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불한당’ 스틸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불한당’ 스틸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우리가 알던 설경구가 돌아왔고, 우리가 알던 임시완은 없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감독 변성현)은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만나 의리를 다지고, 출소 이후 의기투합하던 중 서로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범죄액션드라마다.

‘누아르’는 범죄와 폭력을 다루면서, 도덕적 모호함이나 성적 동기에 초점을 맞추는 일군의 영화 장르를 의미한다. 보통 남자들의 이야기며 대게 잔인하다. 인물들은 처절한 개연성으로 얽혀있고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겁다. 그런 점에서 누아르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다. 그리고 단연컨대 ‘불한당’은 당신이 생각하는 누아르가 아니다.

우선, 극은 언더커버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해당 장르가 가지는 특징을 완벽하게 배제한다. 보통 언더커버 장르에선 신분을 들킬 위기에서 오는 긴장감이 극의 큰 흐름을 지배한다. 하지만 ‘불한당’은 심플한 방법으로 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고 그 대신 두 인물 재호와 현수가 감정을 쌓고 그것이 무너지는 과정에 더욱 집중한다. 이런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인물들의 감정선에 따라 더욱 깊게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

또한 ‘불한당’은 누아르 장르가 가지는 특유의 리얼함보단 만화적 톤의 세련미를 택했다. 진한 남자의 향기가 있긴 하지만, 이를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카메라 워킹, 통통 튀는 음악과 섞어냈다. 어른들의 만화를 보는 듯한 개성 넘치는 연출이 전례 없는 누아르를 탄생시켰다.

재호와 현수, 여기에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감정은 곧 관객들에게 밀당으로 작용한다. 불필요한 설명을 삭제한 탓에 서로를 믿고 배신하는 인물들의 ‘실체’를 관객들이 직접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극은 결코 친절하지 않지만, 배우들은 눈빛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설경구는 과거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 등에서 보여줬던 강한 모습을 총 망라했다. 설경구 특유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비열하게 웃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한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 울림을 선사한다. 모범생 이미지를 넘어 능구렁이 사기꾼을 걸쳐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는 임시완은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패기’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그의 감정은 설경구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사람의 팽팽한 밀당이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은 극중 재호의 대사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를 떠올릴지 모른다. 다소 각박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불한당’은 믿음 역시 타이밍이라는 속내를 감추고 있다. 두 배우의 눈빛이 그렇게 말한다.

영화 ‘불한당’ 포스터
영화 ‘불한당’ 포스터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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