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공효진: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40·50대 남자들이 공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나와 엄마를 호주에 보내고 홀로 한국에 있었던 아빠는 극 중 기러기 아빠인 재훈(이병헌)을 보며 공감을 했을 것 같다. 아빠는 가볍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는데, 정말 많이 슬퍼했다는 게 느껴졌다.
10. 촬영을 하면서도 호주 유학시절이 많이 생각났겠다.
공효진: 20년 전의 이야기다. 호주에 갔는데 너무 많이 변했더라. 추억이 될 것 같아 엄마와 함께 촬영을 갔었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엄마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 난 사춘기였던 것 같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소극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10.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보며 어땠나.
공효진: 시나리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바로 회사 대표님에게 전화해서 ‘이거 좋다’라고 말했다. 사실 100% 만족하는 시나리오를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싱글라이더’도 그렇고, 이 전에 ‘미씽’도 너무 좋은 영화였다.
10. 두 작품에서 모두 아이와 함께 하는 입장이었다. 비슷한 느낌은 못 받았나?
공효진: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보통 ‘공효진’을 생각하면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 말고 다른 이미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아기 엄마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 팬 연령층이 확장돼 기분이 좋다. 물론 이번 ‘싱글라이더’에서는 엄마로서 모성애가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10.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진 캐릭터만의 감정도 궁금하다.
공효진: 극 중 수진은 옆집 남자 크리스와 단란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과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고 밥을 먹는 그런 여자’라는 설정을 구축했다. 아마 예중·예고를 나와 대학교에서도 음악을 전공했을 거고, 선을 봐서 재훈을 만났을 거다. 하지만 에누리 없는 남편은 경제구역을 들먹이며 나와 아이를 호주로 보냈다. 수진은 혼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낯선 호주에 와서 혼자 이사를 했을 거다. 엄청난 짐 더미를 혼자 정리했다. 과거에 나를 데리고 호주에 간 우리 엄마도 그랬겠지. 여자가 아니라 엄마라 가능한 일들이었다.
10. 그런 ‘엄마’의 감정을 상상하기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공효진: 과거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세 번째 결혼을 하려는 여자를 연기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공감이 쉽진 않았다.
10. 힘들었지만 명품 연기는 여전했다. 상대배우 이병헌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공효진: 봐서 알겠지만, 극 중에서 이병헌 선배와 대면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선배가 날 칭찬해주다니 믿기지 않다.
10. 영어가 미숙한 척 연기를 해야 했다.
공효진: 실제로 내 실력이 그 정도일지 모른다.(웃음) 처음엔 호주 촬영이 걱정되지 않았다. 3일 정도 있으면 입이 풀려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웬걸, 10일이 지나도 안 풀리더라. 이웃집 남자로 호흡을 맞춘 크리스(잭 캠벨)가 쉬는 날 뭐하냐며 커피 한 잔 하자고 연락을 하는데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 한 적도 있다. 영어로 말하는 게 힘들었다. 크리스가 촬영장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줘도 웃을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다시 깨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 영어공부 후에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공효진: 글쎄. 이병헌 선배한테 많은 에피소드를 들었다.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선배가 ‘거기서 신인이야’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데 내가 눈물이 날 뻔 했다. 할리우드 무대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선배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민정 씨가 그러더라 ‘언니 저 사람 지금 정말 많이 긴장한 거예요’라고. 이번에 영어로 대사를 한 내 모습을 보면서도 대화가 아니라 연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아, 쉽지 않다.
10. 호주 촬영이 마냥 쉽진 않았겠다.
공효진: 이병헌 선배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촬영했지만, 나와 소희는 꽤 여유가 있었다. 우리끼리 ‘서울에 다녀와야 하나’라고 농담도 할 정도였다. 어느 날 소희와 매니저들과 방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호주에선 저녁시간에 술을 살 수가 없고 주변에 호프집도 없었다. 그래서 노래방 어플을 다운 받아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들 신나서 미친 듯 춤을 췄다. 매니저 동생들이 불을 껐다켰다 하면서 조명을 만들어줬다. 나랑 소희는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다. 소희 핸드폰에 동영상이 다 남아있는데 공개될 걱정은 없다. 소희도 정말 열심히 췄거든. 호주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날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난 이번 영화에서 별로 한 게 없는데…”10. 영화 ‘싱글라이더’를 보며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다고.
배우 공효진이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관련 인터뷰에서 민망한 듯 웃었다. 그는 특정 장면을 꼽으며 “그거 말곤 내가 한 게 없던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영화 속 공효진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완벽한 자연스러움이었다. 말은 겸손하게 했지만 공효진은 맡은 캐릭터 수진에 대해 고민했다. 관객들은 미처 모르고 지나갈 수진의 감정까지 세심하게 분석했다. ‘싱글라이더’는 공효진이 또 다른 인생 작품이 됐다.
