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성공과 욕망을 상징하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마천루와 힐링과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고성의 극명한 대비로 포문을 여는 영화 ‘더 큐어’는 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을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라고 부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판 ‘링’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등을 통해 특유의 감각을 뽐냈던 고어 버빈스키는 우아하고 매혹적인 영상미로 눈을 홀리고 기이한 이야기들로 긴장감과 공포를 선사한다.

월스트리트의 야심 많은 젊은 기업 간부 록하트(데인 드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달리다가 제동이 걸린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불법 거래가 적발된 그는 이를 해결해줄 CEO 펨브룩을 찾아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요양원 ‘웰니스 센터’로 나선다. 펨브룩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의문의 편지를 남긴 채 떠난 상황.

록하트는 고풍스럽고 비밀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웰니스 센터’에 의문점을 느낀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은 부유한 이들을 상대로 전통적인 물 치료법을 고집한다. 펨브룩과 함께 떠나려고 했던 록하트는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센터의 환자가 됐다. 센터에서 만난 신비로운 분위기의 한나(미아 고스)는 센터를 떠난 이가 한명도 없다고 말한다. 록하트는 펨브룩과 자신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퇴원을 막는 수상한 센터장 폴머 박사(제이슨 아이삭스)에 의구심을 갖고 비밀을 파헤치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치유의 공간인 ‘웰니스 센터’를 통해 인간에게 내제되어 있는 욕망과 집착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성공이나 완벽함에 대한 집착과 중독 등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해결해주는 ‘웰니스 센터’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은 병 자체보다 병의 치료법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병을 걸렸다는 진단을 받음으로서 죄를 사면 받는 느낌을 갖는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는데, 나중에는 정말 병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지길 기원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웰니스 센터’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필요한 치료를 열망하는,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아름답지만 기괴한 이미지로 ‘더 큐어’를 창조했다. 중세 유럽의 성을 개조한 ‘웰니스 센터’는 불안과 집착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천국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하얀 환자복, 하얀 유니폼, 간호사들의 새하얀 이 등 순백색으로 도배된 그곳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고 기괴한 느낌을 동시에 안긴다.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더 큐어’ 스틸컷 /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의 시선은 록하트를 따라간다. 록하트가 센터의 비밀을 하나, 둘씩 파헤칠 때마다 관객들은 예측하기 힘든 전개가 펼쳐진다. 영화의 상징적 의미로 나오는 꿈틀거리는 장어들은 가학적이고 기괴한 느낌을 더한다.

제2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불리는 데인 드한은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로 미스터리한 극을 훌륭히 이끌어간다. 비밀을 품은 한나 역으로 출연하는 미아 고스는 이중적인 매력이 빛난다. 순수한 소녀부터 성숙미를 자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5일 개봉. 러닝타임 146분. 청소년 관람불가.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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