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문정희의 행보가 눈에 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문정희는 지난 7일 개봉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 김남길(재혁 역)의 형수 정혜를 연기했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 직접 구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사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정희는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으로 관객들을 설득시켰다. 극중 정혜는 남편을 원전 사고로 잃은 후 어린 아들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인물. 고집이 센 어머니의 말에도 고분고분하던 그가 어느 순간 눌렀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는 곧 공감으로 이어졌다.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 전체의 전개에 비해 정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정희는 작품을, 그리고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궁금했다.
“주변에선 비중 때문에 말렸어요. 하지만 영화의 소재가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잖아요.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에 대해 쉬쉬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 밀집된 인구라면 원전사고에 더 취약하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길 바랐어요. 오래 호흡해온 박정우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죠.”
특히 이번 ‘판도라’는 문정희의 두 번째 재난영화다. ‘연가시’(2012)로 한 차례 재난을 겪었던 바. 조금은 편했을까. 문정희는 “복구조(원전 사고 현장)가 고생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힘들었던 피난길을 회상하며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 재난을 방불케 하는 현장이었고 김영애 선생님과 주현 씨 모두 피신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카메라에 걸리는 반경을 공유했고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죠. 함께 피신하는 장면은 정말 극단적이었어요.”
’판도라‘가 선택한 ’원전’은 꽤나 민감한 소재다. 처음 영화 기획 단계부터 개봉까지 꼬박 4년이나 걸렸다. 외압설까지 나돌았다. 특히 극은 재앙을 확대시키는 무지한 컨트롤타워로 청와대를 가리킨다. 배우 입장에서 부담스럽지 않을까. 문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데에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요. 물론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 현시국과 닮은 모양새가 돼 불편한 마음이죠. 의도한 게 아니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데 느끼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뿐이잖아요. 탈핵을 외치는 영화라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에요. 원전을 폐쇄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장단점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뚜렷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으니 문정희는 원전 조사에 열과 성을 다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에 대해 조사하며 문정희는 그동안 무지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영화 때문에 공부를 하게 됐는데, 스위스에는 원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독일에서도 원전을 폐쇄하는 과정이고. 위험성을 깨달은 것 아닐까요. 당장의 이익보다는 먼 훗날까지 생각해야 돼요.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땅이잖아요.”
문정희의 소신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공인의 입장에서 색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문정희는 “배우가 색을 내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시선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 문정희로 세상을 살면서 환경,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것들을 접하고 느낀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것이니 관심을 갖는 거다”라고 말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문정희는 지난 7일 개봉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 김남길(재혁 역)의 형수 정혜를 연기했다. 원전 사고 현장에서 직접 구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대사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문정희는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으로 관객들을 설득시켰다. 극중 정혜는 남편을 원전 사고로 잃은 후 어린 아들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인물. 고집이 센 어머니의 말에도 고분고분하던 그가 어느 순간 눌렀던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는 곧 공감으로 이어졌다.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 전체의 전개에 비해 정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정희는 작품을, 그리고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궁금했다.
“주변에선 비중 때문에 말렸어요. 하지만 영화의 소재가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잖아요.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에 대해 쉬쉬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 밀집된 인구라면 원전사고에 더 취약하죠.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길 바랐어요. 오래 호흡해온 박정우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있었죠.”
특히 이번 ‘판도라’는 문정희의 두 번째 재난영화다. ‘연가시’(2012)로 한 차례 재난을 겪었던 바. 조금은 편했을까. 문정희는 “복구조(원전 사고 현장)가 고생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힘들었던 피난길을 회상하며 “지금 생각하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 재난을 방불케 하는 현장이었고 김영애 선생님과 주현 씨 모두 피신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카메라에 걸리는 반경을 공유했고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죠. 함께 피신하는 장면은 정말 극단적이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하는 데에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요. 물론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 현시국과 닮은 모양새가 돼 불편한 마음이죠. 의도한 게 아니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데 느끼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뿐이잖아요. 탈핵을 외치는 영화라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에요. 원전을 폐쇄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장단점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뚜렷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으니 문정희는 원전 조사에 열과 성을 다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에 대해 조사하며 문정희는 그동안 무지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영화 때문에 공부를 하게 됐는데, 스위스에는 원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독일에서도 원전을 폐쇄하는 과정이고. 위험성을 깨달은 것 아닐까요. 당장의 이익보다는 먼 훗날까지 생각해야 돼요.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땅이잖아요.”
문정희의 소신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공인의 입장에서 색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문정희는 “배우가 색을 내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시선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 문정희로 세상을 살면서 환경,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것들을 접하고 느낀다. 내가 피부로 느끼는 것이니 관심을 갖는 거다”라고 말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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