까 ‘안되겠다’고 나오라고 해서, 목도 못 푼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다.(웃음) 그 방송을 통해 또 많은 걸 깨닫고 실용음악의 위대함도 알았다.

10. 목 관리는 생명이겠다. 악기와도 같지 않나.
루이스 초이 : 정말 잘 챙겨 먹는다. 약보다 천연재료로 만든 차를 마신다든지 팬들이 많이 챙겨주시기도 한다. 성악할 때와 뮤지컬을 하면서는 많이 달라졌다. 클래식을 할 때는 조금만 좋지 않아도 병원 가서 주사 맞으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다양한 무대에 오르면서 적응하고 여유가 생겼다. 노래라는 것이 정신적인 부분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고, 공연 전 완벽한 상태가 아니어도 무대에서 완벽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파리넬리’의 두 번째 공연 직전까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목소리의 소중함을 더 깊이 알았다. 예민하지 말자, 무뎌지자고 마음 먹었다.

10. 성악, 오페라, 뮤지컬까지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다른 장르인데 모두 소화하고 있다.
루이스 초이 : 같은 노래라도 클래식과 뮤지컬은 느낌이 달라진다. 뮤지컬은 드라마와 노래를 동시에 보고 듣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것이 들어간다. 뮤지컬을 통해서는 관객과의 소통을 늘 배우고 있다.

10. 앞으로의 욕심, 또 꿈이 있다면?
루이스 초이 :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실마리 역할을 했다. 지금 계획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하면서,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활동을 하고 싶다. 음악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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