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낭만닥터 김사부’ 포스터 /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 포스터 / 사진제공=SBS
‘진짜’는 모두가 알아본다고 했던가.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한석규의 진한 미소로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최종회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사필귀정 구조로 흘러가며 통쾌한 결말을 예고했다. 시청자 역시 기득권 세력과 제대로 한 판 붙기 시작한 김사부(한석규)를 응원했고, 도윤완(최진호) 원장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 합당한 벌을 받길 바랐다.

김사부는 꿈꾸던 응급외상센터를 설립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잘못이 밝혀진 도 원장은 원장 자리에서 내려와 처벌을 받는, 한 마디로 사이다 결말을 기대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작품은 모두가 예상한 길로 가지 않고 다른 전개를 보여줬다. 작품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변한 건 아니지만, 인물 간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이 생각보다 매우 잔잔하고 따뜻하게 그려지면서 끝까지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자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정의의 완벽한 승리를 보여주면서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탐욕적이었던 거대 병원 원장 도윤완은 궁지에 몰린 뒤 김사부와 처음으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응급외상센터 설립을 꿈꾸는 김사부에게 그는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말 깊숙한 곳에서는 어떤 부러움도 묻어났다. 그런 변화가 특별한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김사부는 웃으며 “그런 걸 낭만이라고 부른다”라며 깨달음을 줬다.

한석규 /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 / 사진제공=SBS ‘낭만닥터 김사부’
뒤늦게 밝혀진 신 회장의 이야기도 훈훈함을 더했다. 알고보니 신 회장은 과거 김사부와 인연이 있었다. 심장에 이상을 느끼고 쓰러진 그를 김사부가 구한 것. 그는 의인을 잊지 않았고, 김사부에게 또 한 번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신 역시 좋은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스크루지’라 불릴 정도로 돈에 집착했던 그가 함께 입원해있던 젊은이에게 수술비를 지원해주고, 이후엔 김사부의 응급외상센터 설립 계획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런 작지만 큰 변화들은 김사부가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유일무이한 트리플 보드 자격을 가지고도 시골 분원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김사부 덕에 어둡기만 했던 세상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도 원장이 부른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김사부와 악연이 있던 그가 또 한 번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김사부를 취재했으나, 그가 의사로서 실력은 물론 건강한 신념까지 지닌 것을 깨닫고 김사부의 편으로 돌아섰다. 이렇듯 김사부의 원동력인 ‘낭만’은 여러 사람에게 그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돌담 병원은 ‘낭만’을 가진 젊은 의사들로 가득 찼다. 마지막 회에서는 회식 장면을 통해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났다. 성공적인 인공심장 교체 수술을 자축하기 위한 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병원에서 콜이 왔고, 오 간호사가 이를 전하자마자 의사들은 겉옷을 챙겨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누구 한 명 싫은 내색 없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병원에 모여 김사부와 마주했다. 김사부는 자신의 후배 의사들과 간호사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이미 자신을 닮은 여러 명의 김사부를 마주한 듯한 만족스러운 웃음이 안방극장에 훈훈한 여운을 남겼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