공효진: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40·50대 남자들이 공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나와 엄마를 호주에 보내고 홀로 한국에 있었던 아빠는 극 중 기러기 아빠인 재훈(이병헌)을 보며 공감을 했을 것 같다. 아빠는 가볍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는데, 정말 많이 슬퍼했다는 게 느껴졌다.
10. 촬영을 하면서도 호주 유학시절이 많이 생각났겠다.
공효진: 20년 전의 이야기다. 호주에 갔는데 너무 많이 변했더라. 추억이 될 것 같아 엄마와 함께 촬영을 갔었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엄마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 난 사춘기였던 것 같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소극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10.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보며 어땠나.
공효진: 시나리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바로 회사 대표님에게 전화해서 ‘이거 좋다’라고 말했다. 사실 100% 만족하는 시나리오를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싱글라이더’도 그렇고, 이 전에 ‘미씽’도 너무 좋은 영화였다.
10. 두 작품에서 모두 아이와 함께 하는 입장이었다. 비슷한 느낌은 못 받았나?
공효진: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보통 ‘공효진’을 생각하면 화려한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 말고 다른 이미지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아기 엄마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 팬 연령층이 확장돼 기분이 좋다. 물론 이번 ‘싱글라이더’에서는 엄마로서 모성애가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10.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진 캐릭터만의 감정도 궁금하다.
공효진: 극 중 수진은 옆집 남자 크리스와 단란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과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고 밥을 먹는 그런 여자’라는 설정을 구축했다. 아마 예중·예고를 나와 대학교에서도 음악을 전공했을 거고, 선을 봐서 재훈을 만났을 거다. 하지만 에누리 없는 남편은 경제구역을 들먹이며 나와 아이를 호주로 보냈다. 수진은 혼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낯선 호주에 와서 혼자 이사를 했을 거다. 엄청난 짐 더미를 혼자 정리했다. 과거에 나를 데리고 호주에 간 우리 엄마도 그랬겠지. 여자가 아니라 엄마라 가능한 일들이었다.
10. 그런 ‘엄마’의 감정을 상상하기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공효진: 과거 영화 ‘고령화 가족’에서 세 번째 결혼을 하려는 여자를 연기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공감이 쉽진 않았다.
10. 힘들었지만 명품 연기는 여전했다. 상대배우 이병헌의 칭찬이 자자하던데.
공효진: 봐서 알겠지만, 극 중에서 이병헌 선배와 대면하는 장면이 많지 않다. 선배가 날 칭찬해주다니 믿기지 않다.
공효진: 실제로 내 실력이 그 정도일지 모른다.(웃음) 처음엔 호주 촬영이 걱정되지 않았다. 3일 정도 있으면 입이 풀려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웬걸, 10일이 지나도 안 풀리더라. 이웃집 남자로 호흡을 맞춘 크리스(잭 캠벨)가 쉬는 날 뭐하냐며 커피 한 잔 하자고 연락을 하는데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 한 적도 있다. 영어로 말하는 게 힘들었다. 크리스가 촬영장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줘도 웃을 타이밍을 놓친 적도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다시 깨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 영어공부 후에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공효진: 글쎄. 이병헌 선배한테 많은 에피소드를 들었다. 정말 어려웠을 것 같다. 선배가 ‘거기서 신인이야’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데 내가 눈물이 날 뻔 했다. 할리우드 무대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선배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민정 씨가 그러더라 ‘언니 저 사람 지금 정말 많이 긴장한 거예요’라고. 이번에 영어로 대사를 한 내 모습을 보면서도 대화가 아니라 연기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아, 쉽지 않다.
10. 호주 촬영이 마냥 쉽진 않았겠다.
공효진: 이병헌 선배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촬영했지만, 나와 소희는 꽤 여유가 있었다. 우리끼리 ‘서울에 다녀와야 하나’라고 농담도 할 정도였다. 어느 날 소희와 매니저들과 방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호주에선 저녁시간에 술을 살 수가 없고 주변에 호프집도 없었다. 그래서 노래방 어플을 다운 받아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들 신나서 미친 듯 춤을 췄다. 매니저 동생들이 불을 껐다켰다 하면서 조명을 만들어줬다. 나랑 소희는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다. 소희 핸드폰에 동영상이 다 남아있는데 공개될 걱정은 없다. 소희도 정말 열심히 췄거든. 호주에서 촬영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날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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