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데뷔와 동시에 ‘잘생김’을 뽐내며 아이콘에 등극한 그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데뷔 24년차 영향력 있는 배우로서, 또 우리 사회 기성세대로 자신의 쓸모를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배우 정우성이다.
정우성이 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으로 돌아왔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면서 그려지는 일을 담는 작품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정우성은 한강식이 박태수에게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역사 공부를 안 하니? 배워야지! 역사를!”이라며 일침을 가하는 장면에서 “이 자식 무너뜨려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대사에는 대한민국의 부조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한강식을 보고 비아냥거리고 싶었다. 그럴듯한 품위를 지니고 있지만 내면은 사심으로 가득 찼고 삐뚤어진 선택을 스스로의 정담함으로 포장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느낀 비웃음을 관객들에게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 킹’은 비리 검사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세상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에서 유흥을 즐기고, 판을 짜고 이슈를 터뜨리며 대한민국을 뒤 흔든다. 전 대통령의 얼굴과 이름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뒤숭숭해진 현 시국과 맞닿기도 한다. 배우로서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
“사실 타이밍은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이에요. 우연히 주어지는 건데, 시국이 이렇게 됐네요. 이런 상황이 ‘더 킹’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죠.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 있는 만큼 영화를 조금 더 편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권력조직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 얘기잖아요. 시의성이 잘 맞죠.”
‘더 킹’에서 정우성은 대단한 포스를 뿜으며 첫 등장했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인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의 등장과 비교되고 있다. 정우성은 “감독님의 성향인 것 같다. 어떤 인물을 강력한 캐릭터로 보이게 하고 싶을 때 연출하는 다분히 한재림 감독다운 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정우성은 다채롭다. 자자의 ‘버스안에서’를 열창하고 조인성·배성우와 함께 클론의 ‘난’까지 군무로 선보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거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성격이라서 재밌었죠. 제가 언제 그렇게 춤을 춰보겠어요. 신나게 연습했어요. 저는 춤을 추는 클럽보다 나이트클럽 세대라서 주로 앉아서 술을 마셨거든요. 유쾌함을 즐긴다는 것은 살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죠.”
정우성은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왜 올라갔냐고 생각하니까 그는 “정말 모르겠다”면서 “사실 정치적인 발언을 심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상식과 정당함에 대한 요구를 하는데, 그걸 정치적 발언이라는 색으로 씌우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다.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서 불합리한 걸 얘기한 것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파급효과나 영향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지니게 됐어요. 그래서 말을 더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상식선 안에서 사회가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진실을 말할 필요는 있다고 보죠.”
‘더 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은 정우성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많다. 어떤 주제를 던지면 거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관점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제 목소리로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데뷔한지 20년이 넘었어요. 경력이 쌓였고 선배가 됐죠. 사회에서는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고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후배들과 어린 세대들에게 무엇을 얘기하는 선배가 되고 기성세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전 영화배우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겠죠. 이제 그런 걸 해도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네요.”
정우성은 그냥 나이 들기를 거부했다.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고민이 많은 사람이란 것 역시 느껴졌다. 그는 “질문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질문들로 저를 괴롭히면 안 되겠죠.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해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은 직업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어느 덧 정우성도 사십대 중반이 됐다. “안 좋은 건 회식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지금의 자신이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나이가 드니까 체력이 저하됐어요. ‘더 킹’ VIP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젊은 배우들은 2차 얘기를 하더라고요. 무서웠어요. 못 들은 척 하고 도망가야지 생각했죠.(웃음) 사실 나이가 드니까 이제야 뭔가 보이는 느낌이 커요. 그 보이는 걸 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나이를 잘 먹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고요. 젊은 시절의 정우성보다 지금이 더 자유롭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정우성이 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으로 돌아왔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면서 그려지는 일을 담는 작품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정우성은 한강식이 박태수에게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역사 공부를 안 하니? 배워야지! 역사를!”이라며 일침을 가하는 장면에서 “이 자식 무너뜨려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대사에는 대한민국의 부조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한강식을 보고 비아냥거리고 싶었다. 그럴듯한 품위를 지니고 있지만 내면은 사심으로 가득 찼고 삐뚤어진 선택을 스스로의 정담함으로 포장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느낀 비웃음을 관객들에게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실 타이밍은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이에요. 우연히 주어지는 건데, 시국이 이렇게 됐네요. 이런 상황이 ‘더 킹’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죠.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 있는 만큼 영화를 조금 더 편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권력조직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 얘기잖아요. 시의성이 잘 맞죠.”
‘더 킹’에서 정우성은 대단한 포스를 뿜으며 첫 등장했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인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의 등장과 비교되고 있다. 정우성은 “감독님의 성향인 것 같다. 어떤 인물을 강력한 캐릭터로 보이게 하고 싶을 때 연출하는 다분히 한재림 감독다운 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정우성은 다채롭다. 자자의 ‘버스안에서’를 열창하고 조인성·배성우와 함께 클론의 ‘난’까지 군무로 선보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거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성격이라서 재밌었죠. 제가 언제 그렇게 춤을 춰보겠어요. 신나게 연습했어요. 저는 춤을 추는 클럽보다 나이트클럽 세대라서 주로 앉아서 술을 마셨거든요. 유쾌함을 즐긴다는 것은 살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걸 포기하고 싶지 않죠.”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파급효과나 영향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지니게 됐어요. 그래서 말을 더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상식선 안에서 사회가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진실을 말할 필요는 있다고 보죠.”
‘더 킹’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류준열은 정우성에 대해 “아는 게 정말 많다. 어떤 주제를 던지면 거기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 관점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제 목소리로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데뷔한지 20년이 넘었어요. 경력이 쌓였고 선배가 됐죠. 사회에서는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있고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후배들과 어린 세대들에게 무엇을 얘기하는 선배가 되고 기성세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돼요. 전 영화배우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겠죠. 이제 그런 걸 해도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네요.”
“물론 질문들로 저를 괴롭히면 안 되겠죠.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해요.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은 직업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어느 덧 정우성도 사십대 중반이 됐다. “안 좋은 건 회식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지금의 자신이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나이가 드니까 체력이 저하됐어요. ‘더 킹’ VIP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젊은 배우들은 2차 얘기를 하더라고요. 무서웠어요. 못 들은 척 하고 도망가야지 생각했죠.(웃음) 사실 나이가 드니까 이제야 뭔가 보이는 느낌이 커요. 그 보이는 걸 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나이를 잘 먹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고요. 젊은 시절의 정우성보다 지금이 더 자유롭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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